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한라문예

별것 아닌 선의’가 세상을 변화시켜왔으니까…

제주한라병원 2021. 6. 28. 13:52

  원고 의뢰를 받고 고민하다 마침 읽고 있던 제주대 이소영 교수가 쓴 에세이 《별것 아닌 선의》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 프롤로그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읽는 그대가 책장을 넘기다 어느 구절에선가 자기 삶에 누군가가 새겨 넣었던, 혹은 누군가의 삶에 자신이 선물해주었던 그런 반짝이는 한 순간을 복기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간다. 사람 일은 진짜 모른다지만 내가 중년의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제주한라병원에서 일하게 될 줄이야. 아무튼 나의 병원 생활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계속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낯선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의 작은 선의가 너무나 고맙게 느껴지거나 반짝 반짝 빛나 보이는 상황이 있다.

현재 병원에서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거의 모두 부서가 스케줄에 맞추어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날씨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발열 체크 현장은 힘든 장소다. 자주 변동되는 발열 체크 기준에 내원객들이 비협조적이면 직원들은 더 힘들어진다.

한 달에 부서별로 6~7번씩 하다 보니 동일 시간대에 몇몇 부서 선생님들과 같이 일을 하게 된다. 서로 잘 모르지만 같이 일을 하고 있으면 선생님들의 크고 작은 선의가 느껴진다. 여러 부서 직원들이 모여서 출입증 정리, 내원객 발열 체크, 수기명부 작성 안내 등을 서로 분담해서 하게 된다. 일 년 넘게 발열 체크를 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누군가의 선의로 현장이 덜 힘들게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간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옛날 설화에 나오는 우렁각시 같은 존재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일을 스스로 솔선해서 하는 선생님들을 보고 ‘이런 게 선의에서 나오는 배려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다들 귀찮고 힘들지만 모두를 위해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은 내가 관심을 갖는 만큼 더 보이는 법이니 타인의 일에 완벽하게 공감하는 일은 어렵지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노력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거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별것 아닌 선의’가 세상을 변화시켜온 거 사실이니까.

 

 

 

<김형미. 보건의료정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