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야기 ⅩⅩⅩⅤ, 이집트 판 신데렐라 ①
노예로 팔려온 아름다운 소녀를 수양딸로 삼아…
세계 곳곳에는 아주 다양한 형태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전해 내려온다. 잃어버린 한 짝의 유리구두처럼 신발이 스토리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집트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어 새해 첫 이야기로 잡아보았다.
파라오 시대 말엽이었다. 페르시아에 의해 점령당하기 몇 년 전 이집트는 파라오 아마시스가 다스리고 있었다. 아마시스는 당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던 페르시아의 침략에 대비하고 이집트를 부강하게 만들려고 그리스 인들이 이집트에 체류하는 것과 무역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그래서 ‘나우크라티스’라는 이집트 무역도시를 전적으로 그리스인들에게 개방해 이주를 장려했다.
나일강 하구의 이 무역도시에는 ‘카라코스’라는 부유한 그리스 상인이 살고 있었다. 레스보스 섬이 고향인 그는 서정시인 ‘사포’의 동생이기도 했지만 생의 대부분을 이집트와의 무역에 종사하며 부자가 되었고, 말년을 나우크라티스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시장을 거닐다가 노예를 사고 파는 데를 지나게 되었는데, 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호기심에 인파를 헤집고 가보니 그곳에는 한 아름다운 소녀가 돌로 만든 연단 위에 서 있었다. 백옥같은 피부에 장미처럼 붉은 볼, 이슬처럼 맑은 눈을 가진 소녀는 그리스인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노예로 팔리기 위해 그 자리에 서있게 된 것이었다.
카라코스 평생에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처음이었다. 그의 넋을 빼앗아 버린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는 아주 비싼 값을 주고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녀에게 어떻게 노예가 되어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찬찬히 물어 보았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저는 로도피스 라고 합니다.”
카라코스는 그녀가 주눅들거나 겁내지 않도록 친절하고 나긋나긋하게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래 로도피스, 너의 고향은 어디이냐?”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녀가 은방울 구르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그리스 북쪽에 있는 한 섬에서 왔습니다. 해적들이 우리 마을에 쳐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와중에 붙들려 이렇게 팔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녀는 어린 나이에 사모스 섬의 한 부자에게 팔려 그곳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 부자의 집에는 아주 못생기고 키가 작은 노예가 있었는데 슬픔에 젖어 있는 그녀를 위로하려 곧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노예의 이름은 이솝이었는데, 짐승들과 새들에 관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고 했다. (우리가 이솝우화로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이솝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 참 좁다.)
그녀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자 주인은 그녀를 더 많은 돈을 받고 팔기 위해 부자가 많이 살고 있는 나우크라티스로 보냈다고 했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카라코스는 그녀를 측은하게 생각해 자기 딸처럼 사랑하고 귀여워해 주었다. 수양딸로 삼은 것이다.
카라코스는 그녀에게 저택의 중앙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큰 집도 주고 하녀와 하인들을 딸려 주었다. 그리고 때때로 귀한 보석과 아름다운 옷들을 선물로 보내주었다. 노예의 신분에서 하늘이 보내준 좋은 인연을 만나서 하루아침에 팔자가 편 것이다. 이 부분까지만 해도 많은 여인들이 부러워 할 스토리가 되겠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로도피스가 아름다운 정원에 있는 대리석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시녀들이 그녀의 옷과 보석 허리띠 그리고 그녀가 특히 아끼는 빨간 ‘슬리퍼’를 들고 옆에 서 있었다.
알아채셨겠지만 드디어 이집트 판 신데렐라 이야기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핵심 모티브 ‘신발’이 등장했다. 이집트에서는 기후와 지형적인 영향으로 슬리퍼가 발달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슬리퍼의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심지어 금속으로 만든 슬리퍼가 있을 정도였으니 슬리퍼가 아주 다양한 신발의 기능을 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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