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에 인색한 대한민국…동남아국가보다도 적어
“세상 모든 부모들처럼 엄마, 아빠도 네가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 우리는 다음 세대의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서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들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단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31)-프리실라 챈 부부가 지난 12월 1일 통큰 기부를 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일주일 전 출생한 딸 맥스를 기념해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 99%(450억달러ㆍ52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딸에게 쓴 편지로 따뜻한 감동을 줍니다. 이 액수는 미국 기부왕인 포드, 록펠러, 카네기의 자선재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배 많은 액수입니다. 저커버그는 평소 3천만원대 폴크스바겐 골프를 타고 다니고, 회색 티셔츠과 모자달린 후드 재킷을 즐거 입고 다닙니다. 그의 연봉은 고작 힌달 1달러 밖에 안됩니다.
세계 부호 순위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미국의 빌 게이츠(재산 797억달러ㆍ92조5300억원)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는 투자의 귀재인 미국의 워런 버핏(640억달러ㆍ74조3000억원)과 함께 재산의 반 이상을 내놓으며 2010년에 세계 각국 부호들에게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라고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기부단체를 설립해 부자들에게 기부를 하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재 더 기빙 플레지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전세계 15개국에서 139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폴 앨런(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이베이 창업자), 래리 엘리슨(오라클 창업자), 어윈 제이콥스(퀄컴 공동 창업자), 블라디미르 포타닌(러시아 신흥재벌), 조지 루카스(영화감독) 등이 포함됐습니다.
자산 10억달러(1조1600억원) 억만장자를 중심으로 하는 더 기빙 플레지인데 국내에도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40여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에 우리나라 부호는 한 명도 없습니다.
멀리 ‘더 기빙 플레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의 대표격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회원수는 930명(11월 기준)으로 총 약정금액은 1,013억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1조4351억달러(1666조원)에 달하는 세계 경제 11위국에 비해 고액기부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을만 합니다.
근래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 유일한(1895~1971) 박사는 1971년 숨을 거두며 회사 주식 등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습니다.
그는 유언을 통해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자립해서 살아가라"며 아들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았고, 딸에게도 "어린 학생들이 뛰놀게 하라"며 자신의 묘가 있는 유한공전 내 동산 5000평만 남겨 주었습니다.
딸 유재라 여사도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 1991년 전 재산(시가 200억원 상당)을 비영리법인 유한재단에 기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부를 보유한 집안은 삼성가입니다. 이건희 회장 일가 자산은 10월 포브스 집계 기준 30조1378억원(266억달러)입니다.
개인 별로는 1위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 재산이 13조8천억원(119억 달러)입니다.
국내 2위 부자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85억달러(9조9천억원)입니다. 3위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으로 70억달러(8조1천억원)이고 4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48억달러(5조6천억원)이며 지난 8월 사면 복권된 5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위로 42억달러(4조9천억원)입니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대기업의 총수들이나 오너들은 자식을 낳으면 기념으로 주식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빙 플레지와는 많은 게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던가, 또는 법률적으로 죄가 들통 나서 감옥에 간다든가, 이래서 상당히 경영위기 상황이 왔을 때, 또는 상속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대부분 기부를 합니다. 통상적인 평시에는 연말연시, 국가적인 재난 시에 기부를 합니다.
2010년 한국의 기부 순위는 세계 81위로 낮습니다. 2011년 조직된 ‘나눔국민운동본부’와 몇몇 언론사 및 단체들이 노력한 결과 2012년에는 기부 순위가 46위까지 올라갔지만 2014년에는 다시 60위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부 총액은 12조49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87%를 차지했습니다. 미국(2.0%), 뉴질랜드(1.35%) 등의 선진국에 많이 뒤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미얀마, 필리핀, 라오스 등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들보다 기부를 적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소득격차가 큰 국가의 부자일수록 자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부가 소수의 사람들에 집중되면 부자들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중요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며 “자신이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당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 결과 “타인에게 자선을 베풀 의지가 희박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박석민(전 삼성)은 얼마전 FA(자유계약선수)로 NC 다이노스와 4년간 86억원(계약금 56억원, 연봉 30억원)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2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일 2015 사랑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롯데 포수 강민호를 선정했습니다.
강민호는 2004년 롯데 입단 이후 부산광역시와 유니세프, 스포츠구조연맹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지역의 폭우 피해 이재민을 위한 성금(3000만 원), 디딤씨앗통장 후원금(1000만 원) 기부와 매년 지역소아암협회와의 자매결연을 통해 소아암 환우를 돌보고 소장품과 구단 상품을 판매하여 얻은 수익을 기부하는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강민호는 양산시 물금읍에 선수의 이름을 딴 ‘강민호 야구장’을 건립하는데 2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타자’이승엽은 지난 11월 28일 원 소속구단 삼성과 2년간 36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0억 원) 조건에 FA 재계약을 맺으며 꿈나무 야구선수 육성을 위해 계약금 가운데 3억 원을 출연, 가칭 ‘이승엽 재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승엽은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많은 액수의 기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밀려 우승을 놓쳐 5년 연속 통합우승에 실패했으나 사단법인 청소년선도위원회에 2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2011년 취임 이래 매년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2년전에는 재계약 후 3억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SK의 이재원, LG의 박용택, 오지환 등 주전선수들은 난치병 환자를 위해 기부 활동을 하고 있으며 롯데의 손승락은 아너소사이어티에 1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연말연시에 기분 좋은 소식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기부를 하면 그 자신도 기분이 좋고 뿌듯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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