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 전설을 가진 지중해의 보석
2012/8
아틀란티스 전설을 가진 지중해의 보석
그리스 ‘산토리니’
「BC 9500년에 포세이돈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아틀란티스 제국은 아내 클레이토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10명의 아들이 여러 지역을 통치했다. 수도는 아름답고 신비한 과일이 나며 금, 은 등 온갖 귀금속이 풍부하게 묻혀 있고, 왕궁을 중심으로 3개의 육환대와 바닷물을 끌어들인 3개의 클리크대가 동심원상으로 에워싸고 있는 도시였다. 풍부한 산물과 주변의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무역품은 대륙을 크게 번영시켰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탐욕스러워지고 부패해지기 시작한다. 이에 신이 노하여 아틀란티스 사람들에게 큰 재앙으로 대지진과 홍수를 일으켜 하루 밤낮 사이에 거대한 제국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했다.」
▲영원히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지붕이 인상적인 산토리니.
이 글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대화편’ 중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 2편에 나오는 잃어버린 제국 ‘아틀란티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 거대한 제국이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져 버린 아틀란티스 제국의 비밀을 간직한 곳이 지중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대를 달리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그리스 최남단에 위치한 산토리니(Santorini) 섬을 “아틀란티스의 제국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 이유는 산토리니 섬이 생성되는 지리학적 과정이 제국의 멸망 때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비의 섬 산토리니는 기원전 15세기 몇 차례의 대규모 화산 폭발로 섬의 중간부분이 바다로 가라앉으면서 섬 모양이 마치 초승달처럼 예쁜 모양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검게 그을린 화재로 인해 섬은 온통 검은 빛을 띤다. 하지만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지중해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으로 자리해 해마다 수천 명의 관광객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보통 유럽에서는 ‘산토리니’라고 부르지만 그리스에서는 ‘씨라(Thira)'라고 한다. 씨라는 미코노스 섬과 함께 그리스를 대표하는 섬이다. 미코노스 섬이 다소 예쁘고 여성스런 분위기를 가졌다면, 씨라는 면도칼로 잘라 놓은 듯 깎아지른 절벽 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을 갖게 한다.
매년 환상의 섬인 산토리니를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제각각이다. 휴가를 즐기기 위해, 혹은 신혼여행지로, 혹은 결혼장소로 산토리니를 선택한 사람들은 저마다 이 섬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된다. 산토리니 섬은 지름이 3km가 넘는 분화구 연못인 카델라를 마주 대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가파른 절벽에 작은 마을이 마치 하늘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놀라운 풍경이 산토리니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시원한 에게해의 바다 냄새를 깊숙이 들이마시며, 갈매기와 함께 콧노래를 부르다 보면 발길은 어느새 아틀란티스 제국 안으로 들어선다. 산토리니 선착장으로 서서히 다가갈수록 적갈색의 단애가 벽처럼 가로막는다. 섬에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여행자들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을 정도로 섬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높이 300m 단애 꼭대기에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빽빽이 들어서 있는 마을이 잃어버린 제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러나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부두에서 마을로 올라가는 방법은 모두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문명 이기를 이용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고, 낭만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당나귀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이것도 저것도 싫은 사람은 그냥 등산을 하듯 300미터 높이의 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면 산토리니가 가진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숨 가쁘게 정상에 이르면 눈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수려한 자연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원히 파란 하늘만큼이나 푸른 바다와 검은 화산섬 위에 지어진 하얀 집들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산토리니 섬의 대표적인 마을은 피라(Fira)와 이아(Oia)이다. 선착장에 내려 580여 개의 계단을 열심히 오르면 이 섬의 중심인 피라에 도착한다. 사실 산토리니는 미코노스와 함께 휴양 섬으로 알려져 그리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는 아니다. 다만 지중해의 따스함과 영원히 자유로운 바람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곳이 바로 산토리니다. 하지만 휴양지라고해서 산토리니가 너무 무기력하거나 심심한 곳은 아니다. 이 섬의 중심 도시인 피라에는 카페, 레스토랑, 호텔, 선물가게, 버스 터미널 등이 몰려 있어 수많은 사람들로 언제나 거리가 활기로 넘쳐난다. 뜨거운 태양이 걸려있던 낮에는 관광객들이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서늘한 기운이 되살아나는 밤이면 네온사인과 음악을 찾아 피라 중심지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흐르고, 오렌지 빛깔의 네온사인이 춤을 추는 밤은 언제나 낭만 그 자체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피부가 서로 다른 사람들과 즐기는 시간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뜨거운 열기가 카페의 안을 서서히 가득 매울 즈음 스피커에서 나지막이 세계적인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흔든다. 이곳이 카페인지 공연장인지 착각할 만큼 분위기는 점점 더 뜨거워진다. 음악으로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고, 산토리니라는 공통 분모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평생 잊히지 않을 좋은 추억을 서로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좀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피라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40여 분 달려가면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이아(Oia)라는 작은 마을에 이른다. 이곳은 피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지중해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노천카페에 앉아 달콤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지중해로 사라져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사랑의 꽃을 피운다.
이처럼 산토리니에 머무는 동안 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낭만이 오늘도 변함없이 태양 빛을 받아 바다보다 푸르고, 하얀 마을보다 더 깨끗한 메아리가 되어 잃어버린 제국, 아틀란티스 하늘과 여행자들의 마음속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하얀 색으로 칠해진 교회 뒷마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 아빠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