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탈로스의 고통 -
너무 많은 행복을 누려 오만해진 자에게 내려진 형벌
이번 호에서는 사회적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거나 행복을 누리면서도 거기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 자에게는 반드시 큰 고통이 뒤따른다는 교훈을 주는 신화 속 이야기를 알아보자.
탄탈로스의 아버지는 제우스였고, 어머니는 크로노스의 딸 플루토였다. 플루토는 풍요로움과 부유함을 뜻하는 이름이다. 탄탈로스는 리디아의 왕이었는데, 인간이었음에도 올림포스를 드나들며 신들처럼 넥타르(신들의 음료)와 암브로시아(신들의 음식)를 즐겼다. 그는 다른 인간들에게 이러한 특별한 지위를 자랑하려고 천상의 식탁에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훔쳐 지상으로 거져오거나 제우스의 비밀을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녔다.
탄탈로스는 자기 자신을 신들과 비슷한 존재로 여기면서, 신들의 절대적 능력에 대한 의심도 키워갔다. 어느 도둑이 훔쳐온 황금 개를 제 집에 숨겨 두고서는 제우스의 이름을 걸고 제집에는 그것이 없다고 거짓 맹세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헤르메스가 이 귀중한 개를 탄탈로스의 집에서 찾아냈다.
신들의 전지전능함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던 탄탈로스는 그의 아들 펠롭스를 요리재료로 삼아 신들에게 음식으로 내놓기에 이른다. 그러나 신들은 이 요리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딸 페르세포네로 인한 슬픔에 빠져있던 데메테르 여신만이 무심코 펠롭스의 어깨조각을 먹어버렸다. 신들은 펠롭스의 살과 뼈를 다시 맞추고 그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탄탈로스가 무고한 아들에게 범한 실수를 다시 되돌려 놓았다. 데메테르는 실수로 먹어버린 어깨 조각 자리에 상아를 대신 끼워놓았다.
그후 탄탈로스는 신들과 함께 식사하는 영예를 영원히 박탈당했다. 신들의 음식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만으로 그에 대한 신들의 형벌이 멈추지는 않았다. 분노한 신들은 탄탈로스를 지하세계의 호수에서 목만 밖으로 내밀게 하고는, 그가 아무리 타는 듯한 갈증을 느껴도 그 많은 호숫물을 단 한방울도 마실 수 없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 그가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는 순간 호숫물이 바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그는 배고픔의 고통에도 시달렸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그의 눈앞에 있는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만, 그가 과일을 따려고 손을 내밀면 바로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머리위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져 그를 박살낼 듯한 큰 암벽이 걸려있어서 그는 죽음의 공포에 항상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신들의 자손인데다 불사의 능력을 주는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오래 먹어온 탄탈로스는 죽을 수조차 없었다.
탄탈로스의 딸 니오베 역시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밟는다. 그녀에겐 여섯 명의 아들과 여섯 명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이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만해진 니오베는 감히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를 비웃기에 이른다. 아이를 둘 밖에 낳지 못한 레토는 이처럼 자랑스러운 아이들을 열둘씩이나 낳은 자기와는 어머니로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쓰디쓴 모욕감을 느낀 레토는 그녀의 아들과 딸에게 복수를 부탁했고, 이 남매는 니오베의 자식들을 모두 죽게 한다.
너무 많은 행복을 누려 오만해진 자에게 내려진 형벌은, 행복을 전혀 누려보지 못한 자가 받는 형벌보다 수십 배는 더 가혹하지 않을까. 손닿을 거리에 물이 있어도 그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경우, 갈증의 양은 가장 심해지고 고통도 극에 달하는 법이다. 이러한 것을 ‘탄탈로스의 고통’이라고도 한다. 신화 속 탄탈로스는 저승 세계에서 이런 고통을 영원히 겪고 있다.
한편 탄탈로스의 아들 펠롭스는 용모도 준수했고, 아버지의 좋지 않은 추억만 아니었다면 신들이 올림포스에 받아들일 정도의 인물이었다. 그는 특히 포세이돈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말의 신이기도 했던 포세이돈은 펠롭스가 엘리스의 국왕 오이노마오스의 아름다운 딸 히포다메이아를 아내로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오이노마오스는 그리스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말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딸의 청혼자들에게 전차 경주를 요구했고, 자신에게 패배한 모든 청혼자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다. 펠롭스는 오이노마오스의 마부를 설득하여 마차 바퀴를 축에 고정시키는 청동 못을 밀랍으로 바꿔치기하고, 경주에서 승리한다. 오이노마오스는 전차 경주에서 죽고 만다. 엘리스의 왕좌를 물려받은 펠롭스는 이 반도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왕이 되었고, 이 반도는 그의 이름을 따 펠로폰네소스 반도라고 불리게 되었다. 또 펠롭스와 히포다메이아의 후손 중에 잘 알려져 있는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이피게니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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