이집트 이야기 ⅩⅩⅩⅦ, 어느 항해자의 모험 이야기①
떠돌이가 탄 배는 사나운 폭풍우를 만나는데…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휘덮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 새로운 감염병을 막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나라간에 혹은 지역간에 사람들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위기가 확산되며, 재택근무와 ‘방콕’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신기한 옛날 이야기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우리들에게 좋은 소일거리가 될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들은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오게 되었을까. 이번 호에서는 파피루스와 같이 문자가 기록된 매체에 적히게 된 어느 이집트 여행자의 항해와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어느날 한 떠돌이가 테베의 궁궐에 있는 재상 집무실에 찾아왔다. “재상님! 잠깐만 소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소인은 파라오께 드릴 귀한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재상님께도 드릴 선물이 있습지요. 소인의 선물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신기한 모험이야기입니다. 저를 파라오께 데려가 주시면 파라오께서 당신에게도 큰 상을 내려 주실 겁니다. 저는 누비아(현재의 수단) 너머, 아니 그보다 더 먼 남쪽 나라 에티오피아를 넘어 큰 바다의 요술섬에 갔다 왔습니다.”
재상은 시시한 이야기를 가져오는 여행자들이 많았던 까닭에 그런 부탁에는 익숙해져 있는 듯했다. 그는 떠돌이 여행자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너는 바보같이 아무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할 것 같구나. 너 같은 어리석은 자들이 파라오의 신임을 얻고자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화나게 하여 매를 맞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만약 너의 이야기도 그런 것이라면 너를 당장 성 밖으로 던져 버리겠다. 알겠느냐? 그러나 만약 너의 이야기가 충분히 재미있다면 너를 파라오 앞에 데려가겠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라. 그래도 너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떠돌이는 다시 한 번 장담했다.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재상님의 근심은 눈 녹듯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때는 저에게 사정할지도 모르지요. 선한 신 파라오께 저의 이야기를 다시 해달라고 말이죠.” “그래? 그렇다면 신기하다는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떠돌이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용맹한 150명의 선원들과 큰 배를 타고 파라오의 광산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탄 배는 홍해를 따라 남쪽으로 몇 날을 항해한 후에 인도양으로 나아갔지요. 선장과 키잡이는 하늘을 보더니 바람이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었답니다.
하지만 갑자기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치고 제가 탄 배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육지 쪽으로 표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해변 가까이 접근했을 때 다시 한 번 엄청나게 큰 파도가 뒤에서 덮쳐 배를 커다란 바위 쪽으로 밀고 갔습니다. 배가 바위와 충돌하기 직전에 저는 통나무 조각 하나를 잡고 바다 위로 뛰어들었습니다. 몇 분 후 바다 위에서 바라다보니 배는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더군요. 그 안에 탔던 선원들은 충돌할 때 사방으로 떨어져 전부 익사했지요.
그 순간 큰 파도가 나를 모래사장 쪽으로 휩쓸고 갔습니다. 모래 위에 팽개쳐진 나는 계속해서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근처 나무 숲 속으로 간신히 기어갔습니다. 잔인하고 포악한 바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그런 피난처로 말이에요.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사방을 둘러보니 사나운 비바람은 온데간데없고 따뜻한 태양이 온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있던 피난처에서 나와 나를 구출해 주신 신께 감사드렸습니다. 잠시 후 나는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막기 위해 내가 누워 있었던 덤불 속에서 넓은 잎사귀를 구해 움막을 만들었습니다. 먹을 것들은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무인도이긴 했지만 무화과 열매, 포도, 베리, 곡식, 멜론, 물고기, 새 등이 주변에 널려 있었거든요.
처음 며칠 동안 저는 주변에 있는 과일로 허기를 채웠지만 그 후에는 불씨를 만들어 뭍짐승의 고기와 물고기를 요리해 먹었습니다. 물론 신들에게 제물을 먼저 바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떠돌이 여행객의 이야기를 듣는 재상은 점점 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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