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부자들은 베풀기보다 자기 본분만이라도
케빈 코스트너가 경찰 팀장 엘리엇 네스로, 숀 코네리는 용감한 수사관으로, 로버트 드니로는 1930년대 미국의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대 유명한 시카고 갱 두목으로 나오는 언터처블(Untouchable)이란 영화가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스카페이스, 칼리토, 미션 임파서블 1편으로 유명한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1987년도 헐리우드 영화 입니다. 영화 줄거리는 케빈 코스트너가 부패한 동료들 때문에 알 카포네를 놓치고 숀 코네리와 함께 재무성 소속으로, 부패하지 않은 민중의 경찰-언터처블의 의미-, 앤디 가르시아 등 신참들과 함께 알 카포네를 체포한다는 내용입니다.
알 카포네는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밀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여러 범죄를 저지르던 미국내에서도 실제로 존재했던 악명 높은 마피아였습니다. 카포네는 야구 방망이로 끔찍하게 사람들을 패고 기관총-토미 건으로 상대방을 무참하게 살해하기도 했으나 수사관 엘리엇 네스는 증거가 부족해 잡아넣지 못하다가 결국은 밀조와 탈세 혐의로 법정에 서게 만듭니다. 11년형을 선고받은 카포네는 7년을 살다가 나왔으나 병으로 사망합니다.
몇 년 전 삼성의 이재용씨가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상속을 받으면서 60억8,000만원을 받았다고 신고해 증여세 16억원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서는 삼성 그룹의 가치가 150조원이 넘는데 달랑 16억원은 마피아식 탈세라고 이구동성으로 성토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1987년 타계했을 때 아들 이건희씨도 상속세를 150억원으로 신고하고 세금은 70억원을 낸 바 있어 국내 최고 재벌 총수답지 않은 상속, 증여라고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응이 일었습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법정에 섰으나 주식 헐값 발행과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과 함께 확정된 벌금 1,100억원으로 끝나고 나중에 사면까지 받았습니다. 11년을 끈 이재용 사장의 에버랜드 사건은 대법원에서 출석판사 6대5, 비율로 무죄로 결론 났습니다. 기업의 이익과 나라의 이익이 같다, 일자리를 가장 많이 제공하고 있는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수감되면 나라 경제가 망한다는 옹호론이 법조계에도 통한 것입니다. 미국에선 마피아도 잡아넣은 탈세가 한국에서는 아직 통하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평가도 나올만합니다.
지난 9월에는 ‘국민 MC’로 떠오른 강호동의 탈세사건으로 떠들썩했습니다. 3년 동안 2억 원씩 6억 원 정도를 탈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강호동은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대중들에게 사과하고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 하였습니다. 이어서 김아중, 인순이 등이 탈세로 적발되며 이슈가 됐습니다. 강호동의 은퇴에 대해서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탈세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옷 가게나 음식점에서 현금을 우대하는 이유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입니다. 돈 잘 버는 업종으로 소문난 성형외과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맹렬히 비난합니다. 동네 슈퍼 주인은 장사도 안될 것 같고 탈세 금액도 작으니깐 탈세를 해도 되는 지 이 부문에 대해서는 잠잠합니다.
한 달 전에 한국일보에는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나라(남유럽 국가)에서는 절대 세금을 많이 모을 수 없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스페인 남부의 한 소도시 시장이 만연한 탈세 풍조를 개탄하며 한 말입니다. CNN 방송은 ‘남유럽에서는 탈세가 국민적 오락’이라는 기사에서 “남유럽에서는 세원이 노출되지 않는 지하경제의 비중이 유난히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이탈리아의 지하경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22.3%, 스페인은 19.3%, 포르투갈은 19.2%에 달한다고 전하고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 그리스는 무려 25.1%라고 알렸습니다. 집요한 탈세 추적으로 유명한 국세청(IRS)이 저승사자와 같은 위세를 떨치는 미국의 지하경제 비중 7.2%와 비교하면 3, 4배나 많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나라들이 하나같이 재정위기를 겪으며 구제금융을 받거나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점입니다. 이 네 나라 이름의 앞 글자를 딴 PIGS에는 '내부 개혁은 하지 않고 북유럽에 손만 벌리는‘돼지'라는 경멸의 의미도 담겼습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이탈리아에서 연간 100만 유로(15억 3,400만원) 이상의 소득신고를 한 사람이 800명밖에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터무니 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미신고된 소득규모를 3,200억달러(356조원)로 추산합니다. 이 중 10%만 세금으로 거둬도 이탈리아의 재정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 세무당국은 주택 임대료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20만명을 추적 중입니다.
국가부도 사태를 겪는 그리스에서 매년 탈루되는 세금은 300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리스 한 소도시에서 최고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포르쉐 이엔의 인구 비율 보유 대수는 세계 최고입니다. 그리스는 아테네의 고급 전문의원 가운데 월 3만 달러(3,450만원) 이상을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오히려 중산층 이하 서민은 근면하고 빚을 지지 않는 검소한 생활 관습을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 곳곳에서는 ‘상위 1%의 탐욕에 분노하는 99%의 행동’이라는 구호로 서민들의 글로벌 연대 시위가 불붙었습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승자독식 경제시스템과 99%의 부를 독식하는 1%의 부자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이들은 수십 조원에 달하는 통 큰 기부와 부자 증세,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통 큰 기부에 앞서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이나마 제대로 냈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슈퍼에서도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으니깐 나도 괜찮다는 생각보다는 고액소득자들이 자신의 본분을 지키면 시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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