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제국의 영원한 수도, 페르세폴리스
과거 ‘페르시아’로 불렸던 이란은 1962년에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었고, 1977년 테헤란 시장의 방한을 계기로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가, 이란 테헤란에 ‘서울로’가 생겼다. 우리나라와 우호적 관계인 이란은 광활한 이란고원에서 시작해 로마제국과 이슬람 문화가 태동하기 이전에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들인 남긴 섬세하고 화려한 예술품에서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지혜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비밀의 도시, 페르세폴리스 수천 년 동안 중동 지역의 맹주였던 페르시아는 기원전 330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무릎을 꿇기 전까지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거대한 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마케도니아와 리비아, 동쪽으로 인더스강, 북쪽으로 아랄해, 남쪽으로 페르시아 만과 아라비아 사막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세력을 형성하였으며 페르시아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다리우스 1세와 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 1세가 이끌었던 아케메네스 왕조 때 가장 큰 전성기를 누렸다.
아케메네스 왕조 시절 제국의 중심에는 ‘페르세폴리스’라는 비밀의 도시가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고대 도시는 페르시아 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는 그리스인조차 모를 정도로 산이 많은 외딴 지역에 세워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페르시아의 수도 시라즈(Shiraz)에서 북동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또 다른 은밀한 왕궁이었다.
삭막한 황무지에 엄청난 돌 기단과 돌기둥이 서 있는 페르세폴리스는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의 도시’를 의미한다. 제국의 여름 궁전으로 유명한 이곳은 기원전 518년 다리우스 1세가 건설한 수도로서 크세르크세스 1, 2세와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 2세에 이르기까지 150여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궁전과 기록보관소인 아파다나, 보물창고 등 페르시아인들의 예술적 영혼을 스민 페르세폴리스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힘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페르시아의 오래된 수도, 시라즈 찬란한 페르시아의 영화로움을 만나기 위해서는 페르세폴리스보다 더 오래된 제국의 수도, 시라즈에 가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역사적인 도시 중의 하나인 시라즈는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하페즈(Hafez)와 사아디(Sa'adi)의 고향이자 사천여 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의 고도이다.
페르시아 문명의 발상지인 파르스(Pars) 지방의 수도였던 시라즈는 아케메네스 왕조가 시작된 곳으로, 다리우스 1세와 크세르크세스 1세 때 페르세폴리스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까지 제국의 심장이었다. 고대 파르스 지방에서 사용하던 ‘파르시아어’가 현재 이란의 공식 언어인 것으로 봐서 이곳이 얼마나 유서 깊은 도시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해발 1,500m에 이르는 이란고원에 세워진 시라즈는 아리안족, 사미족, 터키족 등 다양한 민족이 살았으며 이들이 한데 어울려 페르시아 문화를 형성하였다. 지금은 페르세폴리스와 마찬가지로 도시는 황량한 옛터만 남고 과거의 영화는 한 줌의 빛으로 사라졌다.
대제국의 위상, 페르세폴리스 영화로운 과거의 역사와는 달리, 시라즈에서 남루한 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려가면 아케메네스 왕조의 꿈과 희망이 스민 페르세폴리스를 만난다. 이천여 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 속으로 눈과 마음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다리우스와 그의 아들 그리고 페르시아 시민들의 뜨거운 열정과 마주하게 된다. 1620년대에 이르러 페르세폴리스의 위치가 처음 확인될 때까지 페르시아 제국의 꿈의 흔적은 오랜 시간 동안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다. 모든 역사 현장이 그렇듯 이곳의 유적들도 대부분 파괴된 채 앙상한 돌기둥과 온전하지 못한 조각상과 부조상만 남아 있다.
1931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한 페르세폴리스에는 가장 크고 웅장한 아파다나(Apadana),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가 완성한 왕좌 홀, 12개의 기둥이 인상적인 다리우스 궁전, 아름다운 계단이 있는 의회 홀, 다리우스 궁전보다 규모가 더 큰 크세르크세스 궁전 등이 있다.
아케메네스 왕조는 무슨 이유로 사막처럼 척박한 곳에 수도를 건설하였을까? 18m에 이르는 석축 위에 왕궁을 짓고 그 아래 평평하게 건설된 페르세폴리스는 이탈리아 폼페이보다 훨씬 규모가 크며, 수준 높은 미적 감각이 아직도 경이롭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벽면에 새겨진 다양한 부조상이다. 황소와 말을 공격하는 사자 부조, 사신과 무신들을 주제로 한 부조, 식민지 속국에서 진상품을 받치러 온 사신들의 부조 등을 보면 과거 페르시아 제국이 얼마나 강성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왕국의 입구에 서 있는 ‘만국의 문’과 높이 25m의 돌기둥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우며 당시 제국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원한 제국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다리우스 황제는 자신이 지배하는 여러 속국에서 다양한 건축자재들을 이곳으로 가져와 당대 최고의 예술작품처럼 왕궁을 건설했다. 레바논에서 삼나무를, 인도 간다라 지방에서 티크 나무를, 박트리아에서 금을, 이집트에서 은과 동을, 에티오피아에서 상아 등을 가져다 손재주가 좋았던 바빌로니아와 그리스 장인들에게 화려한 왕궁을 짓도록 하였다. 꽃이 너무 아름다우면 사람들 손에 꺾이는 자연의 순리처럼 거대한 페르세폴리스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시공간을 넘은 영원한 제국의 자취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크세르크세스 1세의 궁정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하늘 높이 솟아오른 기둥들은 과감하게 부숴버렸으며 보물창고의 수많은 금은보화를 약탈했다. 이렇게 잔인하게 도시를 파괴한 이유는 페르시아가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를 파괴한 것에 대한 복수였을 것이다. 정말 소설 같은 이런 이야기가 한 줌의 바람이 되어 도시 곳곳을 감싼다. 거대한 제국을 형성한 아케메네스 왕조의 명성은 물안개처럼 인류 역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영원한 제국의 자취는 시공간을 초월해 아직도 세계사에 명료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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