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곳적 신비 간직한 환상의 섬
말레이시아 르당(Redang) |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추억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자."
영원히 파란 하늘 밑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휴양지는 잡지나 사진을 통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다. 삶의 여유와 낭만 그리고 자연의 풍요로움이 한 장의 사진에 녹아든 휴양지는 도시생활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일탈을 부추기는 요소가 된다. 그런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한껏 품어주는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 플라우 르당이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이름의 르당은 유럽인과 일본의 소수 신혼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오지 속의 휴양 섬이다. 말레이시아에 있기 때문에 거리상 우리나라에서 가깝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르당까지 가는 여행은 오지를 가듯 멀고 험난하다. 서울에서 한 번에 가는 비행기가 없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관문인 콸라룸푸르로 간 뒤 국내선을 이용해 40분가량 콸라트렝가누까지 날아간다. 그리고 다시 이곳에서 버스와 페리를 이용해 마침내 오지 속에 숨겨 놓은 보석 르당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먼 곳까지 가는 것일까?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대답은 르당만이 가진 자연의 신비와 환상적인 섬의 모습 때문이다. 휴양지가 거기서 거기겠지만, 복잡하고 식상한 휴양지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겐 르당이 안성맞춤이다. 화려하지도 번잡스럽지도 않고 조용하게 쉬면서 사색하고 평온하게 잠시 동안 머물 수 있는 르당은 말레이시가 숨겨 놓은 또 하나의 보석이다.
말레이반도 북동쪽에 위치한 콸라트렝가누 해안에서 45㎞ 떨어진 르당은 말레이시아 최고의 맑은 바닷물과 풍부한 해양식물 등으로 유명한 해양공원이다. 제주도의 반 정도 크기에 1300여 명이 살며, 깨끗하고 푸른빛 바다와 하얀 산호, 모래밭 등이 펼쳐져 전 세계 다이버들과 편안한 휴양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곳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리조트마다 맛있는 중국식 해물요리와 말레이시아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 또한 르당만이 가진 매력이다. 특히 생선요리인 `스위트 사우워 피시` 와 소고기 요리인 `비프 바그릿` 등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으며 치킨과 야채 꼬치구이인 `사테` 도 인기 메뉴다. 람부탄 망고, 파파야, 망고스틴 등 열대 과일도 맘껏 맛볼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짙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눈부신 에메랄드빛 바다를 가슴으로 안는 순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쿠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르당은 산호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83년 해양공원으로 지정해 어로 행위와 동식물 채취 행위를 금하고 있다. 덕분에 오염되지 않은 태초의 바다와 숲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르당이다. 한낮에도 파란 하늘을 나는 박쥐를 볼 수 있고, 뜨거운 모래밭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이구아나와 도마뱀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적한 분위기와 보드라운 모래사장에서의 추억을 즐기다보면 에메랄드빛의 바다 속으로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된다. 이럴 땐 스노클링, 수영, 스쿠버다이빙, 정글트레킹, 카누, 보트를 즐기기에 완벽한 곳이 바로 르당이다.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한 20분쯤 나가면 열대어들이 곳곳에 모여 있고, 스노클링은 서너 살짜리 꼬마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저렴한 가격에 체계적으로 배우고 자격증도 얻을 수 있다. 일단 비디오를 통해 먼저 호흡법, 몸 가누는 방법, 간단한 수화 등을 배우고 나면 산소통보다 더 작아 보이는 체구의 원주민이 직접 물속으로 안내한다. 손을 잡고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걸어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열대어들의 세상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저 위로 태양빛이 보인다.
영화 '인어공주‘를 상상하면서 본격적으로 바다 깊숙이 몸을 맡기면 3000여 종의 열대어와 500여 종의 산호들이 마치 인상주이 그림처럼 너무나 강하고 아름답게 눈앞에 펼쳐진다. 만약 헤엄치다 산호 속에서 우연히 초록거북을 만나게 되면 감탄사가 절로 날 만큼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르당을 대표하는 초록거북은 멸종위기의 생물이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서식한다. 보통 어미거북은 약 100여 개의 알을 낳는데, 이 중 한두 마리 정도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 든 이유도 있지만, 초록거북 알 요리를 맛보려고 한 사람들과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는 주변 환경 때문에 초록거북의 생활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의 화두가 르당 바다 속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초록거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자 행운을 의미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수많은 물고기와 산호 그리고 초록거북을 만났다면 좀 더 이 섬이 가진 한가로움과 삶의 여유를 찾아 속살로 몇 발짝 들어가 보자. 말 그대로 휴양지로서 인간이 만들어낸 편의시설은 거의 없고 자연 원시 상태에서 그저 먹고 쉬고 놀면 되는 곳, 르당. 야자 그늘에서 책을 읽거나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모래밭에 누워 뜨거운 남국의 햇살에 `도시의 균`을 씻어버리면 된다. 만약 문명의 이기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르당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곳의 리조트들은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만, 요란하거나 화려한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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