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 위해 유기적 시스템 갖춰"
권오상 제주권역외상센터장
교통사고 등으로 눈 앞에서 누군가가 큰 외상을 입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볼 때 한시바삐 병원에 옮겨 살리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런 긴급한 생사의 기로에 선 중증외상환자를 살리려면 의사 개인의 역량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한다.
헬리콥터를 이용해서라도 골든타임 내 이송을 해야 한다. 이송은 신속해야 하고 이송 중에도 적절한 처치가 이뤄져야 하며 최종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도달해야 한다. 도착과 동시에 신속한 진단과 수술, 그리고 집중치료가 이어져야 하므로 수술방과 중환자실이 갖춰져 있어야 하며 최종치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에서는 마취과부터 혈액은행, 당장 수술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진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의료지원도 신속히 투입돼야 한다. 이처럼 모든 시스템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진행됐을 때 비로소 중증외상환자의 소생 확률이 높아진다.
환자 발생 직후부터 현장처치, 환자 이송 혹은 병원간 전원, 수술, 치료, 재활치료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 걸쳐 행정, 소방기관과 협력하여 모든 것을 시스템적으로 컨트롤해 줘야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심이 권역외상센터다.
중증외상환자의 희망인 권역외상센터가 제주에도 곧 개소된다. 바로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 생명이 위독한 중증외상으로 긴급 수술과 집중치료가 필요할 때 이 모든 것을 책임져 줄 유일한 곳이다. 이런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제주권역외상센터 권오상 센터장을 만났다.
“중증외상은 공공의료의 한복판이다. 국가가 전력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 막중한 책임만큼이나 권역외상센터가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하게 관리돼야 하는지 느끼게 한다.
“권역외상센터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시스템을 갖추려면 인력확보가 우선 돼야 하고, 이후에는 병원 내 시스템과 함께 사회적 시스템, 병원 도착 전 단계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권 센터장은 ”병원 내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여서 지금은 도내 소방센터 등을 일일이 방문하여 병원 도착 전 단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도착 전 단계 시스템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권 센터장은 이에 대해 “예를 들어 외곽지에서 심정지가 오는 환자를 소방대원에게 40~50분 안에 책임지고 외상센터로 이송하라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교육을 통해 병원도착 전까지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단계를 의미한다”며 “제주는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표선, 세화, 성읍 등에서 외상센터까지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40분 이상이 걸린다. 자동차 이송으로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한라산 산악사고, 추자, 우도 등 유인도서에서의 사고까지 관할하기 위해서는 닥터헬기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센터장은 또 “환자에게 기도를 확보하기 위한 인튜베이션이 시급한 경우 가까운 병원에서 우선 하고 나서 이송해야 하는데 그 곳에서 다른 검사를 모두 하고 오면 지체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병원간, 또 응급의료 종사자간의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센터 도착 전까지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서 지체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가 바로 병원 도착 전 단계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지역 사회에서 권역외상센터 개소가 주는 의미가 궁금했다.
“그동안 전문적이면서 시스템적인 치료 미비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던 중증외상환자들의 생존가능성이 높아지게 됐을 뿐 아니라 중증외상환자의 진료비는 사실상 막대하게 소요되지만 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열면 본인부담금이 5%밖에 되지 않는다”며 센터 개소에 따른 혜택이 경제적인 범위까지 확대된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 중증외상센터 의료진들이 함께 모여 입원 중인 외상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일선 소방센터의 3교대 일정까지 맞추면서 소방센터를 순회하는 이유를 다시 물었다.
권 센터장은 “센터 개소 후에는 수술을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미비로 환자가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먼저 환자를 대하는 119구조대원들의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또 “사회적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려면 전체적인 국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필요하면 공원에도 헬리콥터가 착륙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자이송이 아무리 급해도 계류장이 아니면 내릴 수 없다. 이게 사회적인 시스템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응급환자를 위해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런 사회구성원이 되어야겠다는 자그마한 다짐을 해본다.
<글=원혜영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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