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텝, 파라오 ‘조세르’의 질문을 받는데 …

역사속 세상만사- 이집트 이야기 ⅩⅢ : 영화속 임호텝 vs 역사속 임호텝 2 -

 

 

임호텝, 파라오 ‘조세르’의 질문을 받는데 …

 

 

전편에 이어 영화 <미이라> 2편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1933년, 이집트. 릭 오코넬과 에블린은 1편의 인연으로 결혼하여 알렉스라는 8살짜리 아들까지 두고 행복한 가족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직업 발굴 전문가로서 고대문명의 발굴을 위해 세계 여러 곳을 찾아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에블린이 환영을 보게 되고 그것을 근거로 이집트의 한 무덤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곳은 바로 오래전 죽음의 신 아누비스의 군대를 이끌고 전세계를 정복했던 전설적인 스콜피언 킹의 무덤이었다. 세계를 정복하는 꿈이 이뤄진 후 죽음의 신 아누비스는 스콜피언 킹과 약속한대로 그의 영혼을 거두고 그의 군대와 종족을 소멸시켜 버렸다.

 

그리고 스콜피언 킹과 그 군대를 다시 세상에 호출하기 위해서는 스콜피언 킹의 팔찌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콜피언 킹은 누군가가 자신의 팔찌를 찾아 군대를 다시 통솔할 날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무덤에 묻혀있었던 것이다.

 

영화속 임호텝(이모텝)은 악랄한 이집트의 고대 마법사로서 이미 10년 전(1편에서) ‘죽음의 서’ 주문으로 한번 부활한 경험이 있다. 임호텝은 다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스콜피온 킹 팔찌를 찾은 뒤 그를 죽인 후 그의 군대를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우연히도 오코넬 아들인 알렉스가 그 팔찌를 손에 차게 되고, 오코넬 부부는 아들과 함께 위험천만한 모험속으로 뛰어들게 된다는 줄거리다. 거의 20년 전 영화임에도 매우 흥미진진하니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속 임호텝의 캐릭터는 역사속 실제 임호텝과는 완전 딴판이다. 임호텝은 이집트의 고대 역사상 유일하게 파라오가 아님에도 널리 알려져 있고, 심지어는 신으로 숭배받기까지 했다. 그는 이집트 고왕국 3왕조의 파라오인 ‘조세르’ 시대에 재상으로 활약했던 인물로 건축, 의학, 천문학, 철학에 뛰어났고, 태양신의 최고 제사장으로서 모든 행사를 주관했다고 한다.

 

특히 파라오 조세르는 최초의 피라미드인 계단식 피라미드를 건설했는데, 그의 곁엔 친구이자 재상이며 위대한 건축가였던 이 피라미드의 설계자, 임호텝이 있었다. 그는 사후에 이집트 사람들로부터 신으로 숭배받게 되었다. 학문과 의술의 신으로 숭배받다가 후에는 멤피스 최고의 3신 중 농작물과 질병치유의 신인 네페르품과 동일시 되기도 했다.

 

임호텝이 이처럼 신으로까지 존경받게 된데 큰 영향을 준 일화가 있다. 파라오 조세르 재위 18년째, 6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나일강의 수위가 현저히 낮아져 급기야 농사를 짓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사람들은 매년 나일 강물이 불어나길 기원하며 정성껏 제사를 지냈다. 그러나 물은 계속해서 즐어들었고, 가뭄이 7년째 계속되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아이들은 배가 고파 울어댔고, 노인들은 자신들의 발목을 껴안고 웅크린 채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 처지였다. 심지어 귀족이나 왕족들조차도 영양실조로 바싹 여위었다. 더 이상 바칠 제물이 없어 신전은 문을 닫았고 성소 역시 방치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지상의 신인 파라오에게 달려가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아우성첬다. 하지만 자신이 곧 신이라고 믿고 있던 조세르 조차 나일 강물을 불어나게 할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조세르는 멤피스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온갖 노력을 다해보았지만 상황은 개선될 조짐이 없었다. 조세르는 현명한 재상 임호텝을 불렀다.

 

“재상, 나일 강의 수원지는 도대체 어디요? 어떤 신이 수원지를 관장하는 것이오? 그것만 알 수 있다면 내가 직접 신께 가 7년 가뭄을 끝내달라고 기도해보겠소.”

 

건축과 의학은 물론 모든 학문에 박식했던 임호텝이었지만, 파라오의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없었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저의 지식으로는 지금 당장 알 수가 없습니다. 며칠만 시간을 주시면 저는 지금부터 테베에 있는 토트 신전으로 달려가 생명의 전당에 비치된 고서(古書)들을 읽고 그 안에 답이 있는지를 알아 보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