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자연유산지역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자연환경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곶자왈과 산림은 제주를 제주답게 해주는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건강과 지속가능한 생활이라는 로하스(Lohas)를 떠올리며 숲과 인간의 영원한 공생을 위해 <제주숲해설가협회>가 제공하는 숲에 대한 이야기를 한해동안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 주>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 109조원
숲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숲의 가치를 금액으로 따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숲을 개발했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 그리고 그대로 놔두었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따져봄으로써 숲의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개발론자는 숲을 개발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많다고 하는 반면 보전론자는 울창한 숲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보전하는 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숲을 보전함으로써 얻게 될 이득은 얼마나 되고, 숲을 황폐화시킴으로써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나 될까?
식물은 태양을 이용한 복잡한 화학작용을 통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수화물로 바꾸고 산소를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값은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울창한 숲은 스펀지 같아서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잔뜩 머금었다가 비가 그치면 조금씩 흘려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숲이 울창하면 웬만한 가뭄이나 홍수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숲 대신에 홍수와 가뭄 조절능력을 갖
춘 댐을 건설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한편 우리는 흙이 없으면 살 수 없는데, 숲은 흙을 생산하고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바위가 풍화되어 1센티미터 두께의 흙으로 되려면 3백년 년 이상 걸린다. 오행(五行)설을 보면 나무(木)는 오행의 시작이고, 흙(土)은 오행의 중간이며, 물(水)은 오행의 끝이다. 울창한 숲은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맑은 물, 청정한 공기, 좋은 흙을 생산하는 녹색 공장인 셈이다.
숲의 가치는 거기서 생산되는 목재 값의 수십 배나 된다. 따라서 목재를 팔아 얻는 이익보다 공장을 짓거나 골프장을 건설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배 크다는 단순한 이유로 울창한 숲을 훼손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우리나라 산림생태계의 공익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 2010년 기준으로 109조원이 넘으며, 이를 온 국민에게 나눠준다면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216만원에 달한다. 숲의 공익적 가치는 임업총생산액의 약 20~35배에 달하며 국내 총생산액의 약 9~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숲을 베어내고 공장을 짓게 되면 물과 공기가 오염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때문에 질환에 걸려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는 아직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예전에는 사막에서나 물을 사먹는 것으로 알았는데, 요즘은 금수강산이라고 자부해온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산 샘물을 먹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숲을 훼손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숲은 우리에게 식량, 물, 공기, 의약품의 원료를 제공해주며, 영성, 휴양, 치유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숲의 가치와 효용은 이렇듯 무궁한 것으로 경제적 접근뿐만 아니라 정서적, 교육적, 미적, 문화적 관점에서 새롭게 인식되고 다루어져야 한다.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도 고대에는 울창한 숲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삼림 벌채가 사막화를 불러왔다. 지구는 우리 이웃과 후손들이 계속 타고 가야할 우주선이다. 그 속에 타고 있는 우리는 제한된 양의 공기와 물과 연료를 가장 잘 이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고, 한 장의 종이라도 아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종이 한 장을 구기는 데는 1초밖에 안 걸리지만, 그 종이를 만들 나무를 키우는 데는 자그마치 그것의 946,080,000배나 되는 30년이 걸린다. 어찌 자연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겠는가? 우리가 태어난 어머님 품이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영원한 본향인 자연을 아끼고 보살피는 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일단 제주도의 생명의 숲인 곶자왈(용암숲)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해보자.<제주숲해설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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