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마리 용이 빚어놓은 해변의 도시
아홉 마리 용이 빚어놓은 해변의 도시
-베트남 하룡베이-
▲ 해발 30m의 티톱 섬에서 바라다 본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모습.
푸른 바다 위로 우뚝 솟아오른 1969개의 기암괴석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하룡베이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해변휴양도시다. 우리에게 ‘인도차이나’, ‘굿모닝 베트남’ 등 몇 편의 영화와 모항공사의 CF 배경지로 너무나 친숙한 하룡베이는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2억 7000만 년 전 융기작용으로 인해 생성된 석회암 바위가 지구의 생성 비밀을 알려주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지난해 세계 新7대 불가사의 선정 재단에서 호주 북동해안을 따라 형성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찰스 다윈의 갈라파고스 섬,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우리나라의 제주 등과 함께 하룡베이를 ‘경이로운 지구의 풍경 7곳’을 선정하였다. 그 중에서 하룡베이는 세계 유수의 자연유산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자연유산을 활용하고 있는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1994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1996년 24만 명을 시작으로 2000년 85만 명, 2005년 150만 명, 2008년 300만 명 등 그야말로 베트남 최고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거기에다가 프랑스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으면서 유럽인들에게 마치 유토피아를 연상케 해 해마다 수십 만 명의 유럽인들이 석회암 바위 지대를 찾아 느림의 미학을 꿈꾸며 한가로이 휴가를 보낸다.
그러나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딛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눈과 코를 의심하게 된다. 그 이유는 하룡베이가 바다를 끼고 있지만 일반적인 해변도시와 달리 몇 가지 기본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바다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지 않고, 둘째 파란 하늘에서 하얀 날갯짓을 하는 갈매기 한 마리도 구경할 수 없고, 셋째, 그 흔한 파도조차 거의 볼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될 것 같은 신비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또한 신비감과 경이로움이 가득한 하룡베이에는 한 편의 소설처럼 전해오는 전설이 하나있다. 예로부터 이곳에 해적과 외적들의 침략이 많아 현지인들이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9마리의 용이 이들을 물리친 뒤 진주를 입에 물고 하늘로 올라가 바다를 향해 내뿜자 진주가 수 천여 개의 섬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사람의 입과 입을 통해 수천 년 동안 전해지고 있다.
◀ 하룡베이에서 잡아 온 굴을 까고 있는 여인들. 하지만 하룡베이는 하늘에서 뿌려놓은 수 천 여개의 섬을 나무배를 타고 여행하는 재미와 바다를 벗 삼아 살아가는 현지민인들의 소박한 수상생활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 이외에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목선을 타고 인근 바다로 떠나는 크루즈는 하룡베이에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보통 6시간 정도 소요되는 크루즈는 석회암으로 이뤄진 기암괴석을 요리조리 피하며 섬과 섬이 그려내는 색다른 풍경을 만끽한다. 멀리서 보면 모두가 똑같이 생긴 섬들이지만 배가 점점 가까이 갈수록 이들의 모습은 카멜레온처럼 다양하게 연출된다. 마치 9마리의 용이 된 것처럼 섬 사이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목선 크루즈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관광코스이다. 배 위에 다양한 과일을 싣고 다니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현지인의 배. ▶ 목선 크루즈는 당일 여행에서부터 며칠 동안 배에서 먹고 자며 섬을 도는 장기간 코스, 석양과 하룡베이의 야경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와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선셋 크루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곳에 준비되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당일 크루즈는 바다를 표류하며 단순하게 섬을 도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석회동굴이나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살아가는 수상가옥 등도 방문하고, 바위 정상에서 하룡베이를 전망할 수 있는 티톡 섬에도 정박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문 섬 중에 하나인 티톡은 수많은 섬들이 빚어낸 자연의 절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작은 해변이 있어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섬이다. 러시아 우주 비행사의 이름을 딴 티톡은 항구에서 대략 2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선착장 주변에는 작은 모래 해변이 있어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선착장에서 428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중국풍의 아름다운 정자하나가 숨 가쁘게 올라온 여행자들에게 잠시 쉴 자리를 내준다. 모세혈관에 퍼져 있는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두 눈에는 믿을 수 없는 이곳의 경치가 들어온다. 배 위에서 바라본 섬의 모습과 달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하룡베이의 진면목은 이곳이 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지 그 이유를 말이 아닌 풍광으로 설명해준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수 천여 개의 바위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태양 빛을 가득 품은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돛을 활짝 편 목선이 바다 위로 솟아오른 섬을 유유자적하게 달린다. 일생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여행지로서 전혀 손색없는 하룡베이는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자 베트남 여행의 마침표를 장식하는 여행지다.
신화 같은 전설이 수많은 섬마다 알알이 박혀 있는 하룡베이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3시간 남짓 소요된다. 인도차이나의 보석으로 여겨질 만큼 자연경관이 수려해 하노이에서도 당일치기로 여행이 가능하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하룡베이에서 색다른 볼거리를 찾기보다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과 교감을 하기 위해서다. 솔직히 이곳의 바다는 큰 파도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부적합하고, 일 년 내내 보드라운 햇살이 머물지 않아 일광욕을 즐기기에도 마땅치 않다.
▲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하룡베이의 수많은 섬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