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물질 생성 전달해 인체 건강에 직접 영향
장내 미생물
인간은 약 2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물벼룩조차도 약 3만 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는 너무도 작은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이 이렇게 빈약한 수의 유전자만을 가지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미생물에 있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는 약 30조 개에 달하는데, 그보다 더 많은 약 38조 개의 미생물이 피부, 소화기, 호흡기, 생식기 등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체 미생물의 거의 대부분(약 95%)은 대장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의 유전자 수는 무려 330만 개에 달해 우리 유전자 수의 150배나 됩니다.
장내 미생물은 소화, 흡수와 같은 기본적 기능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유지하고 뇌와 간에 필요한 물질을 생성하고 전달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대장암, 크론병을 비롯한 13가지 만성 질환의 발생에 대한 연구(미국 하버드대학과 이스라엘 와이즈만 박사)에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보다 장내 미생물이 만성질환의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장내 미생물의 건강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감사하게도 건강관리에 따라 장내 미생물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평생 변하지 않는 유전자와 달리 장내 미생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섭취하고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섭취한다면 빠르면 2주 안에 주요 상주균이 변화를 보이는 것이지요.
현재 내 몸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에 대해 ‘바로 알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 장내 미생물의 건강한 ‘균형’이 중요합니다. 장내 미생물은 오랫동안 우리 몸과 공생해온 상주균, 잠시 머물렀다 대변을 통해 배출되는 프로바이오틱스균,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유해균, 이렇게 세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장 세포(점막)를 건강하게 해주는 상주균과 건강에 이로운 프로바이오틱스균이 적절히 존재하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이 적어야하는 것이지요.
암, 비만, 대사질환(당뇨), 뇌 질환(치매, 자폐 스펙트럼),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질환 등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과 연관이 깊습니다. 유해균의 증식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염증 유도 물질의 과도한 분비를 유발하며 여러 신체 기관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고 이는 결국 질병의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2)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항생제의 오남용, 부적절한 식습관, 과다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현대인은 100년 전과 비교할 때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매우 부족합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떨어지면 소화 능력, 흡수 능력, 대사물질 생산 능력 뿐 아니라 약에 대한 반응, 감염균에 대한 방어 능력이 저하되어 질병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고 회복력도 낮아집니다. 프리보텔라(Prevotella)는 대표적인 건강 지표 미생물입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섭취하는 한국인의 장에 주로 거주하지요. 반면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는 가공식품과 단백질을 좋아하는 서구인의 장에 풍부합니다. 이처럼 장에 주로 거주하는 미생물을 통해서도 식생활 방식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3) 장내 미생물은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장 건강은 면역에 중요합니다. 면역조절 세포의 70%가 모여 있는 장에 사는 미생물은 다양한 물질을 합성해 장 세포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뇌와 장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신경/뇌질환(자폐 스펙트럼, 치매, 파킨슨병)을 가진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은 위장관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합성한 면역조절물질과 신경전달물질을 뇌로 전달하면 뇌는 신경전달물질을 장에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 건강은 간 건강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장내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염증유도물질과 독소는 염증성 세포의 활성을 촉진하여 간세포의 손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아는 것이 힘입니다. 장내 미생물 상태를 보면 현재의 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질병 예방에 힘쓸 수 있고 질병 발생으로 인한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5P 의료(predictive, personalized, preventive, participatory, precision medicine)의 시대입니다.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 질병발생을 예측(predictive)하고 맞춤형(personalized) 정밀(precision)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participatory)함으로써 질병을 예방(preventive)하는 것입니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는 사실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매일 작은 실천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 장내 미생물 검사에 대해서는 WE병원 건강증진센터(064-730-1443)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진단검사의학과 김동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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