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신화 이야기 ⅩⅩⅥ : 완벽한 금고 對 완벽한 도둑 ①
보물이 자꾸 없어지자 람세스는 덫을 설치하는데…
파라오 람세스 3세 통치하에서 이집트는 번영을 누렸다. 재위 초기 람세스 3세는 팔레스타인과 리비아와 전쟁을 치르기도 했지만, 전쟁 이후에는 이웃나라들과 평화롭게 살았다. 무역을 장려한 그는 역대 이집트 파라오 가운데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고 그는 금이나 은, 혹은 귀중한 보석을 아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그 보물을 훔쳐가지 않을까 늘 걱정이었다.
람세스 3세는 건축가 호렘헵을 불러 “화강암을 이용해 튼튼한 보물창고를 만드시오. 단단한 바위를 창고의 바닥으로 삼고 벽도 두껍게 쌓아 아무도 구멍을 낼 수 없게 하시오. 물론 지붕도 튼튼하게 돌로 만들고 피라미드 식으로 세워 어느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게 하시오.”라고 지시했다.
호렘헵은 말했다. “오, 파라오시여. 생명과 건강과 능력이 함께 하소서. 폐하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사람도 건설하지 못했던 아주 튼튼한 보물 창고를 건설하겠나이다.”
궁궐을 나온 호렘헵은 파라오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이집트 땅의 모든 석공들을 모았다. 석공들이 모이자 엘레판티네 섬 근처의 채석장에 거주하게 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을 캐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일을 시켰다. 돌이 적당한 크기로 잘리면 나일 강변으로 옮겨 그곳에 대기하고 있는 배에 실어서 강 건너 테베의 서쪽으로 날랐다. 그곳에는 람세스 신전이 이미 건설되고 있었는데, 오늘날 마디나트 하부라고 불리는 곳이다.
호렘헵의 노력으로 날이 갈수록 보물 창고의 벽은 높아져 가고 지붕 위 피라미드처럼 생긴 높은 탑도 솟아올랐다. 입구에는 돌로 만든 미닫이문이 설치되고 그 안에 다시 철문이 놓였다. 각 문들은 파라오의 인장으로 봉인되어 문을 열면 그대로 흔적이 남았다.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도록 만든 이 보물창고가 완성되자 파라오는 호렘헵의 노고를 위로하고 많을 상을 내렸다. 파라오 람세스 3세는 도난의 위험이 없어진 것을 기뻐하며 이 창고에 그동안 모은 보물들을 보관하도록 했다.
그러나 철옹성 같은 이 창고에 보관된 보물들도 도둑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보물의 도둑이 다름 아닌 호렘헵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두꺼운 벽 안에 보물창고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통로를 만들어 놓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이 비밀통로를 이용해 보물들을 훔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비밀통로를 마음껏 이용해보지는 못했다. 그가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호렘헵은 임종 전에 서둘러 두 아들에게 보물창고의 비밀 통로를 말해 주었다. 그가 죽은 후 두 아들은 테베 서쪽의 귀족들의 묘지(귀족들의 계곡이라고도 함)에 바위를 뚫고 무덤을 만들어 아버지의 시신을 성대하게 매장했다. 장례가 끝난 후 호렘헵의 두 아들은 아버지가 알려준 비밀통로를 통해 수시로 창고에 들락거렸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더니 보물이 계속 줄어드는 것을 마침내 파라오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람세스 3세는 문을 봉해놓은 파라오의 인장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어떻게 도둑들이 보물창고에 들어갈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수시로 그의 보물창고를 방문하여 이번에는 어떤 보물이 사라졌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파라오는 정교한 덫과 올가미를 보물들 옆에 설치하도록 했다. 비밀통로를 통해 보물창고에 들어오던 두 형제 중 형이 덫에 걸려들었다. “어이쿠, 이게 뭐지?” 형과 동생은 덫에서 벗어나려고 밤새도록 발버둥쳤다. 그러나 차츰 날이 밝아오자 형이 먼저 체념했다. 형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우야! 이제 어떤 방법을 써도 나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날이 밝아오면 파라오의 병사들이 이곳으로 오겠지. 그들은 내가 보물도둑이라는 것을 알면 살려주지 않을 거야. 파라오는 먼저 나를 고문해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겠지. 그리고 나서는 우리 집안 전체에 끔찍한 보복을 할 것이 뻔해.”
아우는 형을 위로했다. “형, 용기를 잃지 마. 형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 거야.”
“만약 내가 잡히게 되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다. 아우야! 우리 가족의 비극을 막기 위해 내 부탁을 꼭 들어다오. 내가 자결하고 나면 내 목을 가지고 달아나거라. 그리하면 파라오도 내가 누군지 알 수 없을 테니 너와 우리 가족이 파라오의 복수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을 거야.”
동생은 형의 얼토당토않은 형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덫을 부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부산센터장 안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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