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부작용의 이해
약물부작용의 이해
<2009.03.09>
머리가 아파서 아스피린을 먹었는데 두통은 줄었으나 위장장애가 생겼다면 두통감소는 약물의 치료작용이 되고 위장장애는 아스피린의 부작용이 된다. 약물부작용은 약이 지니는 본래의 작용 이외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부작용(副作用)을 말하는데 대부분 좋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강한 남성을 만들어 준다는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의 치료목적으로 개발한 것인데 약물의 부작용으로 발기효과가 있어 이제는 더 이상 심장약이 아닌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경우 비아그라를 개발한 원래의 목적이었던 협심증은 오히려 약물의 부작용이 되고 부(副)작용이었던 발기부전치료 효과가 약의 주(主)작용이 되는 것이다.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드물게는 약물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인하여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데 페니실린 쇼크반응이나 심각한 두드러기 반응들이 예가 된다.
그러나 치료현장에서는 약물들의 사소한 부작용조차도 잘 이해를 하고 있다가 경우에 따라 주작용과 함께 적절하게 이용하면 치료의 수준을 높여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항경련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꽤나 있는데 나름대로 약의 부작용을 열심히(?) 이용하는 편이다. 물론 항경련제의 주(主)작용은 경련을 억제시켜 주는 것이지만 부(副)작용으로 체중이 늘어나거나 반대로 체중이 빠지기도 하고 어떤 약제는 계산능력을 떨어뜨려 학생들에게 사용하기에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편두통이 동반된 경우에 복용하면 두통이 줄어드는 고마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뚱뚱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 당연히 경련을 잘 조절하는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르되 이왕이면 부작용으로 체중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약물을 선택하면서 계산능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 약제를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약물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조목조목 잘 챙겨서 보조작용처럼 치료에 이득이 되는 쪽으로 이용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으로서 단점을 역으로 이용하여 장점처럼 사용하는 것이 된다.
의학이 참으로 방대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약물부작용으로 고생했다는 것보다는 약물보조작용으로 편한 치료를 받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보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평 신경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