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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여만에 진정된 메르스 사태…소통과 초기 대응 부족

제주한라병원 2015. 7. 24. 17:10

두달여만에 진정된 메르스 사태…소통과 초기 대응 부족

지난 4월 말 백수오 가짜 파동에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 소비자원이 검사한 32개 백수오 제품 가운데 29개에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조금이라도 들어갔거나 제품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돼 효능이 없다고 밝히는 보도가 나자 난리가 난 것입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2009년 2조8000억원이라고 밝혔지만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감안하면 현재 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백수오 건강식품 관련 상담 4천448건 중 부작용 경험 사례는 4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인 부작용 내용은 소화기 장애, 간기능 손상, 통증 발생, 혈액순환 및 신경계 이상, 자궁근종 및 출혈 등이었습니다. 부작용을 경험한 소비자의 34.8%는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가짜 백수오’ 사건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습니다. 가짜 백수오 사태가 수천 명이 참여하는 집단 소송 움직임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몇몇 판매 업소에서는 환불하는 사태도 발생했는데 일부만 가능했습니다. 제 아내도 백수오 제품을 샀다가 항의했더니 남은 제품만 돌려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여파로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홍삼이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직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고 대신 면역력을 키워 메르스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인 홍삼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홍삼이나 프로폴리스 등 건강기능식품은 필요한 면역세포를 증가시키거나 그 기능을 조절해 건강한 면역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확인으로 시작된 국내 군(메르스 사태가 두 달이 지나면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7월 13일 메르스 확진 인원이 186명으로 8일째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추가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아 총 36명으로 동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치료 중인 환자는 20명(10.8%), 퇴원자는 총 130명(69.9%)으로 치료 중인 환자 20명 중 16명이 안정적이며, 4명이 불안정합니다. 확진자 186명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병원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82명(44.1%)으로 가장 많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64명(34.4%),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9명(21.0%)입니다. 또 격리 중인 사람은 총 451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402명으로 18명(△4.3%) 줄었고, 병원 격리자는 16명(△24.6%) 감소한 4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정부의 연속된 오판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보건당국의 초동 대처 실패가 피해 병원장들의 공식 증언에 의해 국회에서 재확인됐습니다. 7월 10일 열린 국회 메르스특별위원회(이하 메르스특위) 전체회의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의료기관을 폐쇄했거나 코호트 격리조치를 당한 5개 의료기관장들이 출석해 초기 대응 상황을 증언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특히 보건당국이 파견한 역학조사관들이 메르스 발생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병원의 입을 막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병원장들은 “입원환자를 퇴원시킬 당시 메르스 발생 사실을 인지시키지 않았다”며 “역학조사관이 (메르스 발생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날 병원장들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메르스 피해 환자들과 함께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자괴감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정부와 보건당국의 무능과 안일한 인식이 메르스 사태를 키웠기 때문에 법적, 도의적 책임이 온전히 정부와 보건당국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의사 출신 의원들도 여야를 떠나 메르스 대처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이구동성으로 쓴소리를 했습니다.


“2012년 처음 발생한 메르스에 대해 국내에서 유입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게 아쉬운 점”이라며 “기본 매뉴얼을 2013년에 만들고 국제 심포지엄도 했지만 정작 일반 의료기관에 메르스 관련 안내가 전혀 없었다. 결국 첫 환자가 10일간 4개 의료기관을 다니면서 사태가 커졌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


“부실한 초동대처뿐만 아니라 허약한 우리나라 병원 위생 수준이 다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에 공중보건의만 20명이고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인원은 거의 없더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어떻게 정부 측 역학조사 담당자가 없느냐고 깜짝 놀랄 정도.”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정보 비공개가 국민의 자가대응을 가로막고 있다” “병원명, 감염 과정, 접촉 시 증상, 환자 이동경로 등을 알려서 위험을 인지한 국민 스스로 진단검사를 어느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지 공개해야 쓸데없는 과잉 격리를 막을 수 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메르스 환자가 1명당 평균 0.7명을 감염시킨다는 확률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 “전염병은 확률 게임이 아니다. 총력 대응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 화를 키웠다”.<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자가격리는 격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가옥 구조상 가족으로부터 한 사람을 분리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지금 당장 시설 격리를 해야 하고 시설이 부족하면 전국 각종 연수시설이라도 빌려 지역별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 2단계인 주의에서 최소한 3단계 ‘경계’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위기경보 수준 격상이 필요하다.”<김용익 새정치민주엽합>


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투톱인 문형표 장관과 장옥주 차관 모두 보건의료 분야 비전문가여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면서 장차관 임명 과정에서 의료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대한병원협회가 정의화 국회의장, 신상진 국회메르스대책특위 위원장,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메르스 사태! 어떻게 수습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으려고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최고의 숙주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였다”며 “이번 기회에 감염에 취약한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명지의료재단 이사장)는 “질병관리본부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서는 더 강해질 전염병 관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조직을 확장 개편한 미국 질병통제본부(CDC)의 성공적인 개혁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공중보건위기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역량을 높이려면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의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해 독립시키고 전염병 발생때 즉각 초동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방에 6개의 권역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하게 침체됐습니다. 시장 경제와 관광 업계가타격을 받고 학교와 학원이 휴업을 하고 공연이 취소되고 스포츠 대회도 위축됐습니다.


두 달 반만에 살아나기 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대처를 잘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공포와 불신, 유언비어가 우리 사회를 뒤덮었습니다. 어느 영역에서나 소통-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합니다. 메르스 사태를 막으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의료커뮤니케이션 강화는 그런 점에서 비용이 적게 들며 먼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장 의료진과 환자, 의사와 병원경영진, 보건당국 간의 소통부터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