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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 같은 C형 감염의 습격

제주한라병원 2016. 3. 28. 09:52

날벼락 같은 C형 감염의 습격

32년 전 미국 LA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 취재를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저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LA병원으로 옮겨 4개월간 치료를 받고 귀국했습니다.


척수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생활을 하다가 귀국 즈음에 그곳 병원에서는 저에게 C형 간염이 생겼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고 전부터 간염은 없었는데 왜 난데없이 그런 병이 생겼냐고 물으니까 척추 수술을 할 때 수혈과정에서 발생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당시 저는 걷지 못하는 것만 고민할 때여서 C형 간염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하반신 마비를 당해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머나먼 과거지사이고 타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보상 문제는 포기하고 긍정적인 마음만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득문득 간경변-간암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공포감도 있습니다.


귀국해서 알아보니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한 감염이 가장 많아서 오염된 침, 바늘, 면도기 등을 통하거나 문신, 귀뚫기 등의 침습적인 행위를 통해 감염된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수혈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도 많았으나, 1992년 우리나라에서 모든 헌혈 혈액에 대해 C형 간염 감시검사를 시행한 이후 수혈 감염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증상은 대부분 무증상으로서 건강검진 등에서 우연히 확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피로감, 소화불량, 상복부 불편감, 황달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 C형 간염 환자는 3~6개월에 한 번씩 혈액 검사와 함께 초음파나 CT를 시행하여 간 상태와 복부 장기의 상태를 관찰합니다. 만성 C형 간염의 임상경과는 매우 다양합니다. 약 30%의 환자들은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간경변증이 발생하면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만성 C형간염의 표준치료는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과 경구약인 리바비린의 병합요법입니다. 페그인터페론은 매주 한 번 근육주사를 하고 리바비린은 복용합니다.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형에 따라 24주 또는 48주간 치료를 시행하게 되는데, 치료를 완료한 환자들의 약 70~90%에서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되어 완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8년 전 서울대학교병원에 가서 문의하니 담당 의사는 병이 완치될 확률은 50% 이하이고 주사를 맞으면 배탈 등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괴로울 것이고 치료비는 4천만원 이상 들 것이라고 해서 저는 포기했습니다. 제 몸에는 C형 간염으로 인한 증상이 특별히 나타난 것이 없었고 동네 의사는 우루사만 꾸준히 복용해 보라고 권해 지금까지 별 이상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다나의원에 대한 익명의 제보로 양천구보건소에서 사실을 확인한 결과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 확인된 사람이 처음에는 18명이었습니다.


다나의원 원장은 2012년 뇌내출혈이 발생한 후유증으로 장애(장애등급 2급·뇌병변장애 3급·언어장애 4급)를 얻었는데 부인이 간호사들에게 채혈검사를 지시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다나의원 원장은 방역당국의 조사에서 “뇌내출혈 발생 이후부터 주사기를 재사용해왔다"고 진술했습니다.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 집단발병을 일으킨 다나의원을 내원했다가 C형간염에 걸린 환자들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을 감수하면서 제2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나의원 C형 간염 감염 피해자 이민호(33ㆍ가명)씨는 “지난해 10월 감기에 걸려 집 근처에 있는 다나의원에서 5번 정도 수액을 맞았다. 부모님께도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권유해 아버지(65)도 독감 예방주사와 수액을 맞았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다. 이 병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에 검사결과 이씨와 아버지 모두 C형 간염에 걸려 있었다. 이씨는 간 수치가 정상(30)의 400배가 넘는 1,300까지 치솟았고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도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걸린 C형 간염은 우리나라 전체 C형 간염 환자의 1% 미만이 걸리는 ‘1a형’이기 때문입니다. 감염환자 97명 중 절반이 넘는 51명이 1a형입니다.


치료제인 ‘하보니’가 있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약값이 3개월간 4,600만원이나 듭니다. 외국계 회사의 2년 차 직원인 이씨가 자신과 아버지의 치료비 1억원을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하보니’의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심사하고 있지만, 빨라야 7월쯤 건강보험이 적용될 전망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다나의원 사태가 터지자 피해자들이 산하기구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분쟁조정원)을 통해 조정을 받도록 지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조정 신청에 필요한 진료기록서를 떼는 데만 한 달이나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다나의원을 내원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진료기록서가 필요했지만, 사본을 보관해야 할 양천구보건소는 “자료가 없으니 경찰에 문의하라”고 떠넘겼고, 경찰은 “조사 중”이라며 미루었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분쟁조정원에 신청한 피해자는 10명뿐입니다. 그나마 조정이 개시된 피해자는 6명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3월 7일 강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C형 간염 피해자들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황당해 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정부는 그 동안 우리의 지원 요청에 대해 ‘다른 환자ㆍ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모두 거부해왔다”며 “그런데 같은 이유로 C형 간염에 감염된 원주 피해자들만 지원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A씨는 정부에 대해 “국가에서 공인하고 보건당국에서 관리하는 일반적인 병원에 갔다가 이런 희귀병을 얻게 된 것”이라며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이전의 건강상태로만 되돌려달라는 것”이라고 바라고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 사건은 지난 2월 29일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경찰이 1차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3월 13일 옛 한양정형외과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수사중인 강원 원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자가혈주사(PRP)시술시 사용하는 국소마취제가 오염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PRP시술시 국소마취제로 사용하는 리도카인(Lidocaine)을 섞어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가혈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직접 리도카인이 든 병에 꽂아서 사용하는데 잦은 사용으로 병 내부 공기압이 낮아져 오염물질이 병 내부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번 원주 C형간염 검사 대상자는 1만5443명이며 지난 7일 정부의 피해자 치료비 우선 지원 방침 이후 4000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해 혈액 매개 감염병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 감염자는 316명이며 우선 치료 대상자는 157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보건소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검사 이후 양성 환자는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편 원장 노모(59)씨는 지난 4일 경찰의 2차 소환을 앞두고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충북 제천 양의원에서도 C형 감염 사태가 발생해 보건당국은 각종 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감염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치료비 지원이나 시원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우리의 복지사회는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