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일어선 베토벤 헬렌 켈러 우사인 볼트
우리말에 ‘골골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며 오래 살 것으로 보이던 사람이 의외로 일찍 저세상 사람이 되는 반면 골골하던 사람은 그런대로 오래 사는 경우를 자주 본다는 말입니다. 일본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일병식재(一病息災, 이치비요우쇼쿠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골골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라고 하는 우리말과 같은 용어입니다. 하나의 병을 가지고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무리를 하지 않으며 늘 관리를 하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다리를 못 쓰는 젊은이가 골프도 치고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고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줘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2012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우승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3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우사인 볼트’, 프로당구선수 ‘자넷리’, 미국 여자프로골프선수 ‘스테이시 루이스’ 등 세 명의 선수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선천성 척추측만증입니다.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만곡 또는 편위 돼 있는 상태로 구부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외관상 문제뿐만 아니라 변형이 심한 경우에는 주위의 장기를 전위시키거나 압박해 심각한 기능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요통이 오며 척추가 휜 부위나 휜 정도에 따라 치료하기 어려운 증상으로써 운동선수들에게 힘든 증상으로도 손꼽힙니다. 척추측만증은 심한 경우 점차적으로 폐기능이 약화돼 운동 중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기도 합니다. 운동선수들에게 큰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질병이자, 일반인도 10명 중 5명 이상이 흔히 앓을 수 있는 질병이 척추측만증입니다.
볼트는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늘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어깨와 골반이 평행을 이루며 뛰는 다른 선수와 달리 어깨와 골반이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고교 시절에는 넓적다리 통증으로 육상을 중도 포기한 적도 있는데 이러한 불리함을 이겨내기 위해 볼트는 맞춤 훈련과 재활치료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냈습니다. 달릴 때 측만증으로 인해 허리에 부담이 가중됐고 특히 출발할 때 무릎이 측면을 향해 경쟁 선수들에 비해 스타트가 늦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볼트는 허리, 배, 골반 부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척추를 지탱하는 힘을 키웠고 그 결과 근육이 척추를 받쳐주게 돼 심한 골반 흔들림이 오히려 무기가 됐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양치기였던 소년 다윗이 거구의 적국 장수 골리앗을 대적해 ‘무릿매’(작은 돌을 끈에 맨 후 끈의 양 끝을 잡고 휘두르다가 한쪽 끝을 놓아 돌을 멀리 던지는 팔매. 끈 달린 돌팔매)로 이마를 맞춰 쓰러뜨린다는 내용입니다. 물리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강한 상대에 맞서 지혜롭게 싸운다는 의미의 비유로도 곧잘 쓰입니다. 사무엘상 17장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이긴 것으로 표현됐지만 세상사에서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도 이길 수 있는 비율이 상당히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투에서 약소국이 이길 확률은 28.5퍼센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베트남의 게릴라전처럼 강대국의 룰을 따르지 않고 다르게 접근한 전투에서는 약소국의 승률이 63.6퍼센트까지 올라갑니다. 작고 약하다고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다윗고 골리앗>에서 가난, 장애, 불운, 압제 등 피할 수 없는 강력한 거인 앞에 선 평범한 사람들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난독증에 걸려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던 소년 데이비드 보이스는 청각을 발달시켜 들은 내용을 적지 않고 암기하는 능력을 키워 미국 정부를 대변해 MS 반독점 소송을 담당한 유명 변호사가 되었고 미국에서 가장 고액의 변호인이 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이케아 대표, 골드만삭스 회장 등 성공한 기업가들 중 3분의 1이 난독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 런던시립대학교의 연구 결과입니다. 난독증은 개인에게 커다란 시련이지만, 오히려 그 독특한 시련의 장점을 활용하여 승리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난독증을 앓은 개리 콘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습니다. 바보라고 무시당했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22페이지를 쓰는 데 6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대형 증권사의 고위 임원과 합승한 택시에서 그는 마치 경험 많은 옵션 트레이더인 것처럼 연기합니다. 이를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건축자재 판매상으로, 능력 있는 마켓 트레이더로 변신한 그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업무와 증권업무, 투자관리, 기타 금융서비스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미국계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대표가 됐습니다.
존경과 사랑을 받은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1867년~1957년)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명성있는 지휘자입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그는 원래 첼로 연주자로서 심한 근시로 인해 연주 중에는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연주 때마다 연주할 악보를 모두 외워서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주회를 앞두고 그 악단의 지휘자가 갑자기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단원들 중에 누군가에게 지휘를 대신 부탁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그때 악보를 모두 외우고 있던 토스카니니가 선발되어서 임시 지휘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세계적 대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만약 토스카니니가 그토록 시력이 나쁘지 않았다면 유럽의 한 첼로 연주자에 불과했었을 것입니다.
서양 음악의 최고봉인 독일의 작곡가 베토벤(1770년~1827년)은 1800년경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불행을 딛고〈영웅 교향곡〉〈운명 교향곡〉등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32곡의 피아노 소나타, 16곡의 현악 4중주,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오페라 등 세계 음악 사상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복합 장애인으로 유명한 미국의 헬런 켈러 여사(1880년~1968년)는 인문계 학사를 받은 최초의 시각, 청각 중복 장애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헬렌 켈러는 생후 19개월 후에 성홍열과 뇌막염에 걸려 장애를 입었지만 7살 때부터 집안에서 60개가 넘는 수화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했고 소련의 시청각 장애 심리학자 A. 메스체리코프의 가르침을 받아 발전했습니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연설가로 점점 더 유명해졌고 사회주의 운동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사람이 고통을 당한다는 것은 괴롭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고통은 더 큰 능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불리한 몸 상태를 갖고도 관리를 잘하면서 불편함 없이 사는 사람들이 우리들 주변에 많습니다. 그들 중에 더 빼어난 삶을 살면서 우리를 감동 시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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