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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세트는 罪를 가져왔지만 오시리스는 희망을 갖고와

제주한라병원 2017. 4. 21. 09:39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신화 이야기 Ⅱ-
세트는 罪를 가져왔지만 오시리스는 희망을 갖고와


선(善)한 신(神) 오시리스가 악(惡)한 신(神) 세트의 음모에 속아 향내 나는 관에 갇혀 나일강에 던져진 후 이시스와 그녀의 동생 네프티스(세트의 아내), 그리고 지혜의 신 토트는 오시리스를 찾아 나일강 줄기를 따라 온 이집트를 돌아다녔다.


관은 강물을 따라 지중해 쪽으로 떠내려갔고, 페니키아의 비블로스(현재의 레바논) 땅에서 멈추었다. 관 근처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솟아났다. 시간이 지나자 그 나무는 거목이 되었고 관을 줄기 안으로 삼켜 버렸다. 나무에서는 관에서 배어나온 기분 좋은 향기가 났고, 이 때문에 아주 유명해졌다. 소문으로 그 향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시스는 그것이 오시리스의 관에서 난 향기와 비슷하다는 걸 직감하고 비블로스로 향했다.


한편 이시스가 도착하기 전, 비블로스의 멜카르트 왕과 아스타르테 왕비는 그 유명한 나무를 베어다 왕궁의 기둥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이시스가 도착했을 때 나무는 그루터기 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그녀는 몇 달 동안 말을 잊은 채 그루터기에 앉아 있었다.


왕과 왕비는 여신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객지 여인이 그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그 여인을 모셔 오도록 했다. 왕국에 도착한 이시스가 왕비의 머리에 손을 얹자 왕비의 몸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 또 이시스는 왕비의 아이에게 자기 손가락을 물려 젖을 빨아먹게 하며 왕자의 유모로서 왕궁에서 지내게 되었다.


어느날 밤 이시스는 사람들 눈을 피해 오시리스의 관이 담긴 기둥을 잘라 불 속에 던져 넣었다. 오시리스의 관을 삼킨 후 신기하게 변해버린 그 나무는 탈 때 그 불꽃 속을 통과해도 화상이 생기지 않았다. 이시스가 어린 왕자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불꽃 속에 넣어 두었는데도 아기가 멀쩡했으니 말이다.


문득 밖에 나왔다가 아기 왕자가 불 속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왕비가 깜짝 놀라 재빨리 아기를 불 속에서 끌어냈고, 이시스는 제비로 변신해 기둥 주위를 날고 있었다. 제비의 모습을 한 이시스는 왕비에게 “아기가 조금만 더 불 속에 있었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었을 것이지만, 지금 상태로도 장수를 누릴 수는 있게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와 왕비에게 오시리스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사연을 들은 왕은 즉시 기둥을 갈라 관을 꺼내어 이시스에게 돌려주었고, 이시스는 관을 가지고 이집트로 돌아왔다. 관을 열어보니 오시리스는 아직 부패하지 않은 상태로 완벽하게 원형대로 남아있었다. 이시스는 죽은 남편의 몸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어, 남편의 몸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이렇게 해서 다시 살아나게 된 오시리스는 이시스와 함께 사악한 동생 세트를 피해 은둔했다.


그러나 사막이 점점 줄어들고 농작물이 다시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세트는 오시리스가 되살아났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예전의 평화로운 생활로 돌아갔지만, 세트는 형을 처치하려는 음모를 다시 꾸미기 시작했다. 사냥을 핑계삼아 돌아다니던 세트가 어느날 잠자던 오시리스를 발견하고는, 그의 몸을 열네 조각으로 잘라 이집트 이곳 저곳에다 뿌렸다. (그래서 이집트에는 오시리스의 ‘무덤’으로 알려진 곳이 열네 곳에 있다고 한다.) 오시리스의 죽음과 함께 악(惡)이 다시 한 번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다시 이집트 전체를 뒤지고 다녔고 나일강에 있는 한 섬에서 남편의 시신을 겨우 다시 짜맞추었다. 오시리스의 시신 조각들이 모두 한데 모아지자 비로소 이집트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이때 어떤 목소리가 이시스에게 들려왔다. “세트가 남자들의 심장에 독을 넣었기 때문에 평화가 오래가진 않겠지만, 선(善)이 전혀 없는 시절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시리스의 영혼은 이제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가서 죽은 자들의 왕인 동시에 최고 재판관이 되었다. 인간들은 이제 죽어도 몸만 죽을 뿐 영혼은 영원히 살 수 있으며,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부활 판결을 받으면 몸과 영혼이 재결합된다. 세트는 세상에 죄(罪)를 가져왔지만 오시리스는 희망을 가져왔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