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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을 향한 이 시대 리더십의 조건

제주한라병원 2019. 12. 31. 13:22



‘가나안’을 향한 이 시대 리더십의 조건




제주의 공허한 리더십

작금 제주의 상황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진척되는 것은 없고 경기 침체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무기력증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제2공항은 도민사회에 찬반의 갈등을 야기하면서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환경과 개발이라는 경계선 앞에 이러저러한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 한때 부동산과 건설 분야가 주도하며 반짝하던 경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가속 페달을 밟던 유입인구는 이미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착시현상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예상된 결말이었을까?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돌아보면 앞에서 열거한 여러 사안들은 그 어떠한 목표나 계획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우연히 나타난 현상이었다. 


지금 이런 제주를 한마디로 어떻게 정리할까.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는 한 척의 배와 같다고나 할까. 이제 가던 길 멈추고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먼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리더십에 대한 점검이다.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 나갈 설계도를 만드는 것은 리더십의 몫이다. 특별자치도가 열리고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안타깝게도 미래 제주를 설계할 리더십은 나타나지 않았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리더십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지구촌은 빅 데이터와 융합에 의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 했다. 세계시장은 손바닥만큼 좁혀지고, 그 경쟁은 치열하다. 지역과 국가들은 경쟁에서 이길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지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힘은 개성과 차별화를 바탕으로 한 융합적 접근에서 나온다. 그 개성과 차별화는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21세기 산업적 시대정신은 역사. 문화적 상상력을 토대로 다양한 산업을 유기적으로 엮는 융합에 있다. 지금 제주는 융합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는 리더십 출현이 절실하다.



융합의 시대정신 제대로 읽는 리더십

성경의 인물, ‘모세나 여호수아’의 소명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으로 가는 것이었다. 제주에 있어 ‘모세나 여호수아’ 리더십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일까.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도민들과 함께 풍요롭고 안전한 미래제주로 가는 것이다. 지금 제주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그려내고 도민을 그곳으로 이끌어갈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동안 제주에서 진행되어지는 사업들이 주마간산식이고,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쌓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뚜렷한 목표의식은 없고 시대정신에 어울리는 개성과 철학도 없기 때문이다. 살펴보건대 국제자유도시 중심에 내재된 제주의 모습, 평화의 섬 이미지 구축을 위한 평화철학은 어떤 것일까? 또 이러한 사업들을 이끌어갈 특별자치도의 청사진에 제주의 역사적 정통성과 자주성, 그리고 자존감은 얼마나 담고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의 리더십은 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전혀 없다. 개성과 차별화의 동력인 탐라신화와 설화에는 제주의 미래산업을 파워 브랜드로 키울 소재들이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 등 생명사상으로 점철된 서천꽃밭이야기, 장수 이미지로 가득한 노인성 이야기, 그리고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 등은 제주의 미래산업을 풍요롭게 할 상상력의 진수이다. 이제야말로 제주다운 가치 정립과 함께 융합적 접근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승부할 미래산업을 도출해내야 한다. 



깨달음의 리더십으로 제주 미래가치 키워야 

그렇다면 제주가 펼쳐나갈 융합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일단 제주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과 환경, 그리고 산업분야에 대한 제주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또한 산업적 시대정신을 돌아봐야 하며, 도민의 참여와 이익이 보장되는 내생적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 상상력으로 빛나는 탐라신화와 번영의 탐라역사는 장수와 건강, 그리고 생명의 가치로 가득하다. 


또한 제주는 환경적으로 세계 보건기구가 인정한 건강의 섬이다. 4면의 확 트인 바다가 토해내는 맑은 공기, 곶자왈이 걸러낸 생명수, 식생의 보고 한라산은 건강성의 상징이다. 제주처럼 다양하고 건강한 식자재를 생산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대정의 마늘, 구좌의 당근, 서귀포의 감귤, 애월의 양배추와 브로콜리, 한경지역의 보리, 중산간의 약초산업 등은 특장성과 다양성을 반증하는 동시에 주민 친화적 산업임을 알 수 있다. 결국 각 분야에 내재된 제주가치는 건강이다. 


건강산업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제주관광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다. 편향적인 양적 관광에서 도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질 높은 관광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동력이다. 제주의 청정 환경과 농업, 그리고 관광이 결합하고, 거기다 인문학적 건강. 생명의 가치가 비벼진다면 향후 제주 100년을 책임질 건강산업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를 키우기 위한 투자유치 역시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융합산업인 건강산업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중구난방식의 외부자본 유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모든 것이 리더십의 몫이다. 제주는 지금, 제주가치를 제대로 알고 산업적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깨달음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깨달음의 리더십이어야 제주의 미래가 달라진다. 이것이 이 시대 리더십의 조건이다. 




<송정일 제주신문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