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한 단면을 옮겨놓은 듯한 정형외과 병동
사회의 한 단면을 옮겨놓은 듯한 정형외과 병동
끝없이 오래 계속될 것 같은 모든 현상도 자연의 순리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유난히도 무덥고 길었던 여름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자신의 자리를 내 주고 시인 릴케의 ‘가을날’의 한 구절처럼 마지막 열매를 익게 하는 남국의 햇볕이 마지막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형외과 병동인 51병동 수간호사였던 박지영수간호사가 내과병동으로 부서이동을 하게 되어 후임자 지정이 될 때까지 간호2팀장(병동팀장) 보직을 맡고 있으면서 51병동 수간호사 업무를 겸직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51병동과의 인연은 수간호사로 처음 발령받아 근무를 했었고, 개인적인 일로 병원을 떠나 다시 재입사 하면서 또 인연을 이어갔던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환자들에게도 남달리 애착이 간다.
정형외과로 입원하는 환자의 경우는 장기 재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공관절수술, 척추 수술, 관절의 통증이 있는 경우 등 재활까지 겸하다 보면 한 번 입원한 경우 의료진들과 오래 가까이서 서로 지켜보게 된다. 환자는 오랜 병상생활로 무료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되어 외출을 요청하기도 하고 의료진은 혹시라도 병원 밖에서 문제가 발생할까 외출을 허락하지 않게 되면서 갈등도 생기는 곳이 정형외과 병동이다. 간혹 큰소리가 나기도 하고 무단외출로 인하여 퇴원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어떤 이는 정형외과 병동이 싫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병원이 아닌 사회의 한 단면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라 여겨져 환자에게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게, 눈높이에 맞춘 응대를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표현을 쓴다. 말 그대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히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말이다. 간호사들에게도 자주 잔소리처럼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겪어보지 않고 입으로만 하는 소리는 헛수고라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휘청하는 바람에 오른손을 다치는 사고를 겪게 되었다. 오른손을 다치는 바람에 몇 달 동안 글씨도 못쓰고 젓가락 사용도 안 되어 식사를 하는 것도 힘이 들고,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기도 어렵게 되어 일일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게 되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들 업무가 바삐 돌아가는데 도움을 청하는 것도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과 같이 업무에 속도가 나지 않으니 스스로도 답답함과 조급증을 느꼈다.
그래서 팔, 다리 또는 머리를 다쳐서 입원하는 환자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고 환자가 어떤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도 ‘아~ 이래서 그렇게 했나보다’ 고충과 어려움을 헤아리게 되었다. 환자가 간호사에게 어려움과 고충을 얘기할 때는 어떤 마음인지를 알게 되어 환자 곁으로 한 발 더 다가서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끔은 짜증 섞인 말투로 불만을 말하고, 큰소리로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의료진에게 폭언도 하는 환자로 인해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아픔을 갖고 우리를 찾아온 환자들이 치료의 힘든 과정을 우리와 같이 겪으면서 고마웠다고 악수를 청하며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끼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헌장에서는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신체가 유지되어야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학교 운동장을 달린다.
<간호2팀장 강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