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기 위한 힐링장소가 되길 바라며…”
“건강해지기 위한 힐링장소가 되길 바라며…”
하얗게 조명이 밝은 곳에 초록색 수술복, 하늘색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수많은 사람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모습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수술실을 짧은 시간이나마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어렸을 적 만화로 보았던 스머프 마을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외부 사람들에게는 궁금하고 신기하기도 할 그런 스머프 마을에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다.
8시 40분. “삐리리~~, 수술환자 왔습니다!”
수술실 안까지 현란하게 울려대는 인터폰 소리와 이송반의 한마디 외침을 시작으로 아침 첫 수술을 받게 되는 6명의 환자들이 들어오면서부터 회복실에 모이는 수많은 사람들 안에서 마취과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마취과는 5명의 마취과장님, 3명의 전공의, 7명의 마취과 간호사들이 함께 일하며 수술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병실로 올라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부서 특성상 수술실이라는 낯선 환경이 환자들에게는 불안의 요소가 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환자들이 잔뜩 긴장하며 수술실에 들어오게 된다.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회복실에서 1차적으로 마취과 간호사들이 환자확인을 위한 질문을 통해 수술환자와 처음 대면하게 되고, 마취에 대해 설명을 하다보면 “아프지 않아요?” 라는 질문부터, “무서운데 잠자게 해주면 안 되나요?” 등 긴장된 표정으로 누워있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수술에 참여시키는 것이 마취과 간호사의 첫 번째 역할이다.
어느 날인가 한번은, 8살 환아가 편도선 수술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왔다. 누워있지 않고 앉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신기한 듯 보호자에게 질문도 많이 하는 모습이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어 속으로 ‘요놈 봐라~’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보통 어린 환아들은 보호자 없이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이 환아의 경우 괜찮을까 싶어서 “혼자 들어가 볼까?” 이랬더니 바로 울상을 지으며 어디서 들었는지 “마취는 어떻게 해요?” 라며 묻는다. “주사 맞으면 잠이 올 거야., 그렇게 자고나면 수술이 다 끝나 있을 거야.” 이랬더니 잠이 안 온다며 안 잘거야 라고 우겨댄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으며 “잠 안 잘 수 없을 텐데. 선생님이랑 아이스크림 내기할까?” “해요!” 당연한 결과였지만 그렇게 시작된 내기로 인해 울상이던 환아는 조금 전의 개구쟁이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 후로도 간혹 소아 환아들 수술의 경우 당연한 결과에 어찌보면 얄밉게 보일 내기를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긴장이 풀려 조금은 쉽게 마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수술하기 전 환자와 회복실에서의 작은 긴장감이 지나고 나면 수술방으로 들어가 2차적으로 정확한 환자확인을 위한 Time Out이 시행되고, 전신마취 혹은 하반신마취(척추마취, 경막외마취), 상지마취(상완신경총 마취) 등 진행될 수술과 환자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보고 마취과장님에 의해 알맞은 마취가 시행된다. 마취과 간호사는 마취에 필요한 준비를 한 후, 환자 옆에서 취해야 될 자세와 마취별로 주의사항을 시기 적절히 말해주게 된다. 그 과정에서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많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척추마취를 받은 환자분께 “두통이 생길수도 있으니 앞으로 6시간동안 머리 들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게 되지만 마취시킨 다리가 자기 다리 같지 않아 이상하다며 자꾸 고개 들고 보시는 경우가 많아 반복해 주의를 주면 환자와 간호사 둘 다 멋쩍게 웃게 되고, 노인환자의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우면 더욱이 곤란할 때가 많다.
이런 작은 해프닝들과 함께 예정된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무사히 종료되어 환자가 병실로 올라갈 때까지 마취과 과장님들과 간호사들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는 긴장된 상황 속에서 일분일초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모든 생각과 건강상태를 대변하며, 그 과정에 발생되는 작은 변화에도 적절히 대처하려 투약, 수혈, 검사 등의 간호를 수행하기위해 노력한다.
아플 때가 가장 힘들 시기인데 그 때 수술실에 홀로 외로이 들어와 있는 환자들에게는 불안한 마음을 기댈만한 기둥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취과인 우리라는 것을 알기에 무언가를 더 해주기에 앞서 조금 덜 긴장하게, 조금 덜 아프게, 조금 덜 걱정하게 해주는 것이 수술 받으며 외로운 싸움을 하는 환자들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어 힘을 실어주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노력 끝에 수술실에 처음 들어올 때 긴장했던 표정이 병실로 올라갈 때는 환자와 우리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수술 잘 끝났으니 빨리 나으세요.” 라고 서로 웃으며 인사 나눌 때가 모두에게 가장 보람되고 기분 좋은 순간일 것이다.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했던 회복실에서 오후 늦게 마지막 환자까지 병실로 올라가고 난 후 가만히 하루를 돌이켜 보며 “오늘 하루 수술 받은 환자들도 모두 빨리 나아지기를…” 하고 조그맣게 바라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일터로 나올 똑같은 모습을 한 수술실과 마취과 사람들을 떠올리면 언제나 생각나는 활기찬 스머프들~ 환자들에게 수술실이 더 이상 무섭고 두려운 곳이 아닌 더 건강해지기 위한 힐링 장소로 인식되길 바라며….
“웃음 가득한 스머프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 나나 나나나 나나나나나~” <마취통증의학과 간호사 송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