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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하얀 몸에 까만 챙의 모자 쓰고 긴 다리 뽐내

제주한라병원 2022. 6. 30. 13:17

2006년 한경면 용수리 제주의 마지막 논에서의 모습

 

 

뒷부리장다리물떼새 Pied Avocet : Recurvirostra avosetta

 

 

최근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취미로 조류사진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조류사진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간혹 좋은 모습의 새를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묻기도 한다.

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부지런히 제주의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야 새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새를 만났을 때는 다양한 모습을 보기위해서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든, 심지어 하루 종일 거기에 머물러야 새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할 수가 있다. 부지런함과 기다림을 알게 되면 조류사진에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새들이 항상 나를 위해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새들을 매번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벽부터 야외로 나갔지만 아예 한 마리도 못 봐서 카메라를 꺼내보지도 못하고 허탕을 치는 날도 많다. 또 어렵게 찾기는 해도, 거리가 너무 멀거나 고약한 날씨 때문에 제대로 된 사진을 못 얻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반가운 녀석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때도 있다. 이때의 기분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지만 아마도 먼 곳에서 고향친구를 만나는 것만큼 이나 좋은 기분이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

아주 희귀한 새로 우리나라에서는 천수만, 순천만, 낙동강, 금강, 제주도에서 이동 시기에만 간혹 관찰할 수 있는 새다. 오래 머물지 않는 나그네새라 그만큼 마주하기가 어려운 새이며 잠시 머무를 때도 여간해서는 보기가 어려워 매일 철새 도래지에서 살다시피 지키지 않고는 좀처럼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가 어렵다.

또 혹시 며칠정도 머문다고 해서 현장을 찾아 가도, 대체로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좋은 사진 찍기가 만만치 않다. 하얀 몸에 까만 챙 모자를 쓰고 하늘로 바짝 치켜 올라간 부리와 함께 긴다리를 뽐내면서 먹이를 찾는 모습은 신비롭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몸길이 약 43cm이다. 다리가 길고 발가락이 장다리물떼새보다 짧다. 물갈퀴는 안쪽으로 깊이 패인 모양이며 부리는 가늘며 활처럼 위로 굽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름깃의 머리와 눈아래, 뒷목, 첫째 날개깃은 검은색이고 나머지 부위는 흰색이다. 꽁지깃도 흰색이며 부리는 검고 다리는 연노랑색이다. 겨울 깃과 어린 새는 등이 흰색에 가까운 회색이고 검은색 부분이 갈색을 띤다. 짠물과 민물이 섞인 얕은 곳에서 먹이를 찾는데, 부리를 수면과 수평이 되게 유지하면서 좌우로 움직여 갑각류나 수생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우리나라에서는 몇 번 관찰되지 않은 아주 희귀한 새로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번식하고 아프리카에서는 격리되어 지내는 번식 집단이 있다. 제주에서도 간혹 관찰할 수 있지만 여간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얘기 했지만 불규칙하게 이동하며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나기 때문이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의 최대 월동지로는 홍콩의 마이포 습지에서는 5,000마리 이상 월동을 한다고 한다. 마이포 습지는 다른 많은 새들이 월동을 하는 곳이며 입장료도 내고 보아야 한다. '제주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공짜로(?) 볼 수 있는데…'

대만에 저어새를 보려고 갔다가 뒷부리장다리물떼새들이 무리를 지어 월동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검은머리의 하얀 새가 무리지어 나는 모습과 새벽 여명에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연발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제주에도 습지 환경이 보존된다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텐데….

필자는 점차 사라지는 해안과 습지가 개발되는 우리 제주와는 판이하게 다른 대만의 환경을 보고 매우 부러웠다. 대만 남부지방인 가오슝지역에는 겨울이며 저어새와 각종 새들이 월동을 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들을 보고자 가오슝과 치쿠습지에 한해 겨울에 약 60여만명이 생태관광을 하러 찾아온다고 한다.

자연생태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복원할 기회가 거의 없다. 유난히 제주의 해안과 습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개발에만 정성을 쏟을게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미래의 후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귀한 새들이 제주에서도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언제나 마련이 될까.....

 

장다리물떼새와 함께 먹이를 찾는 뒷부리장다리물떼새
△ 새벽여명과 함께 먹이를 찾고 있다(대만 치쿠습지)
△ 대만에서 월동중인 뒷부리장다리물떼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