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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닥터의 두 얼굴…가까운 의사와 상의하세요

제주한라병원 2014. 12. 30. 10:16

쇼닥터의 두 얼굴…가까운 의사와 상의하세요
 
30년 전 미국 로스에인절스 하계올림픽 취재를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손상을 입은 저는 특히 의학 관련 뉴스를 챙겨보고 TV 방송에서도 의사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눈여겨봅니다.


의사들이 출연하는 건강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은 대부분 “다른 오락 프로그램보다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좋아요” “전문 의사가 나와서 하는 말씀이시니까 아무래도 믿음이 가고 이렇게 하면 좋다 이러면 그걸 한번 해볼까 그런 생각도 들고 많은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의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부터이지만 종합편성 TV가 나오면서 부쩍 늘었습니다.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편 4군데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2월 1일이니 3년이 지났습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의사 한두명이 나오던 것이 종편 방송에서는 10여명이 나와 한두시간씩 의학 지식을 설명해 마치 종합병원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식적인 의학 지식으로는 시청률이 떨어지는지 치료하기 어렵거나 난치병, 불치병으로 알려졌던 분야에 대해 신기하고 신비로운 치료 방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얼마 전부터 의사들이 출연하는 방송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가 방송 매체에 출연해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부추기는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소개되는 치료 방법에 대한 면밀한 검증에 소홀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의료인들이 명의(名醫)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자신이 속한 병원 홍보에 사용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요즘 어떤 의사들은 협찬금이란 몀목으로 방송사에 돈을 건네며 병원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뜻밖의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방송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비만, 성형시술이 무분별하게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시청자는 정확한 검증없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착각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종편과 케이블 방송에 의사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정보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방송에 나와 한 이야기 중에는 의학적 근거가 없거나,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이 많다고 합니다.

종합편성채널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 중 한 산부인과 의사가 유산균이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연치유의 열쇠는 유산균이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유산균이 원하는 대로 내 몸이 움직이는 겁니다” “유산균으로 혈당도 조절하고 불임이 치료된 사람도 있습니다. 5년간 불임이었는데 유산균을 처방하고 한 달 뒤에 임신이 됐어요”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의사는 탈모를 치료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게 되면 후두부 동맥의 혈류량이 5배 이상 증가됩니다. 바르는 미녹시딜 효과보다 2~3배는 더 강하다는 거죠.”

대한의사협회는 유산균을 먹고 불임 여성이 임신했다는 등 발언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문제를 삼았습니다. 대한피부과 학회는 “혈류량이 많아도 유전적 탈모가 올 수 있다”며 의학적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부정합니다.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의사들 가운데는,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한의사협회는 방송에 출연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발언을 하는 의사들을 ‘쇼닥터’라고 명명하고 자정을 촉구했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아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상품을 인터넷이나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성초를 이용한 발모차’를 먹고 또 바르면 탈모 증상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각종 방송매체에서 비타민 복용을 강조하던 또 다른 의사는 비타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가수 신해철 씨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종편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는데, TV 홈쇼핑에서 건강기능 식품을 직접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돈과 유명세를 함께 얻게 되는 방송 출연 섭외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홈쇼핑 같은 데는 아예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면서 나눠먹기 하자고 오기도 하고…”라고 털어놓기도 합니다.    

       
이처럼 의사들의 도를 넘은 발언과 행위가 늘면서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자, 대한의사협회가 ‘쇼닥터’ 문제에 대해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의사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1차 회의에서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 등을 소비자에게 안내할 때는 신중을 기한다 ▲출연료를 주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과장, 간접, 허위 광고 소지가 있는 제품이나 시술은 추천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 출연하지 않는다 ▲의사 가운을 착용하고 방송 매체에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으로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또 문제가 된 방송을 한 의사들의 경우에는 조사를 하고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의사협회 중앙 윤리위원회에도 회부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방안도 마련키로 했습니다.

이미 올해 들어 TV홈쇼핑에 출연해 건강보조식품의 효능을 과장 방송하는 등의 이유로 방통심의위 제재를 받은 의사가 4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한의사협회에서도 지난달 홈쇼핑에 출연해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인 것처럼 효과를 부풀려 소개한 한의사 3명에 대해 1년간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도 했습니다.          

 
거꾸로 의사들이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는 대가로 수백만~수천만원의 돈을 주고받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24일 머니투데이는 A케이블방송 외주제작사가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에 보낸 ‘촬영 협조 공문’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공문에 따르면 성형외과에 A케이블방송 한 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하며 협찬으로 외주 편집 비용 400만원을 부담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케이블방송 C프로그램도 방송출연을 대가로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제작비 5000만원을 부담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건강정보를 얻으신 시청자들은 자신의 증상에 맞는지 치료를 받고 있는 의사와 먼저 상담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