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와 숲의 아름다움 모두 갖춰
힐링의 숲 소산 오름 |
누가 그런다. ‘날씨가 더운 게 아니라 사람을 삶고 있다고...’ 정말 푹푹 찌는 더위가 입추가 지나도 여전하다. 그래도 제주도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쉽게 숲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인 것 같다. 머리 아픈 에어컨 바람이 아니라 숲에서 불어오는 건강한 바람이 겨드랑이 사이로 지날 때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짜릿하다. 제주의 많은 숲과 오름, 곶자왈이 있지만 어렵게 오르지도 걷지도 않고 자연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숲이 ‘제주시 아라동 소재’에 있다. 한라산 관음사 가는 길에서 살짝 옆으로 빠지면 쉽게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곳은 ‘제주시 아라동 역사문화 탐방로’이기도 하며 ‘편백나무 숲길’로도 표기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의 시작점은 ‘소산 오름’이다. 표고가 416m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오르는 높이는 비고 48m에 불과한 작은 오름이다. ‘고려 중기 진시황제의 명으로 제주도의 혈을 끈으로 왔던 호종단이 돌아가는 길에 아직 남아 있는 한라산의 혈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솟아올라 ‘소산 오름’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유래’가 말해 주듯 산천단 쪽에서 오르면 가파른 경사를 느낄 수 있지만 관음사 길에서 시작하면 편안한 숲길로 이어진다. 근처의 ‘서삼봉과 삼의악을 연결해서 트레킹 길을 만들어 놓았지만 편백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내 몸을 맡겨보는 여유로움은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의 기온이 떨어 질 때 쯤 산책로를 따라 걷어 보자. 숲 가장자리 여린 잎을 가진 풀과 나무는 힘없이 잎이 돌돌 말려 쳐져있는 모습에 내 속이 타는 듯하다. 가뭄에 말라가는 중에도 가녀린 꽃을 피우며 생명을 이어가는 ‘파리풀’이 대견하다. 파리를 닮아 파리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예쁜 꽃을 보면 파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파리풀의 뿌리를 짓이겨 종이에 스며들게 한 후 놔두면 여기에 파리가 달라붙어 파리를 잡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온 집안 여기저기 매달려있던 파리 끈끈이의 원조 인가보다. 옛날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의 목숨을 구해 줬다는 노란 ‘짚신나물’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보일 듯 말 말듯 피어 있는 ‘털이슬’의 이슬 같은 꽃도 그냥 지나치지 못 하게 한다. 7월의 무더위에도 열심히 꽃을 피웠을 ‘산수국’의 헛꽃이 돌아누워서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삭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이삭여귀’도 숲의 가장자리를 장식한다.
‘아라동의 문화 유적지’라는 푯말과는 달리 자세한 내용이 없어 아쉬움이 있지만 빼곡한 대나무 숲과 아직도 마르지 않고 남아 있는 물통의 흔적으로 사람이 살았던 마을이 있었던지 절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해본다.
아기자기한 숲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쭉쭉 뻗은 나무 사이 평상에 앉아 숨을 고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소소한 이야기도 있고 숲의 아름다움을 다 갖추고 있는 ‘소산오름’의 매력을 느껴보면 좋겠다.
더위에 지쳐 에어컨 바람에 의지하다 몸이 상하게 된다. 막바지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는 방법은 숲으로 가는 것이다.
책가방의 무게가 힘겨워 보이는 초등학교 1년처럼 아름드리나무 사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 어린 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건강한 숲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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