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의 꿈 -
하늘 끝까지 날고 싶었던 위험한 도전의 상징
인간의 비행과 관련해서 7월에 두 가지 뉴스가 들려왔다. 먼저 들려온 안타까운 뉴스는 지난 7월 6일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가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도중 활주로 앞의 방파제 부분에 랜딩 기어가 부딪혀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래 국제선 여객기에서는 처음 발생한 추락 사고였다.
당시 기내에는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미국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8명의 성인과 1명의 어린이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한편, 또 다른 뉴스로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사람의 힘만으로 날아오르는 헬리콥터 실험비행 성공소식이 들려왔다. 1980년 미국 헬리콥터 협회는 사람의 힘만으로 3m 높이에서 60초 동안 헬리콥터를 하늘에 떠있게 하면 2억 8천만 원을 주겠다고 상금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었다. 이번에 성공한 토론토 대학팀도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시행착오 끝에 결국 성공했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20m 길이의 대형 프로펠러 4개를 돌려 하늘로 떠오르게 되는 구조였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역사는 앞의 두 가지 상반된 소식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동전의 앞뒷면 같은 빛과 그림자를 준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 비행(飛行)의 시원(始原)을 살펴보자면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에 이르게 된다.
뛰어난 기술을 지닌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후손인 다이달로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는 복잡한 미로 궁전을 지어주었다. 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아름다운 황소에 반해 버린 크레타의 왕비(파시파에)에게는 커다란 로봇암소를 만들어주어 왕비가 그 안에 숨어 황소와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이 간통사건의 결과로 반인반우(반은 사람이고 반은 황소)인 미노타우로스가 생겨난다. 아내의 간통이 낳은 망측한 결과를 알게 된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미로의 궁전에 가두고, 설계자인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연금시킨다.
이로 인해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을 날아 그곳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크레타를 드나드는 모든 배는 미노스의 감시망 안에 있었기 때문에 하늘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다이달로스는 뼈대에 밀랍으로 깃털을 붙인 인공날개를 만든 후 아들과 함께 비행연습을 했다. 특히 그는 이카로스에게 반드시 일정한 비행 고도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너무 낮게 날면 날개가 바다의 습기에 젖어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에 가까이 가면 열기에 밀랍이 녹아버린다고 아들에게 주의시켰다.
마침내 두 부자는 바다 위로 날아올라 크레타를 떠나는데 성공하지만, 에게 해 상공에서 불행한 사고를 만난다. 인간으로서 하늘을 정복했다는 우쭐한 기분에 이카로스는 점점 더 높은 곳을 향해 힘차게 날개를 저었고, 태양신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고 만 것이다. 결국 태양의 열기가 날개의 밀랍을 녹여버려 이카로스는 바다 깊은 곳으로 추락했다. 그의 시체가 떠밀려온 섬은 오늘날에도 그의 이름을 따서 이카리아(지금은 장수촌으로 유명하다)라고 불린다.
깊은 슬픔에 빠져 시칠리아로 간 다이달로스는 코칼로스 왕의 친절한 영접을 받았다. 이들 부자의 도주에 화가 난 미노스는 다이달로스가 숨은 곳을 알아내려고 꾀를 낸다. 그는 자신에게 조공을 바치는 지중해 전역의 왕들에게 ‘실 하나로 달팽이 집 속을 꿰어보라’는 어려운 문제를 내고, 상금을 걸었다. 미노스의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상금 욕심에 모든 왕들이 이 어려운 숙제에 도전했지만 달팽이집을 실 한 가닥에 꿰어 보내온 것은 코칼로스 왕 뿐이었다. (다이달로스가 개미에 실을 묶은 후 이 개미가 꼬불꼬불한 달팽이집 속을 돌아나오게 하여 이 문제를 풀었던 것) 이것은 천재적인 공학자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이었고, 이렇게 미노스는 다이달로스가 숨어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함대를 이끌고 시칠리아 해안에 나타나 도주한 기술자(다이달로스)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미노스에게 코칼로스 왕은 손님을 예우해야 한다는 신성한 규범을 짓밟으라고 강요당했다고 느끼며 불쾌감을 느낀다. 그는 미노스를 환대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자신의 왕궁으로 불러들이고 귀한 손님에 대한 관례대로 딸들에게 미노스의 목욕준비를 시켰다. 미노스가 욕조에 들어가자 이 딸들은 펄펄 끓는 물을 그에게 쏟아 부었다. 이것이 이 위대한 왕의 허탈하기 그지없는 최후였다.
건축가이자 조각가이며 발명가로서의 다이달로스 이야기는 모든 기술자나 과학자들의 신화적 선조가 되었다. 또 이카로스는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하늘 끝까지 탐사해 보려 했던 위험한 도전의 상징이자 가능성의 한계를 넘고자하는 갈망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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