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연재종료코너/천일평칼럼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일까

제주한라병원 2016. 1. 27. 09:58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일까

척수손상을 입고 휠체어를 탄 지 31년이 지난 최근 엉덩이에 욕창이 심해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욕창으로 입원한 경험이 몇 번있는 후배가 있어 물어봤습니다. 어떤 의사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가장 좋은 의사는 욕창 부위를 자주 살피고 관심을 갖고 환자와 대화를 많이 가지는 의사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지난해 9개월동안 세 번이나 입원한 적이 있는데 담당 의사가 꼼꼼히 살펴주지 않고 괜찮다고 해서 퇴원했더니 욕창 부위가 또 터져 재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입원시 의사와 자주 대화를 갖고 의사가 상처 부위를 잘 살펴봐야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병원만 들락거리고 허송세월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의 사업체는 휠체어 등 각종 장애인 장구를 수선해 주거나 장구 장비, 장애인들의 일상용품 판매입니다.   


그리고 휠체어 환자가 편리하게 병원 생활을 할 수 있어야 입원 기간 고생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입원한 병원은 분당서울대병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상위 병원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데 침대 폭이 작아 불편했습니다. 10cm 정도 더 넓었으면 한 시간에 한 차례씩 몸 자세를 바꿔야 욕창 방지에 도움이 되는 장애인들에게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아내가 거드느라 힘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침대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었지만 가장 낮게 해도 장애인 혼자서 오르내리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오르내릴 때마다 옆에서 아내가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아내가 힘이 들었습니다.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반 병실은 2인실이나 5인실 모두 너무 좁아 사용하기가 불가능했습니다. 휴게실에 있는 화장실 한 군데가 그나마 사용이 가능했는데 여자용 화장실에만 한 칸이 있어 함께 사용하기가 눈치가 보였습니다.


샤워실은 70명 환자 당 한 군데가 있었지만 ‘준비 중 사용 금지’라고 되어 있고 필요하면 다른 층에 가서 하라고 안내하더군요.


지난해 12월 29일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연말연시여서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9일 첫날은 성형외과에서 의사의 진단 후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의사는 욕창으로 인해 엉치뼈가 세균으로 감염될 수도 있어 정밀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사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이틀이나 지나서야 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수술 날짜는 1월 4일로 정해졌습니다. 입원한 지 엿새나 지난 날짜입니다.


그동안 받는 처방은 혈당, 혈압, 체온 측정, 항생제 주사와 체크, 욕창 부위 하루 한 차례 드레싱 처치가 전부입니다. 깨끗하게 소독을 하고 닦아내는 드레싱 처치는 인턴이 와서 해주는데 언제 올 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나의 일정이 차질을 빚는 일이 잦습니다.


한번은 저녁 9시에 항생제 수액을 놓았습니다. 두 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수액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그때마다 간호사가 팔뚝을 이리저리 돌려 방향을 잡느라고 고생 끝에 새벽 1시 13분이 되서야 끝났습니다. 4시간 넘게 지켜보느라 잠을 설친 끝에 새벽 2시 반이 돼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만일 이처럼 빈 시간에 담당 의사가 하루에 두 차례 가량 찾아오든지, 자신의 진료실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환자, 보호자와 나누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 환자는 허송세월을 보내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앞으로 일정을 알게 돼 답답했던 마음이 풀어질 것입니다. 물론 이러려면 의사가 시간을 쪼개야 하고 과제가 늘어나 바빠지거나 골치가 아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통입니다. 의사와 환자, 환자와 의사 간에 소통이 잘 되면 양쪽 모두 좋아지게 돼고 서로 기분좋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다니는 병원이 마음에 안 드는 건 대부분 의사의 말이나 행동, 태도, 표정, 말 등 주관적인 판단이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이나 기술의 정도보다는 ‘사람’에 관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환자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따뜻한 마음의 의사, 환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들어주는 의사들입니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의료정보 개방화로 웬만한 환자들도 자신의 증상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일부 의사는 대화를 자제하고 있다며 환자들은 더 답답해 할 것입니다.     

        
한라병원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환자의 권리와 의무’는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발전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환자의 권리는 진료받을 권리, 알권리 및 자기 결정권,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 등 4가지를 마련했는데 이중 알권리에서는 ‘환자는 담당 의사, 간호사 등으로부터 질병 상태, 치료 방법, 의학저 연구 대상 여부, 장기이식 여부, 부작용 등 예상 결과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세히 물어볼 수 있으며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적시해 환자와 의사의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좋은 의사, 명의는 최신의 지식을 습득한 유명 대학병원 의사도 좋지만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환자, 환자 가족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는 의사를 바랍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한달간 입원해 있으면서 저는 나름대로 나서서 담당 의사와 소통할 기회를 찾으려 했는데 하루에 2~3분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되도록 알고 싶은 부분은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어떨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