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신화 이야기 Ⅺ, 세트와의 마지막 전투 -
호루스, 아버지 원수 갚고 통일 이집트의 왕좌 올라
황금 개띠해, 무술년의 황금빛 태양이 힘차게 떠올랐다.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은 최고의 신 ‘라’를 뜻하기도 한다. 올 한해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지켜줄 태양의 축복을 기원하며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아들인 호루스가 악의 축이었던 세트를 상대로 펼치는 마지막 전투와 승리 이야기로 새해를 시작해본다.
멤피스에서의 첫 전투에서 승리한 뒤 호루스와 하르마키스는 상이집트를 향해 항해를 계속했다. 적들은 악어와 하마로 변해 나일 강의 양쪽 제방에서 공격해왔다. 호루스는 미리 노련한 대장장이들에게 쇠로 된 무기를 만들게 해서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악어와 하마가 보이면 그물을 던져 그들을 보트로 잡아당긴 다음 쇠로 된 창으로 찌르게 했다. 더불어 호루스와 하르마키스는 거대한 매로 변신해 각자 제방의 동족과 서쪽에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적들을 공격했고 적들은 이를 당해낼 수 없었다.
세트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둔갑해 대항했지만 하르마키스의 철퇴를 맞고 쓰러져서는 포로가 되었다. 쇠사슬에 묶인 채 신들의 회의에 끌려온 세트를 앞에 두고 위대한 신 라가 말했다. “이시스의 아들 호루스가 자신의 뜻대로 세트를 직접 벌할 수 있게 넘겨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모든 신들이 라의 말에 “좋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세트를 인계받은 호루스는 세트가 자신의 아버지 오시리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그의 몸을 14조각으로 잘라 버렸다. 그러나 호루스가 칼을 내려치기 직전, 세트의 영혼은 맹독을 가진 검은 독사에게로 숨어들어 훗날을 기약했다.
하르마키스는, 머리는 인간의 모습이고 몸은 사자인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후대의 그리스 사람들은 이를 스핑크스라고 불렀다. 스핑크스로 변신한 하르마키스는 이집트 전역에 남아있던 세트의 잔당들을 찾아 응징했다.
세트가 죽고 나니 전쟁은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지혜의 신 토트는 훗날을 내다보고 호루스에게 말했다. “이시스의 아들, 호루스! 마지막 싸움이 남아 있으니 아직은 방심하지 마라. 세트는 죽지 않았단다. 그의 영혼은 독사의 몸으로 들어갔고, 그 저주받은 파충류는 남쪽으로 내려가 무리들을 모은 후 다시 이집트를 공격하러 나일강을 따라 올라올 것이다. 마지막 전투는 이드푸에서 벌어질 것이다. 물론 너는 그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며, 사람들은 이를 기념하여 너를 위한 신전을 지을 것이다”
토트의 조언을 듣고 호루스는 다시 군사를 정비해 테베로 진군한 후 더 남쪽인 이드푸를 지나 엘레판티네 섬으로 갔다. 거대한 붉은 하마의 모습으로 섬에 서있던 세트는 호루스를 보고서 천둥과 같은 목소리로 저주의 말을 뱉어냈다. “사나운 비바람과 거친 홍수여! 나의 적들을 휩쓸어라.”
세트의 말과 함께 세상이 어두워지면서 거대한 물결이 솟아 나왔다. 사나운 물결은 곧 호루스의 함대를 덮쳤고, 호루스의 배는 엘레판티네 섬에서 수마일 떨어진 이드푸가지 밀려갔다. 그러나 12피트의 장신에 13피트나 되는 작살을 든 호루스는 황금 보트를 타고 세트를 향해 나아갔다.
세트가 거대한 입을 벌려 호루스의 보트를 부수려는 순간 호루스는 전력을 다해 그의 작살을 던졌다. 작살은 세트의 입을 뚫고 머리를 관통한 후 뒷머리로 빠져나왔다. 이 일격으로 신들과 인간의 적 세트는 영원히 숨을 거두고 만다.
마침내 세트가 죽자 온 땅이 다시 밝아졌고, 이드푸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호루스를 환영하고 신전 안에 있는 성소로 안내했다. 그 후로 이드푸에서는 이 날의 승리를 기려 매년 호루스 축제를 열고 위대한 호루스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기뻐하라, 이드푸의 주민들이여! 위대한 신 호루스가 오시리스의 원수를 무찔렀다. 붉은 하마의 고기를 먹고 그 피를 마시고 그 뼈를 불사르자. 그 몸을 여러 조각으로 자르고 부스러기들을 고양이와 파충류가 먹게 하자.”
“호루스에게 영광이 있기를. 용감한 전사, 세트를 무찌른 분, 오시리스의 외아들, 이드푸의 호루스, 작살을 휘두르는 분. 호루스에게!”
이리하여 호루스는 마침내 아버지 오시리스의 원수인 악의 세력 세트를 완전히 격파하고, 통일 이집트의 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매년 교수신문이 많은 언론에 언급되는 일이 거의 딱 한번 있는데, 바로 그 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할 때이다.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전국의 교수들에게 설문조사하여 1위를 발표하는 것인데, 작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 이었다. ‘불의를 깨뜨리고 정의를 드러낸다’는 의미다. 그 뜻과 같이 신화 속에서는 항상 구현되는 권선징악이 2018년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도 잘 이뤄지기를 염원해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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