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경보장치 '통증'
내 몸의 경보장치 '통증'
<2009.11.16>
좋은 자동차를 평가하는데 배기량이나 시속 100㎞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혹은 최고 주행속도 등 엔진성능은 제일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좋은 차는 엔진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정해진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훌륭한 차는 엔진성능이나 내부 시설보다는 안전장치가 잘 구비되어 있고 비상시에 운전자를 위험으로부터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몸에도 이와 유사하게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많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통증이다. 통증은 외부나 내부의 위험한 상황을 즉각적으로 보고함으로써 반사장치를 통하여 위험에서 바로 피하게 해주고 또 머리에 보고하여 몸속의 이상신호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해준다. 우리 몸에는 거미줄보다도 치밀하게 이상을 체크하고 통증을 감지하여 몸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그래서 통증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병원을 찾거나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등 통증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가벼운 두통이나 감기 같은 병들은 통증 경보장치 덕분에 초기에 적절한 약물을 쓰거나 안정을 취하면 별 문제없이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증시스템에 잘 노출되지 않고 교묘하게 소리 없이 병이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암이 바로 이런 유형에 속한다. 암세포는 대체로 초기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소리 없이 자라기 때문에 그만큼 무서운 질병이 되는 것이다. 몸에서 느끼지 못함으로써 조기발견이 힘들어지는 만큼 암으로 인하여 인체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을 때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암은 증상이 생기기 전에 정기적인 조기검진으로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통증은 사람을 우울하게 하거나 짜증나게도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몸의 내부에서 생기는 이상신호를 알려주는 ‘건강 알림이’ 혹은 ‘조기경보 시스템’인 셈이며 차량의 브레이크와 같은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평소에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새로운 통증이 생기거나 혹은 만성적인 통증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통증의 양상이 바뀌는 경우에는 그 원인에 대한 확실한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의 소리에 귀를 잘 기울임으로써 이것을 무시하여 병을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평 신경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