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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제주한라병원 2018. 3. 2. 10:39

일체유심조…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 무술년 ‘황금개의 해’가 밝았다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월이다. 그래도 설을 지낸 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신년(新年)이 유효하다.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새해를 기점으로,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왔던, 긍정적 변화를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남자들에겐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워 보이는 담배 끊기와 술 덜 마시기 등 ‘금욕의 다짐’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살빼기, 이른바 ‘다이어트’도 지상 최고의 미션 가운데 하나다. 외국어 공부나 대학원 진학 등 자기 계발을 위한 계획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선뜻 결심을 굳히지 못한다. 실천에 실패했던 기억 때문이다. 괜히 시작했다가 중도포기로 놀림을 받느니 아예 시작을 하지 말까하는 소심함이 결심을 주저케 한다. “하다가 중지하면 아니 한만 못하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다. 마음먹기는 쉬우나 행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우리네 대다수 범인(凡人)들이 매년 반복하는 우(愚) 가운데 하나다. ‘술 권하는’ 대한민국에서 금주가, 스트레스 팍팍 쌓이는 현실에서 금연이, 먹을 일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서 살빼기가 단 번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면 매년 초 우리는 그렇게 결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하자. 작심삼일을 두려워하지 말자. 남들의 시선도 무시하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시구(詩句)처럼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가보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생각하기 나름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하다가 중지하면 한만큼 이익”이다. 금연을 결심하고 한 달밖에 못 지켜도 매일 담배에 찌들었던 폐가 한 달 동안은 휴식기를 갖는다. 영어회화를 시작하고 두달만에 ‘항복’했더라도 귀가 뚫려도 조금은 뚫렸을 것이고 입이 열려도 열릴 것이다.


 ‘작심’은 도전이다. 결과는 그 후의 일이다. 결과마저 좋으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도전과 과정을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다. 에베레스트 정복에 나섰다가 정상 8848m를 몇백m 앞두고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하산했더라도 도전 자체가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 세계 최고봉을 8000여m 올랐다는 사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한 경험과 자신감이 다음 정상정복 도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결과가 ‘최상’이지 못해도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다. 그것을 위한 과정이 결과이고 보람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작심하고 삼일만이라도 실천해보자. 시작이 반이라고도 했다.


 생각을 바꾸면 행복도 보인다. 새해에는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아래도 살펴보자. 위를 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 지금의 스스로 얼마나 행복한 지를 되새겨보자. 발목을 삐어 몇 주 깁스를 하고 절룩거리며 걸어 다녀야할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뛰어다닐 수 있었던, 그저 일상에 불과했던 어제가 큰 행복이었다.


 비록 절룩거린다고 해도 두발로 서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휠체어 신세를 져야하는 사람들에겐 부러움이다. 휠체어의 사람도 제 맘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해 시린 겨울 햇볕조차 스스로 찾지 못하는 사람에겐 동경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의 오늘도 어제 숨을 거둔 모든 이들이 갈구했던 ‘내일’이다. 행복은 이렇듯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리고 남의 떡을 부러워하지도 말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있긴 하다. 실은 남의 떡이 큰 게 아니라 나의 것과 다를 뿐이다. 작게만 느껴지는 내 떡도 다른 사람 눈에는 커 보이는 ‘남의 떡’이다.

아들만 가진 부모는 딸이 아쉽다. 어릴 때는 예쁜 딸에서, 대학에 들어갈 즈음부터는 엄마의 친구가 됐다가, 엄마가 나이 들면 도리어 엄마를 챙기며 ‘엄마’ 역할을 해줄 딸을 가진 부모가 부러울 따름이다. 반면 딸만 있는 부모는 벌초를 같이 다니고 ‘제사까지 챙겨줄’ 아들 하나가 못내 아쉽다. 당연한 마음들이다. 두 가지 모두 소중하다.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부족함’도 있다.


 세상에 100%의 만족은 없다. 일종의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산 길, 눈길 구분 없이 잘 달리는 지프는 승차감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반면 쾌적한 승차감의 승용차는 오프로드에선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놀러가는 것도 비슷하다. 여름철 바다로 가면 싱그러운 신록이 없고 산으로 가면 시원한 백사장과 일렁이는 파도가 없다.


 가끔은 바람에 흔들릴 필요도 있다. 이제는 다소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있더라도 받아들이자는 얘기다. 우리의 일상에서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심각한 일들이 거의 없다. 대한민국은 이미 독립됐고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화도 성숙해졌다.


 그리곤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에게 관대하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고 했다. 낙락장송도 한 때는 바람에 흔들렸기에 가능했다. 어설프게 바람에 맞서다 부러졌으면 이미 오래전에 땔감으로 사라졌을 일이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올해는 모두가 ‘사자처럼 바람처럼 연꽃처럼’ 주변과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제주매일 김철웅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