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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에서 퍼지는 산딸기 향에 희망 가득

제주한라병원 2018. 5. 2. 09:33

삼나무 숲에서 퍼지는 산딸기 향에 희망 가득

    

 

한림읍 금오름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본지가 오래 된 듯하다.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유 중에 낮은 오름이라도 정상에 올라가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경관이 아름다워 다시 오름을 찾는다고 하지만 요즘은 높은 오름을 올라가도 속이 답답할 만큼 뿌옇게 흐려진 시야가 속상하다.

 그래도 봄을 알리는 숲의 연초록이 짙어지고 꼬물꼬물 발아래 야생화도 부지런히 피고지고 있다.

 최근 들어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금오름’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편안하게 만들어진 시멘트 길 따라 올라가서 정상만 보고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금오름’에는 삼나무 숲길을 비롯해서 싱그러운 초록의 숲이 숨겨져 있다. 마을에서 조성한 ‘희망의 숲길’이다. 누가 숨기려고 한 건 아니지만 언제부터 인지 ‘금오름’을 찾는 사람들은 숲길을 걷기보다 빠른 길로 정상에서 유명산 뷰(view)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복잡한 차량에 밀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진 듯하다. ‘희망의 숲길’에 들어서기 전 초입에는 오래전 마을의 식수원으로 쓰였던 ‘생이못’ 물통과 맞은편에는 ‘우 마’들의 목마름을 채워 주웠던 물통이 아직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수생 식물과 곤충들의 보금자리로 남아 있다. ‘희망의 숲길’에 들어서면 빛을 허락하지 않은 듯 삼나무 숲이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오르막 숲길이 시작되면서 ‘비목나무’가 연노랑색의 꽃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아픈 기억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비목나무’는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비목’이란 가곡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그 것과는 상관없는 나무라고 하는데 ‘관’을 만드는 목재로 쓴다고 하니 전혀 상관없지는 않다고 할 것이다. 나뭇잎을 살짝 비벼서 냄새를 맡으면 비릿한 향이 나기도하고 레몬향이 나기도 한다. 또한 이맘때 길가에 숲 가장 자리에 피어 있는 산딸기 꽃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가장먼저 피는 ‘장딸기’ 줄기하나에 줄지어 연분홍 꽃을 피우는 ‘줄딸기’ 사람 키를 훌쩍 넘어 긴 줄기를 뻗는 ‘거문딸기’가 '희망의 숲길‘에 딸기 향을 피우고 있다. 숨이 차고 땀이 이마에서 흐를 때쯤 어김없이 나를 기다렸다는 나타나는 나무의자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세상시름 다 잊게 해준다. 다시 천천히 오르다보면 암꽃아래 주렁주렁 달려있는 수꽃이 꽃가루를 가득 머금고 날아갈 날만 기다리는 소나무 오솔 길을 만난다. 암수가 한그루인 소나무의 송화 가루(수꽃)는 같은 형제끼리 짝짓기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멀리 날아가 우월한 종자를 만든다고 한다. 재선충으로 힘들어하는 소나무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자라주길 바라며 오솔길이 끝날 때 만나는 것은 ‘금오름’의 가장 큰 매력인 분화구 아래 ‘산정화구호’이다. 비가 오면 잔잔한 호수를 만들어 감동을 준다.

 예전에는 늘 물이 고여 있어 맑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의 반영을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물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물이 차는 걸보기 힘들 때가 더 많다. 넓은 분화구 능선 따라 한 바퀴 돌다보면 사방으로 확 트인 조망은 서부지역의 대표하는 오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은오름’이란 이름이 붙은 오름들은 마을의 수호신처럼 신성시했다고 한다. ‘금오름’ 역시 ‘검은오름’으로 불리며 이 지역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사람들의 든든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 위상이 앞으로도 개발 앞에서 변함없이 이어갔으면 한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할미꽃을 보니 백발이 되어버리신 외할머니 생각에 그리움이 밀려든다.


     

△ 거문딸기


△ 비목나무


 

△ 줄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