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한라병원포럼

자연의 리듬과 인체의 리듬

제주한라병원 2013. 1. 10. 13:10

자연의 리듬과 인체의 리듬

 

<2008.03.31>

길가의 벚꽃망울이 며칠사이에 부풀어 오르더니 어느새 화들짝 피어나는 것을 보면 어김없이 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꽃나무들은 봄기운을 정확히 인식하여 꽂을 피우고 싹을 틔운다. 철새들은 먼 거리를 날아갈 때 정확히 방향을 찾아가고, 연어는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틀림없이 찾아온다. 사람은 해가 지면 잠을 자고 동녘이 밝으면 일어나서 일상생활을 한다. 몸속 어디에 시계가 있어서 이같이 정확한 때를 알도록 조절해 주는 것일까?

 

뇌의 깊은 곳에 송과체라는 작은 호르몬생성기관이 있는데 여기에서 바로 인체의 시간과 리듬을 조절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송과체는 솔방울샘이라고도 하며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해가 지고 어두워져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되고 해가 뜨면 분비가 중지된다. 멜라토닌이 분비되면 졸리게 되고 잠이 들게 되며 새벽이 되어 밝아지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게 되면서 잠이 깨고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체에서는 빛의 많고 적음을 인지하여 낮인지 밤인지를 구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에 맞추어 인체가 활동과 수면을 하는 생체주기를 교대로 할 수 있게 조절해주게 되는 것이다. 멜라토닌의 생성과 분비는 청소년시기에 왕성하고 나이가 들수록 점차 시들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이 성인보다 더 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멜라토닌은 하루의 주기 뿐 만 아니라 계절적인 주기에도 관여하여 겨울에는 많이 분비되고 여름에는 분비가 감소한다. 외국에서는 멜라토닌의 이러한 작용을 이용한 상품이 개발되어 해외여행에 따른 시차 극복이나 불면증의 치료를 위하여 시판이 허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멜라토닌이 동물에서 특정 암의 억제효과나 면역기능 강화 그리고 정서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의 호전이나 계절적인 정서변화에 대한 치료효과 등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거리의 활짝 핀 벚꽃을 보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뀌는 생명체의 바이오리듬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이상평 신경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