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2월
춤춰라~ 고래야!
그리스 신화에 보면 피그말리온 Pygmalion 이라는 조각가가 나온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한 여인상을 조각했는데, 막상 작품을 완성하고 나니 그 아름다움에 자기 스스로 반해 자신이 만든 여인상과 사랑에 빠졌다. 이를 알게 된 사랑의 여신(女神) 아프로디테 Aphrodite -로마신화에서는 비너스 Venus 로 불린다-는 피그말리온의 마음에 감동받아 그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게 된다. 이러한 신화의 내용을 토대로 ‘간절히 원하거나 기대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이론이 생겨났다. 우리말로는 ‘자성적 예언 또는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도 불린다.
바야흐로 봄기운이 솟아나는 새 학기가 다가온다. 어린이집부터 시작해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진학하거나 학년이 올라가는 자녀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자녀들에게 올 한해 기대와 칭찬의 보약을 듬뿍 전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였는지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떠올랐다.
교육심리학에서도 이와 맥락이 통하는 연구가 있었다. ‘로젠탈 효과’라는 것이다. 1968년 하버드대의 사회심리학과 교수였던 로젠탈 R. Rosenthal 은 20년 넘게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제이콥슨 L. Jacobson 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했다. 그리고는 검사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20% 정도의 학생 명단을 뽑아 교사에게 주면서 그것이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의 명단이라고 거짓 정보를 흘렸다.
8개월 후 이들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명단에 들어있던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을 뿐만 아니라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명단을 받아든 교사들이 ‘지적 발달과 학업성적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고 칭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니까 학습 태도도 변하고 공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결국 능력까지 달라진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교사가 학생에게 거는 기대가 실제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결국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여 결국은 능률이 오르거나 좋은 결과를 맺게 된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기대, 존중 등의 표현을 우리 생활에서 편하게 부르면 ‘칭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칭찬이 큰 힘을 발휘한 사례를 몇 가지 상기해 보자.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 Henry Ford 가 세계 최고의 발명가인 토머스 에디슨 Thomas Alva Edison 이 운영하던 공장에서 기술책임자로 일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헨리 포드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동차 설계도면에 냉담했던 여러 사람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에디슨이 자신에게 보여준 사려깊은 관심과 격려를 기반으로 포드 자동차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활용하는 조립라인 방식 양산체제인 포드시스템 Ford System 을 확립하게 되었다.
유년시절 문제아로 비쳐져 부모님의 걱정을 들었던 맥아더 장군 Douglas MacArthur 도, 할머니의 “괜찮아, 너는 군인으로서의 좋은 자질을 타고난 것이란다” 는 격려가 큰 힘이 되어 세계사에 길이 남는 군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든 현상들이 칭찬의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실한 믿음과 기대에 대한 기다림이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100번의 칭찬이 필요하다면 100번의 칭찬을 하는 동안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유아들에게 수십번 가르쳐도 말을 잘 따라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말문이 터지면서 의사표현을 다양하게 하는 아이들처럼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지속적인 칭찬을 해나간다면 결국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부모와 가족들이 아이들에게 좀더 많은 칭찬과 관심, 기대를 보여주고 기다림의 조건을 차분히 충족시킨다면, 또 회사의 경영자나 관리책임자들 역시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직원들에게 칭찬이라는 저비용 고수익 투자를 지속해간다면 좋은 학업 성취도나 생산성 향상, 신기술 개발과 같은 높은 효용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꼭 켄 블랜차드 Kenneth Blanchard 가 썼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사교육에 부담스런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가정이나 얼마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갖은 경영혁신 활동을 벌이고 있는 회사들 모두 작은 투자로 큰 성취와 발전을 가져다주는 ‘칭찬’의 놀라운 효과를 되새겨 ‘고래들을 춤추게 하는 봄’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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