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두통 방치 말고 신속히 진찰받아야
만성 경막하 출혈 (Chronic Subdural Hematoma) (2)
만성 경막하 출혈은 노인 환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진단 또한 더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노인들이 사소한 신체적 불편함에 대해 덜 민감하다는 것 외에도 젊은 사람에 비해서 뇌 위축이 심한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뇌는 그 크기가 작아지며, 그렇다고 해서 머리 크기가 작아지지는 않으므로 두개골과 뇌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상당량의 피가 고이기 전까지는 크게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수주일 전의 가벼운 머리의 부상은 잊혀진 후라서 신경성 두통으로 여기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한쪽 뇌가 심하게 압박을 받아 마비 증상이 생긴 후에야 병원을 찾기 일쑤이다. 두통을 방치한 경우 출혈량 증가에 따라 두통의 빈도나 정도는 심해지며, 경막하 출혈이 좌측이나 우측, 어느 한쪽에 발생했다면 점차 반대쪽의 팔다리의 마비 증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뇌의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경련을 하기도 하는데,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지켜본 만성 경막하 출혈 환자 중 15%정도가 경련을 했다는 보고가 독일에서 나온 바 있다.
진단은 뇌 CT나 MRI 촬영으로 할 수 있다. 약을 먹어도 잘 조절되지 않는 두통이나 사지의 마비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둘 중의 한 가지 검사는 하게 되므로, 일단 병원에 오게 된다면 진단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증상 자체가 서서히 진행하고 모호한 경우가 많아 병원에 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인 신경성 두통과 비교한다면, 만성 경막하 출혈의 두통은 아주 심했다 좋아졌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지속적으로 점차 심해지는 두통의 양상을 보인다. 급성 뇌출혈과의 차이라면, 두통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만성 경막하 출혈은 아주 응급한 치료를 요하지는 않으나, 마비 증상이나 의식이 나빠지는 등의 증상이 보이는 경우에는 상당히 진행한 것이므로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만성 경막하 출혈은 그 양이 적을 때에는 지혈제 등 약물 치료를 하며 저절로 흡수되어 없어지기를 지켜볼 수 있으나, 양이 점차 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는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때, 출혈된 피는 액체 상태로 녹아있기 때문에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내어 도관을 넣은 다음, 이를 통해 고인 피를 빼내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갑자기 많은 양이 흘러나와 선지와 같이 굳어져 있는 급성 경막하 출혈의 수술을 위해서 두개골을 크게 절제하고 혈종을 걷어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술을 받으면 두통이나 마비 증상은 대부분 호전을 보인다. 다만 만성 경막하 출혈은 특히 노인에게서 재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수술 후 도관을 제거한 후에도 상당기간동안 지혈제 및 항경련제 복용을 해야 한다.
다만, 만성 경막하 출혈이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지혈제의 사용은 재발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나, 심장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이 동반되어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같은 항혈전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기존 약물과 충돌하여 곤란한 상황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출혈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뇌 혈관을 혈관 내에서 막아버리는 혈관 색전술도 시행하고 있다.
만성 경막하 출혈은 제대로 진단만 되면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발률이 높은 편이고, 무엇보다 증상이 급작스럽지 않아 병원을 늦게 찾는 경향이 있다. 뇌혈관 질환들에 비해 응급을 요하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방치해서 경련을 하거나 마비가 오랫동안 지속된 경우에는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머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후라도, 보름 정도 후부터 예전에 없던 두통이 생기고 있다면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백진욱 신경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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