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잃어버린 도시를 만나다
선시티 |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210km. 차로 2시간을 조금 더 달리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마도시, `선 시티(Sun City)`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남아공의 부동산 그룹 선 인터내셔널의 설립자 솔 커즈너가 사바나 초원지대에 호텔 · 놀이 공원 · 골프장 등의 오락도시이다. 1979년 12월 7일에 처음으로 문을 열 때 선 시티는 행정구역 상 남아공에 편입이 안 돼 카지노를 비롯한 유흥도시로 개발되었다. 1985년에는 ‘백인 전용 유락시설’이라는 이유로 존폐 위기를 맞았지만, 그 이후로 인종차별을 폐지하고 남아공의 모든 국민과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문을 개방하면서 21세기 최고의 테마파크 도시로 변신했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선 시티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바나의 평원 속 어느 작은 골짜기에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위락단지로, 필라네스버그 국립야생동물 보호구역 남쪽 경계지점에 위치한다. 최고의 숙박시설과 골프장, 대단위 위락시설을 갖춘 이곳은 한마디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모습을 너무나 많이 닮아 `남아공의 라스베이거스`라는 애칭이 붙었다.
솔 커즈너는 선 시티를 만들 때 고대 부족의 한 왕궁을 모티브로 조성했다. 남아공에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문명 세계가 도래하기 오래전, 북아프리카에서 고도의 문명을 가진 한 유목민들이 새롭고 넓은 땅을 찾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이 부족들은 신비의 궁전을 찾아 수년 동안 방랑하다가 남쪽으로 내려와 그들의 바람대로 비옥한 땅을 찾게 된다. 그들이 찾은 땅이 오늘날 `파도의 계곡`으로 잘 알려진 `태양의 계곡`이 되었다. 이 유목민들은 이동할 때 문화뿐만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기술도 함께 가져왔다. 특히, 이 부족은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었던 세상보다 더 아름답고 풍족한 세계를, 정글 속에 궁전을 세웠다. 하지만, 대지진으로 인해 아름다웠던 계곡은 일순간에 사라지게 되었는데, 마치 잃어버린 왕국, 아틀란티스 전설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후 몇 세기 뒤 고고학자들이 궁전을 발굴했으며, 옛 흔적을 복원해 내기 시작했고 오늘날 가장 화려한 선 시티가 잃어버린 도시의 왕궁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전설을 배경으로 건축된 선 시티는 1974년부터 나지막한 골짜기에 숙박시설이 하나씩 생기면서 새로운 왕국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 씩 늘어나면서 확장의 필요성을 느꼈고 1980년에 현재 모습으로 규모를 키우게 되었다.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호수, 수준급 골프 코스 2곳, 엔터테인먼트 센터, 호텔, 정원, 풀장, 과거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시간의 다리 등 완벽에 가까운 시설을 갖춘 왕국으로 재탄생하였다.
선 시티 내부는 4개 호텔(팔레스, 캐스케이드, 메인, 카바나스), 2개 골프 코스, 카지노, 대형극장, 그리고 종합오락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아프리카 최고 휴양도시로 꾸며져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잃어버린 도시의 왕궁(The Palace of the Lost City)`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편리한 내부시설 그리고 우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이미지로 꾸며진 최고의 호텔이다. 각종 영화의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 왕궁호텔은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두 차례 유치하기도 했으며,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한 번씩은 다녀간 곳으로 유명하다. 고대 잃어버린 왕궁을 연상케 할 만큼 고전적이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호텔 앞으로는 다양한 라군(Lagoon)이 펼쳐진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라군은 숲 속, 바다, 정글 등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코끼리 아트리움을 지나 외부로 나오면 커다란 나무 조경이 멋진 정원으로 연결되는데, 마치 울창한 밀림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선 시티가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파도 풀장과 고운 모래가 가득한 해변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드벤처 마운틴이나 골드마인, 파도의 계곡 등은 카지노 다음가는 명소이기도 하며, 그중에서도 어드벤처 마운틴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테니스 코트와 골프 코스를 비롯해 제트 보트,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볼링 등 다양한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또한, `남아공의 라스베이거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선 시티 카지노 역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최대 관심거리다. 선 시티 호텔에 자리한 카지노는 매일 오후 1시에 개장하는데 아메리칸 룰렛이나 블랙잭, 포커, 푼토반코 등을 즐길 수 있다. 선 시티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치 잃어버린 왕국에 온 것처럼 아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로 가득 차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만약 선 시티에서 야생의 거친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한다면 사파리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선 시티 담장 밖은 필라네스버그 야생동물보호 구역이라 자연스럽게 사파리 여행이 가능하다.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사파리 여행은 남아공 여행의 백미가 될 것이다. 넓은 초원, 사바나에서 동물을 관찰하기에는 햇살이 따가운 낮보다는 일출과 일몰 전후가 적당하다. 남아공의 11~12월, 평균 기온은 25도이지만, 아침저녁에는 기온이 쌀쌀해 긴 옷이 필요하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사파리 여행은 태양이 서서히 올라오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프차를 타고 초원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코끼리, 얼룩말, 영양 무리, 하마, 사자 등 초원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론 자동차가 다큐멘터리처럼 길이 없는 곳으로 마구 달리며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길 양 옆으로 사바나의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TV가 아닌 우리 눈앞에 거대한 코끼리 무리들이 이동하는 모습이나 저 멀리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초식동물들을 볼 수 있다. 사파리 여행은 운이 많이 따라 줘야 버펄로, 코끼리, 표범, 사자, 코뿔소 등 이른바 빅5으로 불리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까지는 신의 한 수가 필요한 셈이다. 3시간가량의 사파리가 끝나면 선 시티에 아침이 밝아 온다.
광활한 사바나 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선 시티와 그 주변의 야생지역을 여행하다보면 평생 잊히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 몸과 마음속에 소리 없이 쌓인다. 추억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직접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법. 오래도록 남을 추억을 만들어 갈 주인공은 이제 당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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