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등지에 서식했으나 지구온난화로 북상
검은이마직박구리 Light-vented Bulbul (Pycnonotus sinensis)
직박구리과(科)의 새는 지구상에 151종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 관찰되는 종(種)은 직박구리와 검은이마직박구리가 유일하다. 지난 호에 소개한 바다직박구리는 솔딱새과(科)로 이름이 비슷할 뿐이지 엄연히 다른 종(種)이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중국 남부와 동부, 대만 그리고 베트남 북부와 같이 따뜻한 나라를 중심으로 분포하여 서식하는 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10월 전라북도 어청도에서 처음 관찰되었다. 이후 새들의 이동시기인 봄과 가을에 서해안을 중심으로 섬 지역에서 간혹 관찰되어 우리나라를 드물게 통과하는 통과철새로 알려져 있었다.
2004년에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청도에서 이소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이 관찰되었고 2008년 8월 전라남도 신안군 가거도에서 번식이 확인되었다. 이후 가거도에서 매년 번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0여 마리가 일 년 내내 관찰되고 있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5시간을 꼬박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외딴섬으로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철새들의 이동시기에 가거도에서는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어 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섬이기도 하다.
가거도보다 새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제주에도 있다. 바로 마라도이다. 마라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관찰 기록이 없던 새들이 많이 관찰되기도 하는데, 지난 4월에는 ‘흰목딱새’를 비롯하여 ‘푸른날개팔색조’, ‘붉은가슴딱새’, ‘비늘무늬덤불개개비’, 등이 국내 최초로 관찰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길 잃은 새로 원래의 서식지에서 마라도까지 오게 되었으며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서식지의 북방화를 얘기하는 학자들도 많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 북부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분포했다. 그러나 기후 온난화로 더운 나라에 사는 새들의 서식지가 점차 북쪽으로 넓어지며 예전에는 관찰되지 않던 새들이 마라도를 비롯해 제주본섬과 서해안 일대의 섬들로 북상하고 있다.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겨울에도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에서 먹이나 둥지를 틀고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검은이마직박구리는 2009년 5월 마라도에서 처음 관찰된 이후 계속하여 용수리, 모슬포, 하도리 등에서 관찰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로 한두 마리가 관찰되지만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다니고 있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2018년 4월에는 모슬봉에서 먹이를 물고 이동하는 개체를 확인하였지만 번식여부는 알 수 없었다. 이후 2019년 5월 6일 구좌읍 하도리에서 어린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먹이를 먹이고 있는 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번식이 확인되었으나 둥지를 찾지 못해 공식적인 기록이 아니지만, 점차 많은 개체가 번식하며 이제는
이동 철새가 아니라 제주에서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텃새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제주에 없던 개체가 이동해 와서 제주를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을 반가워해야 할지 어떨지,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생태계의 변화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검은이마직박구리 크기는 19cm정도이며 머리꼭대기와 눈 뒤쪽, 턱과 목은 흰색이다. 귀깃은 짙은 색이며 뒷부분에 흰색 둥근 무늬가 있다. 멱은 흰색이고 윗면은 회갈색이다. 어깨 사이는 어두운 올리브색을 띄며 몸은 녹색빛이 나는 갈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며 어린 새는 윗면이 더 옅고, 머리는 전체적으로 옅은 회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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