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11월
- 어느 섬나라 이야기 Ⅱ
아무 걱정없이 일하지 않고 풍요 누리다가…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로 일컬어지던 어느 날,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나우루를 부자 나라로 만들어준 자원, 인광석이 21세기가 되기 전에 고갈될 지도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었던지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굴량을 줄여 남은 자원을 조절하기로 했지만, 줄어드는 상황 자체는 어쩔 수 없었다.
고민하던 나우루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예전에 공짜로 채굴해 간 인광석의 대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약 1억 오스트레일리아 달러(AUD)를 받아 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돈은 지금까지 누려 온 생활을 이어가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한번 맛본 풍요로운 생활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사실 나우루는 자원 고갈 이후를 대비해 기금을 모아서, 원로들로 구성된 지방정부평의회가 적립금과 투자금으로 운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나우루 사람들은 자산 운용이란 걸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큰 규모의 부동산 투자가 대표적이다. 멜버른의 초고층 오피스텔 나우루 하우스, 시드니에 건설한 메르퀴르 호텔, 하와이의 콘도미니엄 나우루 타워, 사이판 섬의 나우루 빌딩 등. 하지만 임대수입만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심지어 세금이 없는 나우루에 ‘꿈의 카지노를 만들겠다’는 사기꾼의 꼬임에 빠져 거액을 사기당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우루 국민들은 아무 걱정도 없이 일 안하며 지내던 생활을 이어간다. 지금까지 나우루 사람들은 자급자족하는 생활, 강제노동에 시달린 식민지 생활, 일하지 않고 노는 생활만 해보았을 뿐이었다. 정부는 국민들이 일하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딱히 해결책은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번다는 것은 상상해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어업을 장려하기 위해 어항을 개발하고 공영 어시장을 만들었지만 어부가 되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게 ‘고기잡이’는 그저 심심풀이로 하는 여가 활동이었을 뿐이다. 음식점에 가면 맛있는 물고기를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뭐하러 시장에서 힘들게 물고기를 사고팔겠는가. 정부가 공들여 만든 어항은 잠시 더위를 식히는 수영장으로 바뀔 정도였다.
외국 자본을 유치해 나
우루 섬을 고급 휴양지로 개발하자는 방안도 제기되었지만 오랜 세월 인광석 채굴로 몸살을 알아온 국토는 성한 곳이 별로 없어서 휴양지로 개발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좌절 속에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광석을 팔아 벌어들이는 나우루의 수입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사태해결을 위해 부랴부랴 해외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가 하면, 1999년 9월에는 국제연합에 정식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그런 뒤 깜짝 놀랄 만한 작전을 펼친다. 먼저 국적을 돈을 받고 팔기 시작한다. 미화 2만 5천달러(USD)와 간단한 면접만으로 나우루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언어나 결혼, 주거 여부 등 다른 나라같으면 국적을 취득하는데 꼭 필요한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심사도 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나우루의 또 하나의 놀라운 전략은 ‘은행’이었는데 굉장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는 제도위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나우루의 은행 시스템은 세금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부자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거기다 국적도 간단히 얻을 수 있으니 신분을 숨겨야 되거나 비밀 자금을 감춰두려는 사람, 단체, 기업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장사가 잘되자 나우루는 은행을 점점 늘려갔다. 한때 400곳이 넘는 은행이 하나의 메일박스에 등록되어 있었다 한다. (그러니 실제로 은행은 한 곳 뿐이었던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빗발치는 비난 속에 마피아와 테러리스트의 자금이 세계 각지에서 밀려들어왔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마피아의 자금이 나우루로 유입되었는데, 그 액수가 올 한해에만 700억 달러나 된다.”며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우루 정부는 모른 체하며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동시 다발적인 태러가 발생하고 나서는 이런 방법이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들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미국이 ‘테러리스트 자금 세탁의 온상’이라고 지목한 나우루 은행은 붕괴되었고, 국가재정은 하루아침에 악화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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