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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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어렵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회복할 때 가장 보람

제주한라병원 2013. 5. 29. 13:31

소생 어렵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회복할 때 가장 보람

엊그제 간호전문대학을 졸업한 것 같은데 간호사로서 제주한라병원에 입사한지도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나는 매번 삶의 마지막 문턱에서 한줄기 희망을 품고 사투를 벌이는 그 현장 응급중환자실에서 얼마 전까지 근무하다 지금은 응급병동 수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다.


‘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을 늘 가슴에 품고 하루를 살게 해주는 고마운 나의 일터이기도 하지만 늘 바쁜 스케줄로 아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점점 더 포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일어날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른 아침 자명종 소리가 들릴 때 “아 조금만 더 잤으면 좋겠다” 하며 이불 속에서 머뭇거리다가도 시간이 되면 할 수 없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차를 타고 병원을 나설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오늘도 무사히 열심히 일하자 “아자,아자, 파이팅!” 다짐을 하면서 출근을 한다.


중환자실 문을 여는 순간 환자들은 무사히 계신지 두리번거리며 확인을 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중환자실의 모습과 초췌한 우리 간호사들의 얼굴을 보면서 밤새 상황을 짐작한다. 나는 간호사들에게 “밤 동안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다.


제주한라병원은 신속하고 원활한 응급 진료의 활성화를 위해 24시간 상시 입원 체계를 가동해 응급 상황시 빠른 응급조치와 대기 시간을 최소화 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소리 없는 고통에서 견뎌내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상대해야만 하는 곳이 중환자실이기에 그만큼 간호사들은 ‘환자 상태가 나빠지거나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일 시, 한 순간에 사망 할 수 있다’는 극도의 두려움과 긴장감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 간호사 대부분은 보호자 면회 시간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에게 우리가 필요하기에 우리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서로 격려하며 도와주고 묵묵히 노력하는 우리 간호사들이 자랑스럽다.


난 임상에서 환자를 대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20대 남자 폐혈증으로 응급중환자실에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혈압이 떨어져 사용할 수 있는 혈압 강화제를 모두 사용하고 호흡이 되지 않아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100% 주는 데도 불구하고 혈압과 산소 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아 의료진 모두가 오늘을 넘기기가 힘들 수 있음을 부모님께 전하고 가족, 친지, 친구 모두에게 연락하고 볼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갈 때 가더라도 최선은 다해 달라고 면회시간마다 말씀하시면서 항시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 아드님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들을 대신해 내가 누워 있으면 좋으련만…”하면서 눈물만 흘리고 가셨다. 하루 이틀 삼일 지나면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상태가 유지되면서 희망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우리는 환자에게 매달렸다. 보답이라도 하듯이 환자는 7일을 고비로 조금씩 호전되는 증상을 보였고 마침내 20일이 지나면서 인공호흡기를 빼고 본인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기적이라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우리 간호사들은 모두 보람을 느낀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이런 경험을 떠올리며 이겨낸다. 내가 무언가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과 도전을 꿈을 꾼다. 나에게 매 순간 순간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기억하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 더 여유로운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여전히 우리 아이들이 기억하는 멋진 엄마, 나 또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수간호사․류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