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장내 유익균 감소 등 미생물 조성 달라져
선천성 질환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주 원인은 염색체 이상으로 대개 외견상 형태학적 이상, 지능지체, 심장이나 내부장기 이상 등의 공통점을 가진다. 그런데 선천성 질환이면서도 독특한 특징을 가지는 것이 소아조로증(Progeria)이다.
이 질환자의 평균 수명은 14.5세로 정상인의 6배 속도로 압축되어 노화가 일어나며 통상 사망원인은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 혈관질환이다. 외견상 키가 작고 머리숱이나 눈썹이 없으며, 이마의 정맥이 튀어나오고 피부는 얇고 관절은 뻣뻣하다.
이 질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하버드대학병원에 일하는 소아과 의사 부부 사이에 태어난 97년생 아들인 샘(Sam)이 소아조로증 소견을 보인 것이다. 이들 부부는 좌절하지 않고 1999년도에 소아조로증법인(PRF)을 설립하고, 이후 미국립보건원(NIH)에 청원하여 원인유전자를 밝혔으며 지금까지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해오고 있다.
이 질환의 원인 유전자는 1번 염색체에 있는 LMNA로 밝혀졌는데, 이 유전자에 관련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핵막이 불안정해져 세포가 쉽게 부서지고 세포주기는 짧아져 수명이 단축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물질탐색 과정에서 가장 먼저 채택된 것이 로나파닙(Lonafarnib)이다. 이 약물은 원래 미국제약사인 머크사(Merck)에서 백혈병치료제로 개발이 되었으나 독성이나 효과면에서 적절하지 않아 폐기되었었는데 현재는 소아조로증 임상시험에 사용되고 있다.
이후 두 번째로 채택된 약물이 라파마이신(Rapamycin)이다. 이 약물은 원래 흙에 사는 방선균(Streptomyces)에서 유래한 면역억제제로 신장 등의 장기이식 후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미국의 일부 연구진이 라파마이신을 쥐에 투여하여 생존기간이 1.77배 더 오래산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타임지에서 이를 근거로 사람이 142세까지 살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노화연구에 주목을 받게 된 약물이다. 그런데 이 약물은 면역억제제로 세균감염이나 당뇨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노화관련 질병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삶의 질 관점에서는 수명이 단순히 연장된다고 해서 항암제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려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장내미생물에 대한 이해가 확대되면서 소아조로증이나 노화연구도 전기를 맞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내미생물 조성은 젊은 때와 달라지고 장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도 소아조로증 환아의 대변에서 정상인에서 발견되는 특정 유산균이 전혀 존재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는 아프리카산 어류(Killifish)를 이용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는데 어린 물고기의 대변을 나이든 물고기에 투여했을때 일반 나이든 물고기에 비해 수명이 연장되는 것을 보고하였다.
노벨상 수상자인 러시아의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에서 말년을 보내면서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노인이 건강수명이 길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최근에는 포항공대의 연구진들이 유산균이 장내의 면역세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고하였다. 이러한 여러 사실들을 종합해 볼때 소아조로증이나 노화성 질환의 치료제로 안전성이나 효과 면에서 유산균의 가능성이 크며 최근에 발족한 아시아프로게리아법인(APO)과 함께 제주한라병원이 소아조로증 연구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 갈 예정이다.
<김우진 진단검사의학과장>
◇ 소아조로증(Progeria, HGPS)의 세포학적 병태: 환자세포의 핵막의 경계가 뷸규칙하며 세포내 활성산소의 농도가 높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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