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사람들/아픔을함께해요

“제주도민이 모두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최선”

제주한라병원 2013. 2. 26. 11:14

제주도민이 모두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최선”
 -92병동-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제주한라병원 외과병동이다. 흔히 외과라고 하면 드라마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역)의 흉부외과 또는 브레인에 나오는 이강훈(신하균역)의 신경외과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외과병동은 그 분야들과는 다르게 위장계나 담⋅췌관, 갑상선, 유방 등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기 전후로 입원하여 회복을 하는 병동이다.


위암말기의 몸으로 한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하고, 그 후 결혼까지 하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한 젊은 음악가가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와 함께하는 환자들의 질병과 무관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 비보를 듣고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신입간호사로 외과병동인 92병동에 첫 발을 내딛고 지금까지 5년동안 근무를 하고 있다. 병동 특성상 암으로 수술을 받으셨던 분들은 퇴원 후에도 항암주사를 맞거나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만나게 된다. 많은 분들이 회복하여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중 몇 분은 어느 날부터 뵙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지만 아직도 헤어짐은 낯설고 어색하고 두렵기도 하다.


최근에 기억에 남는 환자분은 40대 초반의 말기 암환자이다. 그 분은 물만 먹어도 토를 하고 영양제로 하루하루 버티셨다. 더러 자신의 컨디션이 안 좋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면 보호자나 간호사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분은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진통제라도 맞고 주무세요”라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하셨다.


가끔 외출을 허락받아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다녀오고는 했는데 그날도 외출 잘 다녀오셨는지 인사를 했더니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다는 대답을 듣고는 순간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더 못 건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하루종일 마음을 잡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완쾌되어 집으로 간다. 새해나 연말이 되면 병동으로 가끔씩 전화가 온다.


“나 000환자예요. 잘 지냈어요? 00간호사 선생님은 시집갔어요? 수간호사 선생님은 잘 계시고요?”


진료를 보러 오는 날 양 손 가득 맛있는 것을 사오면서 “많이 못 사왔어. 끼니 거르지 말고 먹고 일해”하며 병동을 찾아주는 환자분들도 있다.
환자와 간호사는 어떤 관계일까? 환자와 간호사의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로 묶여있는 사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환자분들이 퇴원을 하게 되면 하는 말이 있다. “000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건강하시고요. 다음부터랑 병원에 오지맙써예”하면서 배웅한다.
병원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되고 내가 건강해야 환자를 잘 간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2013년 새해의 결심 한 가지는 ‘운동으로 건강한 생활을 해야겠다’이다. 제주도민이 모두 건강해지는 그 날까지 제주한라병원 간호사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92병동 간호사 오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