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도둑과 상업의 신, 헤르메스 Ⅱ-
영리한 사기술과 뛰어난 외교술로 해결사 役
헤르메스는 영리하고 순발력과 기업가적인 능력을 지닌 신이었다. 태어나서 바로 그날로 그는 마이아가 자기를 낳은 동굴에서 나와 세상으로 진출했다. 동굴 입구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빠른 판단능력과, 생각을 신속하게 실천으로 옮기는 실행력을 입증해 보였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는 풀밭에 움츠리고 있던 거북이에 걸려서 넘어지게 된다. 이 때 좋은 아이디어가 번득 떠오른다. 헤르메스는 거북이의 속살을 벗겨내고 등껍질에 소가죽을 씌운 후, 염소와 소의 창자로 만든 줄을 팽팽하게 매달았다. 이렇게 해서 최초의 현악기 ‘리라’가 발명된다. 그는 현을 조율하고 그에 맞춰 당돌한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은 제우스와 마이아가 나눈 사랑의 밤들 즉, 헤르메스의 존재가 있게 해준 그 밤들을 찬양하는 노래였다. 영리한 헤르메스, 제우스에게 귀여움 받을 짓을 태어난 첫날부터 실천하다니….
배가 고파진 헤르메스는 올림포스 산자락에 신들이 기르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피에리아로 향한다. 어둑해질 무렵에 도착한 헤르메스는 아폴론의 소 50마리를 몰아서 길을 떠난다. 소 훔친 흔적을 감추기 위해 그는 소떼를 뒷걸음질로 가게 몰고 자기 발에는 버드나무 껍질과 미르테나무 가지로 샌들(신발)을 만들어 신었다. 훔친 소를 데리고 가는 길에 헤르메스는 포도 농사를 짓는 늙은 농부와 마주치자 자신의 도둑질을 알게 된 이 목격자를 매수하기로 마음먹고, 노인에게 이 일을 발설하지 않으면 포도가 풍작이 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곧 이 노인을 믿어도 좋을지 걱정이 들어, 변장을 하고 되돌아가 자신이 소떼의 진짜 주인인 것처럼 행세를 해본다. 약간의 돈을 대가로 주자 이 늙은 포도밭 주인은 바로 말문을 열고 소도둑의 모습을 이야기해 버린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뒤탈을 없애려고 이 노인을 돌로 만들어버렸다.한밤중이 되어 헤르메스는 알페이오스 강에서 소떼에게 물을 먹이고 풀을 뜯게 했다. 허기진 헤르메스는 장작불을 피우고 소 두 마리를 잡아, 고기를 긴 꼬치에 끼워 구운 후 그것을 열두 뭉치로 나누었다. 한 뭉치는 자신이 먹고 나머지 뭉치들은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친 후 잠이 들었다.
동틀 무렵이 되자 그는 소떼를 동굴에 감춰놓고는 집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처럼 요람에 누웠다. 물론 어머니 마이아는 그가 한 짓을 대충 눈치챘다. 그녀는 아들을 심하게 꾸짖고는 아폴론이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폴론은 오전 내내 소 도둑을 추적한 끝에 오후에야 동굴로 들이닥쳤다. 그러나 동굴에는 요람에 누워 평화롭게 졸고 있는 젖먹이가 있는 것 아닌가. 아폴론은 바로 이 아기가 도둑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헤르메스는 자기는 너무 어려서 소가 뭔지도 모른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아폴론은 이에 속지 않고 헤르메스를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에게 끌고 갔다. 그곳에서도 헤르메스는 도둑질을 부인했다. 제우스는 이 꼬마 악당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헤르메스는 재판 진행 중에도 아폴론의 활과 화살통을 몰래 훔쳐내는 것이었다. 제우스가 엄숙한 태도를 취하는 척하며 소떼를 내놓으라고 명령하자 헤르메스는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또 자신이 벌써 두 마리를 도살했다고 자백하면서, 하지만 그 고기를 올림포스 신들의 수만큼인 열둘로 나누어 제물로 바쳤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그 열두 신에 속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우스가 그것에 이의를 달지 않자, 아폴론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때 헤르메스는 자신이 교활한 도둑일 뿐만 아니라 영리한 외교관이기도 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는 아폴론에게 거북등과 염소창자로 만든 악기인 ‘리라’를 선물하는데 이 악기에 감탄한 아폴론은 그때부터 헤르메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된다. 흡족해진 그는 헤르메스에게 자신의 소떼를 선물하고 예언술도 전수해준다. 이렇게 하여 헤르메스는 태어난 지 하루가 지나자마자 올림포스 열두 명의 주신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올림포스에서 헤르메스는 영리한 사기술과 뛰어난 외교술 덕분에 그의 아버지 제우스의 가장 중요한 보좌관이 된다. 그는 아버지의 연애행각에 사랑의 뚜쟁이로 기여한다. 또한 올림포스의 모든 대소사에서 신들의 전령이자 외교관으로 활동한다. 더불어 그는 인간들의 모든 여행을 안내하고 죽은 자들을 저승세계로 인도하는 역할도 맡았다. 항상 바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전령 지팡이를 들고 모자와 신발에 날개를 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제우스는 충실한 봉사에 대한 보상으로 그의 오랜 소원을 들어주어 아프로디테와 하룻밤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신해 아프로디테가 욕조 앞에 벗어놓은 황금 샌들 한 짝을 훔쳐내 헤르메스에게 갖다 주고는, 헤르메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그 샌들을 돌려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 사이에 남녀 양성을 한 몸에 지는 헤르마프로디토스가 태어났다.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신들의 전령이자 모든 여행자, 특히 그중에서도 상인들의 수호신이었던 헤르메스. 가축도둑과 떠돌이 도둑들의 신이기도 했던 그. 그는 상업과 교역의 신으로서, 오늘날에도 무역회사나 은행, 보험회사 등의 건물에 그의 그림과 이름이 즐겨 장식된다. 그러나 이 대자본의 수호자들 중에 자신들의 회사가 헤르메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술수와 사기로 사업을 시작했음을 알고 있는 자들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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