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이태훈세계여행

인류 최고 불가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 ‘카이로’

제주한라병원 2012. 7. 6. 13:14

2010년/11월

인류 최고 불가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 ‘카이로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인간의 정신적․육체적․물리적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런 화두는 이집트 기자에 있는 3개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인류의 선현들이 남긴 다양한 유적지 가운데 유달리 피라미드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의식을 엿볼 수 있는 위대한 건축물임에 틀림없다. 파라오의 영원성과 불멸성을 기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지어진 이 건축물을 바라보면서 새삼 인간의 상상적 한계를 생각하게 된다. 도저히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이 건축물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평생 동안 꼭 한 번 방문하길 간절히 원한다. 과학과 신앙 그리고 순수한 영혼의 세계가 함축적으로 녹아든 피라미드야말로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류의 산물이 아닐까? 수레가 발명되기 수천 년 전에 어떻게 사람들은 저리도 큰 무덤과 그 무덤을 지켜주는 스핑크스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고대 이집트인들의 위대한 힘은 아마 피라미드를 두 눈에 가득 담는 순간부터 그곳을 떠날 때까지 우리의 머릿속을 짓누른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 중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손꼽히는 피라미는 고대 이집트의 국왕과 왕비를 비롯한 왕족의 무덤으로 그리스어인 ‘피라미스’에서 유래되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메르’라고 불렀으며, 아랍어로는 ‘아흐람’이라고도 불렀다. 현재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서쪽에 위치한 아부라와슈에서 나일강을 따라 엘-라훈까지 총 80여 기의 피라미드가 있으며, 그 중에서 카이로에서 얼마나 떨어지지 않은 기자에 가장 완벽한 피라미드 3기가 남아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수많은 피라미드는 원초적인 자연의 힘에 의해 부서지고 파괴되었다. 남아 있는 대부분의 피라미드는 벽돌 혹은 돌로 이루어진 산의 형태만 갖추고 있거나, 심지어 흔적만 남아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기자의 쿠푸, 카프레, 멘카우레 파라오의 피라미드는 거의 완벽하게 외형이 보존되어 이집트를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웅장하고 불가사의한 건축물은 우리시대에만 회자가 된 것은 아니다. 이미 기원전부터 피라미드는 지중해와 유럽 그리고 중동 여러 국가에서 단체로 여행을 할 만큼 그 시대에도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었던 장소였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Herodotos)가 쓴 『역사』라는 책에 의하면 피라미드를 하나 쌓는데 총 240만 여개의 돌이 사용되었고, 돌 하나의 무게는 최저 1500kg에서 160톤까지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10톤 트럭으로 70만 대에 이르는 돌이 있어야 1개의 피라미드를 세울 수 있고, 완성하는데 만 30년이 족히 걸렸다. 이처럼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간의 모든 역량을 보여준 피라미드는 신비 그 자체로 불가사의한 기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주인공인 파라오는 자신의 힘과 국력을 자랑하고, 내세에서도 불멸의 영원성을 바라는 마음에서 피라미드를 세웠다고 한다. 파라오의 무서운 열정과 집념이 스며있는 피라미드는 그 당시 수준 높은 토목기술과 과학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명을 자랑했던 카이로에서 과거 나일강 일대를 호령했던 파라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피라미드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자동차로 수십 분이면 도착하는 기자에는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3기의 피라미드와 엄청나게 큰 전설의 스핑크스가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집트에서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지 않았다면 제대로 여행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 할 정도로 이집트에는 수많은 인류의 유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단연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임은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이로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사막 고원위에 세워진 이 건축물들은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눈에 들어올 정도로 그 규모와 위용은 대단하다. 150m에 이르는 거대한 피라미드 3기가 나란히 있고, 그 앞을 고대 오리엔트 전설에 등장하는 스핑크스가 지키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곳에서 과거의 파라오의 영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황량한 사막과 영원히 파란 하늘 아래로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쿠푸 왕 피라미드를 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불가사의 한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체험하게 된다. 이집트 고왕국 제4왕조의 제2대 파라오인 쿠푸(재위 BC 2589?∼ BC 2566)가 자신의 무덤으로 만든 쿠푸 왕 피라미드는 이집트 전역에 있는 80여 기 피라미드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제작되어 일명 ‘대 피라미드’라고 불리며, 세계 최대의 무덤 건축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쿠푸 왕 피라미드는 10만 명의 장인과 노동자들이 20여 년에 걸쳐 만들었다. 신비함으로 가득한 내부는 대회랑과 왕의 방, 왕비의 방, 내려가는 통로, 올라가는 통로, 수평 통로, 환기통 등 복잡한 구조로 설계됐다. 지금 여행자들이 들어가서 관람하는 입구는 9세기에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 알 마문 왕이 도굴을 위해 파헤친 곳이다.


거대한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보고나면 그의 아들인 카프레왕 피라미드가 바로 옆에서 순례자의 발길을 유혹한다. 높이 143m로 건축됐지만 현재는 137m이고, 밑변의 길이가 216m로 아버지 무덤보다는 작다. 그러나 높은 지대에 세워진 이유로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3개 피라미드 중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무엇보다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가 카프레 왕을 지켜주고 있다.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스핑크스는 말이 필요 없는 또 하나의 건축물이다. 전체의 길이 약 70 m, 높이 약 20 m, 얼굴 너비가 약 4 m나 되는 신비의 스핑크스는 태양신의 상징이며, 카프레 왕의 생전의 얼굴을 새긴 것이라고 한다. 그 이외에도 쿠푸 왕의 손자인 멘카우레 왕의 피라미드가 가장 안쪽에 있지만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일반인들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다.


모래바람이 춤을 추는 황량한 사막지대에 서 있는 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황홀함에 빠진다. 중국 진시황이 자신의 영원성을 위해 병마용갱을 지었듯이 이집트의 파라오들 또한 불멸성과 내세에서도 현세에 막강한 힘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들었다. 물론 이런 거대한 건축물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그들의 충성심과 애국심은 세계에서 경이적인 건축물을 빚어냈다.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실현시킨 고대 이집트인들의 지혜와 용기는 파라오의 불멸성만큼이나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질 것이다.