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유혹하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이탈리아 ‘포스타노 Positano’ |
몇 년 전 세계여행 전문기자들과 관계자들은 가장 인기 있는 세계여행지로 요르단 수도 '암만'과 이탈리아 캄파니아주에 있는 '포스타노' 두 곳을 선정하였다. 이 중에서 리하르트 바그너, 토스카니니, 로버트 카파, 앙드레 고디 등 이름만 나열하여도 금방 알 수 있는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포스타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이 작은 항구도시에 푹 빠져 자신의 음악적 영혼을 살찌웠다고 한다.
이곳의 역사는 신화와 전설이 얽혀 있어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역사학자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서 ‘포스타노’라는 도시의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신 데메테르를 사랑한 포세이돈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말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이곳의 해변을 마구 달리며 그녀를 유혹했다. 이런 전설 때문에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말의 모습을 한 포세이돈의 청동상은 포스타노의 대표적인 기념품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노을이 바다를 황혼으로 물들일 때 해변을 걷는 여인들의 모습은 마치 포세이돈과 데메테르가 환생하여 사랑을 나누는 듯하다.
라타리 산 아래에 사력을 다해 매달려 있는 포스타노 마을은 페니키아인과 그리스인들이 처음 발견하였고, 고대 이탈리아 오스칸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로마 제국이 유럽을 지배할 때 귀족들의 별장들이 들어섰고, 로마가 멸망하면서 포스타노는 아말피 공국으로 편입되었다. 그 후 여러 개의 공국이 이탈리아로 통일되면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점차 다른 도시로 떠났다. 그들이 떠난 마을에 독일의 튜턴족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러시아와 독일의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물밀 듯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산들바람과 따스한 햇볕이 1년 내내 불어오는 포스타노 절벽에 하얀 집과 노란색 별장이 무인도에 지은 괭이갈매기 집처럼 촘촘히 들어선 모습이 사진보다 더 아름답다. 휴양지가 거기서 거기겠지만, 포스타노 만큼은 지중해의 독특한 매력과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포스타노는 주민이라고 해야 기껏 1000명도 채 안 되고, 대부분 호텔,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훌륭한 유적이나 유물이 없는 대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예술가와 여행자를 끊임없이 유혹해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사색하고,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산책을 즐긴다.
마을이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형성되어 골목이 상당히 좁아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골목을 이리저리 배회하다 보면 밝고 환하게 웃는 현지인도 만나고, 가끔 짐을 싣고 엉덩이를 갸우뚱거리며 언덕길을 오르는 노쇠한 당나귀도 만나게 되고, 이름 대신 예쁜 그림으로 장식한 문패들을 마주하게 된다. 집과 집 사이가 워낙 좁고 밤길이 어두워서 집을 쉽게 찾기 위해 그림 문패를 사용한 것 같다.
지중해 햇볕이 일 년 내내 나뒹구는 해변은 다른 바다와 달리 모래 대신 검은 자갈이 물가를 가득 메운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요란한 발소리가 마치 토스카니니 지휘에 맞춰 좋은 화음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 같다. 해변은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아 200m도 채 안 되고, 산비탈에 걸린 아름다운 별장, 호텔, 레스토랑이 금방이라도 바다를 향해 무너질 듯하다. 비록 집들이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지만, 붉은 햇살을 듬뿍 받으며 요염한 자태로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변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는데 어느 집에 들어가도 맛있는 캄파니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포스타노는 백포도주와 해물 파스타가 일품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예술의 도시답게 해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겹겹이 쌓아 올린 듯 한 집이나 푸른 바다를 헤치고 나가는 어부 모습을 하얀 캔버스 위에 그려 내는 화가들의 빠른 손놀림으로 주변은 어느새 사람들로 북적인다. 마을 한편에 자리한 작은 미술 갤러리에는 역량 있는 신예 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이탈리아 화가들의 멋진 솜씨도 엿볼 수 있다.
낮에는 바닷가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지중해 햇살에 몸을 맡긴 채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유유자적하게 망중한을 즐기다 보면 네온사인에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마을은 어느새 은은한 오렌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포스타노 여행의 백미는 밤에 있다고 할 정도로 밤이 찾아오면 새로운 활력들이 작은 마을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낮게 드리워진 실내조명, 탁자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촛불, 연기 사이로 은은하게 울리는 비치보이스의 '코코모'와 감미로운 칵테일 한 잔!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처럼 밤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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