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홍보위원이 만난 사람 - 송금선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장기기증은 새 생명을 주는 고귀한 결정”
”오랫동안 투석실 업무를 하면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업무에 관심을 갖게 됐고 교육을 수료했어요. 지난 2016년부터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업무와 투석실 업무를 겸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주에서는 최초로 뇌사자 간이식 수술도 진행하고 신장이식 수술도 50례를 달성할 정도로 일이 많아지면서 장기이식 전담 코디네이터로 일하게 되었어요.”
제주한라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송금선 간호사를 만났다.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모든 과정에 참여해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 의사들과 함께 효과적이고 원활한 장기이식을 할 수 있도록 조정·중재하고 관리하는 전문 간호사가 바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다.
생명 나눔을 위한 연결고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업무가 궁금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뇌사 추정 환자가 발생하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신고한 후 기증원 소속 코디네이터와 함께 보호자에게 뇌사에 대한 설명과 장기기증에 대한 안내를 하는 것에서부터 업무가 시작돼요”라며 “처음 코디네이터 업무를 시작할 때는 보호자 면담 중 보호자 입장에 감정이 이입돼 울컥해지는 경우가 많아 좀 힘들었다”며 여전히 보호자 면담이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 말한다.
“이어 보호자가 장기기증에 동의할 경우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뇌사자 발생을 보고하고 뇌사 판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해요. 뇌사 판정을 위해서는 1차 조사와 2차 조사, 그리고 뇌파검사 순으로 진행되는데 혹시나 환자 상태가 변하거나 주관적 판단에 의한 판정이 되지 않도록 같은 검사를 6시간 간격을 두고 진행하죠. 이후 확실히 뇌사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뇌파를 찍는데 간혹 뇌파에서 파형이 보일 수도 있어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뇌사 여부를 확인한 후 전문의가 포함된 뇌사판정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뇌사가 맞다고 결정이 돼야 비로소 법적인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뇌사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장기이식관리센터에 진행 상황과 장기 상태를 보고하고 또한 장기 수혜자가 있는 병원과 일정 등을 조율하며 수술을 준비함과 동시에 이식 대기자 리스트에 한라병원 환자들이 있으면 저희 환자도 입원시켜서 이식에 필요한 검사 진행을 시작해요”라며 “이 경우 항상 수혜 1순위 환자와 2순위 환자 2명을 입원시키고 검사를 진행해요. 왜냐하면 대부분 1순위 환자분이 이식받게 되는데, 간혹 검사 도중 문제가 발견돼 혹시라도 2순위 환자에게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니 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해 준다.
“최종 뇌사 판정이 되고, 장기적출이 최종 승인되면 본격적인 적출 수술에 들어가게 돼요. 수술실에도 직접 들어가 원만한 수술 진행을 위해 타 병원 의료진 안내 및 수술 순서 조율, 필요 물품 및 약물 점검 등, 장기가 적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관리를 담당해요”라며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타 병원에서 뇌사자가 발생하고 저희 병원 환자가 수혜자가 됐을 경우에는 직접 가서 장기를 이송해 오죠. 뇌사자 발생 여부를 미리 알 수 없다보니 24시간 대기가 일상”이라는 송금선 간호사.
“이번 뇌사자 간이식 수술도 긴박하게 이뤄졌죠. 전날 오후에 연락을 받고 항공편을 알아보고, 이동시간을 계산하고, 수혜환자 검사 진행 등 밤사이에 모든 준비를 하고 다음날 기증 환자가 있는 다른 지방 대학병원으로 출발했어요. 장기를 포장할 준비물, 적출에 필요한 카테터, 용액 등, 각얼음까지 챙겨서요. 이동 중에도 계속 본원에 진행 상황을 보고해줘야 해요. 수술실에 들어간 후 장기가 적출돼서 나오기까지 3-4시간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꼼짝 않고 기다리죠. 특히 간이나 신장, 폐는 수술실에서 적출 전에 조직검사를 보내고 병리과에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수혜병원에서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식에 적합하다고 판단돼 사용이 결정되면 적출된 장기를 이송해 와요. 병원과 공항에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바로 수술실까지 가지고 와요”라며 오랜 시간 몰아치는 긴장감을 잘 버텨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증자가족과 수혜자를 오가는 상황에서 여러 생각이 들 것 같다.
”이식 대기자분들 중에 특히 오랜 기간 기다리다 이식을 받게 된 경우도 있고, 운이 좋아서 몇 년 안 기다리고 이식받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2003년 투석실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쭉 뵈어 온 환자분이 이식을 받게 됐을 때는 너무 뿌듯했어요. 퇴원할 때 오셔서 한참을 울고 가셨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기증자 가족에게는 여전히 아픈 구석이 있다.
”기증자에게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아직까지도 감정 동요가 돼서 면담하기가 힘들어요“라는 송금선 코디네이터가 기증자 가족에게 건넨다는 말들이 귓가를 맴돈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 어려운 결정을 하셨습니다. 환자분이 뇌사 상황이 된 데에 가슴이 아프고, 그런데도 장기기증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결정을 뇌사 상황이 된 환자분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겁니다. 평소 살아온 바를 제가 알 수 없지만 좋은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원혜영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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