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벼워 맹금류에게 잡아먹히기도 해
쇠오리 Eurasian Teal (Anas crecca)
동식물 이름들 중에 '쇠'자가 들어간 이름이 흔하게 있다. 뱀 중에 독을 가진 쇠살모사, 나무의 이름 중에는 쇠물푸레나무, 쇠보리 등등이 있다. 국어대사전에는 ‘쇠’는 일부 동물 명사나 식물 앞에 붙여서 ‘작은’의 뜻을 더하는 말이라고 한다. 서로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훨씬 크기가 작은 생물을 구분할 때 앞에 '쇠'를 붙여서 이름을 지었다.
특히 새의 이름 중에 쇠자가 들어간 이름이 많이 있다. 검은 정장을 입고 물고기를 잠수해서 잡아먹는 쇠가마우지, 푸른 초원 들판에서 소리내어 우는 쇠개개비, 뜸북 뜸북 슬픈 울음소리를 가진 쇠뜸부기, 빨간 이마를 가진 쇠물닭, 쇠박새, 쇠백로, 쇠부엉이, 쇠솔새, 쇠청다리도요, 쇠황조롱이 등 우리나라 조류 목록 500여종 중에 무려 31종류나 된다.
이름 그대로 쇠오리는 오리종류 중에서 크기가 제일 작은 편에 속하는데,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는 각각 59cm, 61cm정도인데 비해 쇠오리는 부리에서 꼬리깃 끝까지의 길이가 38cm정도이니 무려 20cm정도가 작다. 수면 위에 떠 있는 다른 오리 옆에 있는 걸 보면 꼭 막내 동생같이 작게 보인다.
워낙에 작아 몸무게도 적게 나가기 때문에 맹금류인 매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많다. 매가 철새도래지 상공을 비행하다가 습지나 호수 한가운데 있는 오리류를 공격할 때, 몸집이 큰 오리류를 공략하기란 쉽지가 않다. 공격하여 포획한다고 하여도 물속에서 먹이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습지 주변의 가장자리로 끌고 와야 한다. 하지만 길이가 42cm, 날개편 길이가 90cm 정도인 매가 자기 몸무게와 크기보다 더 큰 새를 포획하여 먹잇감을 가장자리로 가져오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작은 새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중 쇠오리는 작고 다른 오리류에 비해 무게도 가볍기 때문에 포획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리류들은 대부분 겨울철새이기 때문에 지금 볼 수 있다. 하도 철새도래지를 비롯해 종달해안, 성산철새도래지와 오조리 내수면, 한경면 용수리 철새도래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많은 오리들이 자멱질을 하며 먹이를 찾을 때 주변에 크기가 확연히 작아 보이는 오리가 바로 쇠오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쇠오리는 몸길이 약 38cm 정도의 소형 오리이다. 멀리서 보면 수컷은 얼핏 밤색 머리를 한 소형 회색오리로 보인다. 이마와 정수리, 뒷머리는 붉은 갈색이고, 보랏빛 광택이 나는 짙은 녹색 선이 눈 주위에서 뒷목으로 이어진다. 아래꼬리덮깃 양쪽에는 삼각형의 크림색 얼룩점이 뚜렷하며, 날 때에는 날개의 흰색 줄무늬가 돋보인다. 암컷의 몸 빛깔은 전체적으로 얼룩진 갈색이다.
흰뺨검둥오리나 청둥오리에 비하여 쇠오리는 크기가 작아서인지 나는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매의 사냥속도보다는(300km/h) 턱없는 속도이기도 하여 곧잘 매의 먹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작은 무리 단위로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이 고여 있는 곳이나 하천, 호수, 바다에 살면서 낮에는 안전한 곳에서 무리를 지어 쉬고, 밤이 되면 주변 밭이나 습지, 갈대밭 등지에서 먹이를 찾는다. 대개 작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
오리류들은 겨울 월동지에서 먹이부족과 추위로 희생되기도 하고 맹금류와 들고양이, 들개에게도 목숨을 잃는다. 간혹 철새도래지 주변이나 해안도로에서 차량에 충돌하여 죽는 경우도 있다. 오리류들은 사람의 움직임이나 차량의 움직임으로 인한 소음에도 민감하다. 갑자기 차량이 나타나 소음이 들리면 놀라 날아오르다 차량에 부딪힌다. 간혹 철새도래지 주변을 통과하는 차량들의 속도를 줄이고자 과속방지턱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과속방지턱이 없는 듯이 속도를 내며 달리다가 새들이 희생되고 있다. 철새도래지는 새들이 겨울 내내 지내는 곳이라 여러 방해 요인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자주 이동하게 되므로 이때 충돌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한겨울 추위가 닥치면 새들의 겨울나기는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다.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과 자동차, 이 모두가 새들의 삶을 방해하고 있다. 이들이 조금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해안도로와 철새도래지를 찾을 때 불안에 떨고 있는 쇠오리를 비롯한 새들을 생각하여 함부로 다가가지 않고, 차량 속도를 줄여주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쇠오리는 시베리아, 몽골, 알래스카 등지에서 번식한다. 물가 풀숲에 둥지를 틀고 한배에 8~10개의 알을 낳아 21~23일 동안 암컷이 품는다. 떨어진 낟알이나 씨앗을 주워 먹고 물풀을 뜯어 먹는다. 새로 돋아난 잎, 작은 연체동물, 물에 사는 무척추동물 등을 먹는다. 지구의 북반구가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타이완, 필리핀, 중국 남부에서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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