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 쉬멍 걸으멍 생명의 숲에서 가을을 만나다
안덕면 화순 곶자왈 |
싸늘한 기운에 잠을 깨는 가을 찬 공기가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한다.
무더위와 가물었던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맞는 곶자왈의 숲 화순 곶자왈에 다녀왔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속하는 ‘화순곶자왈’은 도내 곶자왈에 처음으로 탐방로를 만들어서 아름다운 곶자왈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던 곳이다.
인근 상천리에 있는 ‘병악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화순 바닷가로 흘러내리면서 길이 9km, 넓이1.5km의 곶자왈을 만든 것이 화순 곶자왈이다.
도로변 입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들어서면 숲이 시작됨과 동시에 참 좋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솔길 따라 ‘개모시풀’이 공손이 인사를 하듯 길 넓은 잎이 늘어져 있다.
소가 좋아하는 식물중 하나인 ‘개모시풀’은 넓은 잎이 깻잎처럼 생겼는데 그 중에 큰 잎은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가릴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라서 제주도 시골 아이들의 유년시절의 추억에 남아 있는 식물이다. 봄이면 입안이 검게 물들어 웃을 때 서로의 괴한 모습에 함빡 웃음을 주던 ‘삼동’열매를 배불리 먹고도 아쉬워 따서 넓은 개모시풀잎에 싸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제주어로 ‘탈’이라고 했던 야생 딸기들이 열리는 시기에도 어김없이 ‘개모시풀’은 멋진 포장지 역할을 했었다. 새끼손가락 길이의 가시가 무시무시한 ‘탱자나무’는 어느새 초록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었다. 길고 무섭게 생긴 가시의 위력이 대단해서 옛날에는 집의 울타리용으로 많이 키웠으며 감귤나무의 접목으로 사용한다. 좋은 약재이기도 하다.
바닥가득 떨어져 있는 초록색 열매는 ‘무환자나무’열매이다. 이름처첨 집에 심으면 아픈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이 열매로 절에서 쓰는 ‘염주’를 만든다고 한다.
화순 곶자왈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 중 하나이다.
하얀 분칠한 복분자의 어린 순들과 눈인사를 하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돌무더기위에 고사리종류와 이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그 위에 때죽나무의 맹아림과 잡목들이 빼곡히 숲을 만들고 있다. 송이 길과 나무 데크 길이 적당히 분배되어 만들어진 탐방로는 전혀 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나무 데크가 있는 곳은 굴곡이 있게 만들어져 요철 형태의 곶자왈 지형을 그대로 살려 융기지역과 함몰지역의 차이를 제대로 체험 할 수 있다.
제주도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다량 함양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숨골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숯을 굽고 목재로 나무들이 배어지고 말과 소를 방목했던 곶자왈은 사람의 관섭을 받아 태초의 원시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의 모습은 원시림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신비한 원시림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울창한 나무들은 어느 숲이나 있지만 태초의 모습 그대로 진화 없이 자라는 양치식물인 고사리 종류들과 이끼류, 지의류들이 사시사철 초록의 숲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틈 사이로 올라오는 지하수 수증기의 따뜻한 공기는 숲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어서 상록의 싱그러움을 언제나 만끽할 수 있는 제주의 곶자왈은 제주도를 떠나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화순 곶자왈은 일제강점기에 군막사가 있었던 흔적과 지금도 소를 방목하지만 ‘잣담’을 쌓아 소와 말을 방목했던 목축문화의 흔적인 ‘잣성’이 남아 있어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소와 말을 방목하면서 태우리들이 높은 곳에서 자기들 소와 말을 지켜봤던 태우리 동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살짝 햇볕을 맞는 언덕에 오르면 겨드랑이 땀을 식혀주며 온 몸 가득 가을바람의 여유로운 행복이 퍼지는 바람의 언덕도 이곳의 매력이다.
쉬엄쉬엄 걸어 전망대에 올라서면 한라산를 비롯해서 산방산 앞 바다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화순 곶자왈의 발언지인 ‘병악오름’이 곶자왈 넘어로 보여 숫자로는 느낌이 없던 화순바닷가까지 이어진 곶자왈의 너비와 길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앞에는 방목하는 소가 바닥의 풀을 다 뜯어 먹고 천연 잔디와 군데 군데 찔레나무만 남아서 초록의 정원이 멋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초록의 평화로움을 멋진 정원사인 소들의 한가로운 모습에 내 마음에도 고요한 평화가 온다.
‘놀멍 쉬멍 걸으멍’ 화순 곶자왈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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