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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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지도 어느덧 3개월...

제주한라병원 2011. 5. 30. 15:59

2007/09

한라병원에 입사한지도 어느덧 3개월..

 

사회사업과 김현정선생님

 

처음 입사했을 때만해도 아는 내가 과연 사회복자사로서 게다가 하루에도 수 백명씩 환자들이 오고 가는 병원의 분위기에 적응 할 수 있을지 기대감 보다는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 원래 병원이라는 분위기를 누구보다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병원의 사회복지사가 되어 일을 하고 있다는 지금이 아직도 꿈만 같고 이런 느낌은 당분간 계속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처음 환자의 보호자를 상담하던 그 날은 아직도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의 어색함, 떨림.. 그리고는 무사히 상담을 마치고 ‘아~! 나란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구나‘ 라는 그때의 그 느낌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지고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졸업하고 나서 가끔 길을 가거나 모임에서 대학 때 함께 하던 친구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말이 ‘지금 뭐하고 있어?‘ 이다. 그 물음에 ’한라병원에 다녀‘ 하면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에 2명 정도(?) 밖에 없다. 오히려 ’병원에도 사회복지사가 있어?, 거기서 뭐하는데?‘

 

처음엔 자세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너무 많이 가끔 골치가 아플 때가 있다. 그만큼 일반사회복지사가 아닌 병원사회복지사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은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병원하면 대표적으로 의사, 간호사가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병원사회복지사에 대한 무심함을 탓하기 전에 나조차도 병원에서 근무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하고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근무하고 있는 현재까지도 내가 그동안 무엇을 해 왔고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야 할지 조금은 막막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글의 내용처럼 3개월 동안의 느낀 점을 말하라고 하면 솔직히 ‘3개월 동안 해 보고 뭘 알아? 평생 겪어봐도 알지 못 할 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데’ 라는 것이다. 성격이 그리 밝거나 외향적이 아니라 나는 상처받는 일이 있으면 속으로 담아두는 편이고 누군가에게 선뜻 먼저 다가가는 일이 누구보다도 힘이 들다.

 

병원사회복지사라는 것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에게 의료비나 간병을 지원해 주는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몸과 더불어 마음이 아픈 환자들에게 위로를 해 주고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빵점짜리 사회복지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그런 그릇이 되는 사람인지, 그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려다 오히려 내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썼다.

 

실례로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 주지 않으면 사회복지사로서 자격이 없다느니 심지어 입에 담지도 못 할 욕설을 퍼붓는 분도 계셨다. 처음엔 그런 일이 있으면 남몰래 눈물도 흘렸고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어 밥도 못 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 난 욕 많이 들어서 오래 정말 오래 살거야’ 라며 기분 좋게 넘어 갈 수 있는 여유란 것이 생겼다.

 

누군가가 나한테 말했다. 처음엔 정말 ‘병원사회복지사로서 잘 적응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점점 사회복지사 같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다른 어떤 칭찬을 들은 것보다 기분이 좋았다.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사 같다는데 그 것만큼 좋은 말이 어디 있을까?

 

학창시절 어느 교수님의 수업시간이 떠오른다. 사회복지사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세 가지는 냉철한 머리, 따뜻한 가슴, 강인한 체력이라고.. 강인한 체력이야 밥 많이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키우면 될 것이고 따뜻한 가슴, 냉철한 머리는 피나는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게 갖춰져서 온 완벽한 사회복지사가 아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며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그 날까지 정말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나머지 두 가지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환자들에게 다가가기 힘든 그런 사회복지사가 아닌 때로는 손녀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그렇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복지사가 되길 소망한다.

사회복지의 중심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