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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영원한 안식처 ⋯ 고통·슬픔 없는 무릉도원

제주한라병원 2017. 9. 27. 14:20

제주인의 영원한 안식처 ⋯ 고통·슬픔 없는 무릉도원


송정일 JIBS상임부회장


이어도를 알려야 하는 이유



해양주권과 이어도

역사를 돌아보면 해양을 장악하는 나라가 세계를 재패해 왔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과거에는 교역을 확대하기 위한 해상루트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다면 오늘날은 각종 해양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영토 확장 차원의 분쟁이 일고 있다. 바다에는 수산자원, 광물, 그리고 에너지 자원들이 널려있다. 러시아와 일본의 쿠릴열도 분쟁, 중국과 일본의 댜오이다오 분쟁, 그리고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억지 주장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주인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이어도 역시 실존의 섬으로 부각되면서 중국과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2006년부터 이어도의 명칭을 쑤엔자오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동북공정에 이은 또 하나의 해양공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어도 해역은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고, 천연가스,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길목이어서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이어도는 이제 제주사람들이 그려낸 상상속의 이상향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요한 영토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함께 정부 차원의 대응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선 우선 제주사람들이 이어도에 대한 애착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의 뇌리 속에 이어도는 제주의 이상향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섬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그 이미지를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제주인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이어도

제주여인들이 부르는 노동요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어도, 이어도는 제주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섬이다. 일반적으로 파라다이스나, 유토피아, 그리고 무릉도원 같은 이상향은 인간의 극한상황이나 현실도피에서 비롯된다. 현실을 떠나 편히 머무를 공간, 고통과 슬픔을 넘어 안주하고 싶은 그 어느 곳, 바로 이상향이다. 과거 제주사람들의 삶도 그랬다. 제주는 고통과 한의 역사로 얼룩진 섬이다. 특히 제주여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팠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뭍과 바다를 드나들며 엄청난 노동의 시련을 겪었고, 각종 착취에 시달렸다. 제주여인들에게 삶터였고 일터였던 바다는 고통과 한이 서린 지옥 같은 이승이었다. 그래서 일을 할 때마다 차라리 죽는 것이 사는 것 보다는 낫다는 자탄가를 불렀고 영원히 안식할 그 어딘가를 갈구했다. 바로 상상의 섬, 이어도인 것이다. 이어도는 신기루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예로부터 제주바다에는 신기루가 자주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송악산 일대에는 신기루가 자주 출몰해서 목민관들이 즐겨 찾았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들은 눈앞에 펼쳐진 신기루, 야자수로 뒤덮인 이색광경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곳이 바로 고통을 잊게 할, 그리고 영원히 안식할 무릉도원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어도는 이상향이라는 인식만으로도 신기루처럼 신비감이 더해진다. 이어도가 갖고 있는 스토리는 상당히 교훈적이며, 감동적이다. 이어도는 제주의 고난과 한의 역사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오늘의 제주를 있게 한 도전정신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어도에 대한 관심과 활용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송악산, 여기는 이어도가 보이는 곳

독일 라인강변에는 로렐라이 언덕이 있다. 로렐라이 언덕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로렐라이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스토리다. 따지고 보면 그리스가 판권을 갖고 있는 셈인데 독일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단순한 이미지 연출 하나가 국적을 바꿨을 뿐 아니라 로렐라이 언덕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명소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안데르센의 동화 속에 나오는 인어공주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상징물로 세워져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중 관광객 1500만명이 들어온다는 제주에는 제주의 스토리를 담은 관광명소 조차 하나 없다. 상상력으로 넘쳐나는 신화와 진시황 불로초와 같은 신비로운 스토리가 널려있는 데도 말이다. 특히 이어도 스토리는 정말 감동적이고 환상적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송악산 신기루의 기록과 이어도의 스토리를 잇는다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지금의 송악산은 그저 가파도와 마라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지로 관광객들은 무심히 풍광을 즐길 뿐이다. 그러나 이곳에 “여기는 이어도가 보이는 곳”이라는 스토리를 달면 송악산의 품격이 달라질 수 있다. 거기다 실존의 섬 이어도까지 삽입한다면 현실감도 더할 것이다. 이를테면 “마라도 남방 149Km에는 이어도가 있습니다. 이어도는 고통과 슬픔이 없는 섬으로 제주사람들이 영원히 안식할 무릉도원입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이어도를 의미하는 상징물을 설치한다면 훌륭한 관광 명소로 탈바꿈 할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이런 작업이 이어도가 제주인의 이상향이자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널리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례적인 이어도 축제를 개최하고 마당놀이나 뮤지컬 등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이어도는 국내는 물론, 분쟁 상대인 중국 관광객, 나아가 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인의 마음의 고향인 이어도, 그리고 대한민국 영토로서의 이어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