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제우스의 연애 이야기

제주한라병원 2013. 4. 29. 09:19

-제우스의 연애이야기-

카사노바 수준의 바람기 '달인' 모습 그려져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구름 너울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 홍난파 작곡, 이은상 작사  ‘봄처녀’ 중에서

 

꽃샘추위의 시샘이 어느 해보다 심해 지각생처럼 찾아온 봄이라서인지 그 따스함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봄 처녀를 기다리는 설레는 가슴과 한들한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어울리게 이번 호에서는 그리스신화 속에서 거의 카사노바 수준으로 그려지는 바람기의 달인, 제우스의 현란한 연애 이야기를 해보자.


그리스신화에는 제우스와 연관된 사랑이야기들이 방대하게 펼쳐지는데, 그가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은 여신, 님프, 인간 여인, 심지어는 미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망라되어 있어 장표로 따로 정리해야 할 정도다.


신들은 당연히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가장 강력한 신 제우스는 바람둥이 행각을 벌일 때 이 능력을 수시로 활용했다. 먼저 훗날 아내가 된 헤라에게 접근한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헤라에게 구애를 했지만 퇴짜를 맞은 제우스는 포세이돈에게 부탁해 엄청난 비바람을 불게 하고, 뻐꾸기로 변신해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헤라의 창문으로 날아든다. 이를 가엾게 여긴 헤라는 그를 가슴에 안아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녀를 범하려던 제우스는, 결혼하지 않으면 허락할 수 없다고 버티는 헤라에게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이것이 헤라가 제우스의 정식 아내가 되는 사연이다.


한편 제우스는 아름다운 알크메네를 그녀의 남편인 암피트리온의 모습으로 변해 범하기도 했고, 에우로페를 납치할 때는 황소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오랫동안 쫓아다녔던 이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름으로 변신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즐겨했던 모습은 새였다. 헤라를 위해 뻐꾸기로 변한 것 외에도, 아이톨리아의 왕녀 레다에게 접근할 때와 거위로 변해 도망치던 네메시스를 쫓아갈 때에는 백조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소년을 납치할 때는 독수리로 변하기도 했다. 트로스 왕의 아들 가뉘메데스에게 애착을 느낀 그는 독수리로 변신해 구름을 뚫고 이 소년에게 날아가 그를 올림포스로 납치했다. (자상하게도 트로스 왕이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황금으로 된 포도나무 지팡이와 훌륭한 말 두 마리를 선물하고, 이 미소년에게는 불사의 능력을 주어 항상 자신의 곁에서 시중을 들게 했다.)


그런데 제우스가 아르고스의 왕녀(아크리시오스 왕의 딸)인 다나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변신을 해야 했다. 왕이 사면을 청동으로 막아놓은 지하감옥에 딸을 가두어두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


남자 자손이 없었던 아크리시오스는 신탁에 후손을 얻게 될지를 물었다. 곧 다나에가 아들을 낳게 되는데, 이 아이가 후에 자신을 죽이게 되리라는 무서운 신탁이 돌아왔다. 놀란 그는 자손을 얻을 생각을 단념하고 다나에를 지하감옥에 가둔 후 엄중히 감시하게 했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제우스의 마음에 강렬한 불을 당겼는지 그는 황금 빗물로 변신해 이 감옥의 유일한 입구인 천장에 난 작은 틈새를 거쳐 그녀의 품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얼마 후 다나에가 임신한 사실이 밝혀지고, 아크리시오스는 자신의 동생이 다나에와 관계를 맺었다고 의심해 형제간 골육상쟁을 벌이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자 아크리시오스는 아이와 다나에를 함께 궤짝에 담아 먼 바다로 떠내려 보냈다. 이들은 세리포스 섬으로 떠내려가 어부에게 발견되었고 그 마을에서 살게 된다. 훗날 이 아이가 그리스신화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 중 한사람이 되는 페르세우스이고, 그가 결국 아주 우연한 실수로 아크리시오스를 죽게 함은 물론이다. 신탁의 예언은 항상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다음 호에는 이같은 제우스의 지독한 바람기에 불타오르는 헤라의 질투와 분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